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물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으면서 권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 전당대회 출마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나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10일 <더팩트>에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고령사회위 직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며 "아직 기후대사직이 남아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기후환경대사로도 임명됐다.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 직만 사의를 표한 것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논의 없이 섣부르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해 주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언급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한다는 시그널을 대통령실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기후환경대사라는 대통령실과의 끈을 남겨두고, 대통령실의 기류를 살피면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출마 여부에)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일축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나 부위원장은 이날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김 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사의 표명 여부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 측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불신이 큰 상황에서 재차 나 부위원장을 향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관련 문자메시지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저출산 대책으로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나 부위원장이 숙고의 시간 뒤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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