[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당내에서 '똘똘 뭉쳐야 한다' 혹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명확히 자기 입장을 밝히는 사람은 소수다. 거의 절대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조응천 의원)
"제가 아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어쨌든 이 위기 상황에서 이재명 당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되지 않겠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지켜봐야 되는 게 아니냐는 분들이 많이 있다."(정성호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 이후 당내 분위기를 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외부 탄압'에 맞서 내부도 더 단단하게 뭉칠 것으로 보는 반면, 비(非)이재명계는 다수가 상황을 우려하면서 침묵하고 있고 수사 진전에 따라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바라보는 시각차는 있지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당내 다수가 관망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된 인식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 다수의 '관망세'는 지난 10일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여권에선 "민주당의 전 당력을 총동원했다"고 비판했지만, 실제 현장에 동행한 현역 의원들은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40여 명이다.
현장 동행에 비해 물리적 제약이 적은 '온라인'상 집결 규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대표 검찰 출석을 전후(1월 9일~11일)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소환조사의 부당성과 야당탄압을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총 169명 가운데 45명이다. △강득구 △강선우 △강준현 △고민정 △김병기 △김상희 △김성주 △김성환 △김용민 △김원이 △김정호 △김태년 △남인순 △문정복 △박범계 △박주민 △박찬대 △박홍근 △서영교 △서영석 △소병철 △소병훈 △신정훈 △안호영 △양경숙 △양이원영 △우원식 △위성곤 △ 유정주 △윤준병 △이동주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원택 △이해식 △이형석 △임오경 △임종성 △장경태 △정청래 △정필모 △조정식 △주철현 △진성준 △천준호 등이다. 현장에 함께했던 이들이 다수다.
이들은 '성남 FC 사건은 이미 무혐의 처분됐으며 기업 유치로 성남 시민 혈세를 아낀 잘된 행정'이라는 이 대표 측 주장을 그대로 펼쳤다. 본인 모습이 나온 현장 사진을 찍어 글과 함께 올린 의원들도 일부 있었다.
이들 중 13명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 함께했다"며 절절한 '동행' 후기를 남겼다. 강득구 의원은 "당당히 대응하는 이 대표와 마음으로 함께하기 위해 성남지청에 왔다"며 "이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서 진실이 승리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강선우 의원도 "이 대표와 함께 성남지청 앞을 걸었다. 인파 속을 뚫고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히려 제 마음은 차분해지고 의연해졌다. 우리가 함께 버티고, 이겨내며, 나아가야 할 길만 더 명확해졌다"고 남겼다. 강준현 의원은 "정치적인 보복, 기획, 조작, 은폐, 축소는 선후와 경중을 따질 일도 아니고, 그 사안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일도 제 책무"라고 했다. 주철현 의원은 "아프고 참담한 마음으로 이 당대표의 검찰출석을 배웅하고 왔다"며 "이재명과 함께 싸워 이기는 그 길에, 민주당 인권위원장 주철현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수사와의 형평성을 강조하며 관련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의원들도 다수 있었다. 김태년 의원은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한다"면서 "지금의 검찰 논리대로라면 제3자뇌물공여죄로 소환될 사람은 용산 대통령실에 있다. 검찰은 무고한 사람 오라 가라 하지 마시고 용산 대통령실부터 소환하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보복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 소환을 강행한 검찰, 이제는 김건희도 소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진성준, 천준호, 정필모, 소병철 의원은 이 대표 입장문을 그대로 SNS에 공유했다.
검찰 출석에 동행하거나 SNS에 지지 글을 남기지 않았지만 이 대표 엄호와 당의 단일대오를 주장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원조 친명계' 7인회' 출신이자 이 대표 36년지기인 정성호 의원은 "제가 안 가도 이 대표가 이심전심으로 제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검찰 출석에 동행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법 리스크'를 우려해 이 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친문' 전해철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무리한 보복성 수사의 성격이 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에 대해 당이 함께하면서 단일대오로 대응하는 것 부득이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야당 탄압'이라며 이 대표를 엄호하는 적극적인 친명계는 40여 명이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이 다수"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친명계 '단일대오' 움직임과 대조적으로 비명계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박용진 의원은 12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해 "겨울밤에 싸락눈 소리 없이 쌓이듯이 여러 걱정과 우려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분리 대응하고 또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 대표가 물러나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할 때부터 '사법 리스크' 걱정을 해 왔다"면서 "이 대표의 거취는 스스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최근 태국에서 체포된 것을 언급하며 "김 전 회장이 올해 하반기 내지 내년 초에 귀국을 한다? 그러면 이건 총선 앞두고 어마어마한 악재"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토론회 모임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도 '민주당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반성과 혁신 토론회가 대선·지방선거 패배 원인과 쇄신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총선 승리를 위한 정책과 비전 제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 사법 리스크 우려가 커질수록 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길'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은 "지난 '반성과 혁신' 토론회 논의 결과(보고서)를 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열흘 전쯤 전달했다.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설 연휴 끝나고 이달 말 다시 활동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