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탕감"…대통령실 "정부 정책과 무관"


대통령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 '파격적 저출산 대책'에 제동

대통령실은 6일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제시한 자녀 수에 따른 대출 원금 탕감 검토 발언에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나 부위원장이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신년인사를 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날(5일) "그 어느 나라도 돈을 투입하지 않고 출산율을 높인 적이 없다"며 "이자를 낮추는 것보다 더 과감하게 원금을 탕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발언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6일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나 부위원장의 파격적인 정책 발언을 대통령실이 일축하면서, 나 부위원장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앞서 지난 5일 나 부위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4000만 원 대출 △5년 내 아이 한 명 출산 시 대출 이자 면제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대출금 전액 탕감 △넷째 이상일 경우 소득세를 평생 면제하는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제도를 언급하면서 "한국도 신혼부부에게 2억 원 정도를 20년 정도 대출해주면 일상생활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출산 시 대출 탕감 발언과 관련해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나 부위원장이 언급한 대출금 탕감안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이와 관련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6일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 간담회에서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의 발언이 대통령께 보고가 됐는지,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는지'를 묻는 말엔 "나 부위원장이 간담회를 한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계부처에 질문이 쇄도했고, 그 내용을 대통령께 중요한 안건이라고 보고를 올렸다"며 "정부 입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적절하게 대응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위원장의 발언에 수석이 브리핑을 한 게 이례적인 것 같은데, 나 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도 관련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정치적인 것은 제가 말씀드릴 게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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