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제21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해가 바뀌었다. 하지만 무엇이 바뀌었을까. 대한민국 지도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는 그리 쉽지 않다.
'구중궁궐' 청와대를 떠나 용산 대통령실로 둥지를 튼 윤석열 정부는 특정 언론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지난해 말 동남아 순방 당시 심장병 환아를 격려한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놓고 조명 촬영 논란을 빚은데 이어 계묘년 새해 기자회견을 생략했고, 도어스테핑 중단을 지속하는 등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신년 기획으로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민들에게 전면 개방된 청와대의 과거 주인이었던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일상을 함께하며 기록으로 남긴 전속 사진 담당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사진의 비밀'을 조명한다. 과거 70여 년간 12명의 역대 대통령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 했던 청와대.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 온 청와대에서 대통령들은 무슨 일로 웃고 울었을까. 또 이들 대통령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것들이 역사의 뒤안길에 남아 있을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들의 전속 사진담당을 했던 이들로부터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담당은 당시 문화공보부 소속 공무원으로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담당은 현재 정부산하기관에서 근무중이라 인터뷰를 고사했다.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은 홍보수석실 내에서 근무하며 보통 4~7급의 직급으로 대통령 임기 5년을 함께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현지 의료 취약계층 방문 사진을 두고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순방 당시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의 소식을 들은 김건희 여사는 아이가 사는 가정을 방문해 1~2시간 정도 머물며 소년의 상태를 확인하고 위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몸이 불편한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노골적으로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따라했다'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조명까지 사용해 화보를 찍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논란은 또 김 여사가 아이의 고통에 공감을 하기보다는 '보여주기 식' 연출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낳기도 했다.
근본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이 일정은 김 여사가 비공개로 진행한 부분으로, 순방을 동행한 취재진에게 이러한 부분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한 측면이 크다.
대통령실이 언론에 제공한 사진과 영상은 현장에서 비공개로 이뤄졌고, 이 사진과 영상도 선택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렸다.
이후 대통령실은 "김 여사 방문 당시 조명을 사용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공지했고, 관계자는 "해당 영상과 사진에서 김 여사의 얼굴이 빛에 반사돼 보이는 건 캄보디아 환아의 집에 있는 전등 불빛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진으로 인해 전세계 온라인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 해외 사진작가까지 나서 조명의 사용 여부와 위치, 개수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그림이 미국 인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등 촌극이 벌어졌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행보를 가리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 화보 촬영"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빈곤 포르노 표현 자체가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실제 대통령과 여사의 사진을 촬영할 때 전속 사진담당들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고 대응했을까. <더팩트>는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한 정치적 해석 여부를 떠나 순전히 조명 촬영 여부에 관한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역대 대통령들의 전속 사진 담당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들의 청와대 전속 사진담당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서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또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인위적으로 조명을 쓰는지 아니면 자연적인 분위기에 맡기는지 등 여러 경우에 대한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어봤다.
◆"좋은 사진 위해 얼마든 조명 쓸 수 있어"...DJ 노벨상 수상시 조명 사용해 사진 제출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 홍성규 씨는 이런걸로 문제를 삼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슈라는 입장을 보였다.
"밀폐된 공간에 빛이 안 들어오는 공간이었으면 당연히 조명을 쓰는 게 맞죠. 그런 방에서 조명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전속 사진 담당이 전문가인데 거기에 조명이 필요에 의해서 필요하다고 하면 조명을 쓸 수도 있는 거죠"
홍 씨는 더 좋은 사진을 찍고자 한다면 조명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사진을 만든다면 가능한 조명을 많이 써서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 같은 경우 노벨평화상 수상이 결정되고 나서 노벨위원회에서 대통령의 사진을 요구했어요. 그때 대통령, 참모들이 같이 어떻게 촬영을 해서 어떤 사진을 보내줄까에 대한 사전 회의도 했어요. 조명 설치해 놓고 그렇게 찍기도 했죠."
◆ 김건희 캄보디아 사진, ENG카메라 조명 썼을수도..."盧, 연출 사진 싫어해"
노무현 전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 장철영 씨는 김건희 여사가 간 병원이 너무 어두워서 동영상 촬영용 조명을 썼을 수도 있을 거라는 의견을 보였다.
"(제가 재직시에는) 있는 그대로를 촬영했기 때문에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찍었죠. ENG카메라 조명이 있으면 그냥 그걸 이용했고요. 노 전 대통령이 연출 사진을 싫어했기 때문에 프로필을 다시 찍어야 하는데도 그냥 옛날 거 쓰라고 하시기도 했어요."
장 씨는 노 전 대통령 시절에 영상 메시지나 기자회견, 대담, 방송 녹화 외에는 특별히 조명을 설치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 씨가 말하는 특별한 점은 노 전 대통령이 머리를 짧게 깎으면 조명에 머리카락이 없어 보여서 은은하게 해주는 반사판 정도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 외 기자회견 또는 회담 등에는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출... 아 꿈도 못 꿔요. 싫어하니까"
◆조명 사용, 외신에서는 종종 있는 일... 하지만 '文, 그렇게 요청한 적 없어"
문재인 전속 사진담당 김진석 씨는 개인적으로 플래시를 터뜨려서 상대방에게 주는 부담감을 본인이 더 많이 느낀다고 말한다.
"카메라가 가진 특징이기도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환경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되면 표정이 자연스러운 연예인들 말고 일반 사람들은 힘들죠. 저 같은 경우는 상대방에 대한 어떤 배려 차원에서 처음부터 조명을 안 썼어요."
김 씨는 피사체가 되는 인물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얻기 위해서 조명 사용을 자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신기자들의 경우는 종종 조명을 사용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CNN 같은 외신들의 경우는 간혹 연출 사진을 찍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문 전 대통령이 요청을 해서 따로 이미지 컷을 찍어본 적은 없죠."
다만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 사진에 대한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세 사람 모두 "당시의 상황과 환경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단정하기 힘들다"라는 답변을 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영상취재·편집=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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