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신년인사회 초청 몰랐던 이재명…"비서실, 李에 보고 안 했다"


유선 없이 '이메일 통보'…"비서실 내에서 논의한 듯"
문희상 "‘개밥에 도토리’라도 갔어야"

새해부터 정치권이 신년인사회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 인사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하는 윤석열 대통령(맨 앞)과 부인 김건희 여사, 참석자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신년인사회에 저를 오라고 했다는 것입니까. 처음 듣는 얘기."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인사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초청했지만,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에서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편이나 유선 연락 없이 이메일로 초청장이 전달되면서 혼선을 빚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메일 초청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제1야당 대표가 나서서 냉랭한 정국을 바꿀 기회를 잡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자유와 공정으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신년인사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등 5부 요인을 비롯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정치권과 각계각층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정의당과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지도부도 초청했지만, 야당에선 이정미 정의당 대표만 참석했다.

민주당은 해당 날짜에 문재인 전 대표 예방과 경남 지역 민생투어 등 선(先) 일정이 있었다는 점을 행사 불참 이유로 들었다.

참석하지 못한 배경은 더 있었다. 이 대표는 신년인사회 초청과 관련해 당대표 비서실로부터 별도로 보고받지 못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2일 신년인사회 초청 메일을 보냈고, 민주당은 예정된 일정으로 인해 '참석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이후 지난 26일에는 행정안전부 직원이 직접 초청장을 들고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을 찾았다. 당대표 비서실이 초청 사실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당대표 비서실은 신년인사회 초청 사실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 나누고 있는 이 대표(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 천준호 비서실장(오른쪽). /뉴시스

그러나 지난 2일 이 대표는 취재진이 불참 이유를 묻자 "(신년 인사회 초청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신년인사회에 여러 사람들하고 인사회 하는데 저를 오라고 했다고요?"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의 반응은 초청 사실을 정말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미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참석이 쉽지 않은 걸로 판단하고 실무적으로 처리한 것 같다. 대표께 따로 보고는 안 했다고 비서실에서 들었다"라고 했다.

A 민주당 관계자 역시 "(이메일 초청이) 너무 어이없는 일이지 않나. (당 지도부에) 보고됐다면 비공개회의에서라도 '이게 말이 되나'라고 한 번이라도 이야기가 나왔을 텐데 그런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당 보고 체계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A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통령실이 이렇게 통보한 경우가 없지 않나. (이메일 초청) 절차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보낸 건지 확인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무진은) 수천 통의 메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측의 무성의한 '이메일 초청 방식'도 신년인사회 불참을 확정한 배경으로 평가된다. 천준호 비서실장은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저희한테 통보되는 방식이 이메일이었고, 저에게 따로 행사와 관련해서 참석 요청이 있는 상황도 좀 아니었고 선약도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며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 띡 보내고, 덜렁 보내는 그런 초대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면 이메일 하나 보낼 게 아니라 인사말이나 건배사 등을 위해서라도 (전화나 대면으로) 사전 조율을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 대표 초청 방식 논란에 "정당 인사에겐 다 똑같은 절차를 밟았다. 이메일로 먼저 의사를 묻고, 다시 인편으로 초대장을 전달했다"며 "이런 방식은 예전 전례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확실히 유례없는 이메일 통보로 인해 실무진 차원에서 혼선을 빚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정미 대표에게 이메일만 왔다. (이메일로는) 처음에는 실무진도 대통령 신년인사회인지 몰랐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초청할 리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비서실장도 '이게 뭐지' 싶어 (행정안전부 측에) 통화했고, 답변하게 된 것으로 안다. 참석하겠다고 했더니 이후에 행안부 직원이 직접 와서 출입증과 초청장을 갖다 줬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정의당 당대표 비서실에 보낸 이메일에는 '2023 신년인사회 초청 및 명단 제출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신년인사회' 관련해 초청드리고자 하오니, 초청대상 명단을 오늘(22일) 18:00까지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 초청장 및 주차카드 등은 추후 인편으로 송부 예정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초청대상 명단 제출 양식과 신년인사회에 대한 간단한 개요만 포함됐다. 공문도 따로 첨부되지 않았다.

정의당 관계자는 "대표는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때문에 참석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신년인사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고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 권을 선물하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나아가 약한 자들을 먼저 지켜주는 '법의 정의'가 우선하는 시대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야당과의 적극적인 소통,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등을 촉구하는 자필 편지도 전달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재명 대표의 신년인사회 불참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마친 후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역대 대통령 신년인사회 초청에는 통상 야당 대표들이 초청에 응하지 않아왔다. 2014년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이후 참석 사례가 늘었다. 여야 관계와 정치권 상황에 따라 참석 여부가 결정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신년인사회에는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불참했다. 위안부 문제 협상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 활성화 2법과 노동개혁 5법 등 쟁점 법안으로 대치 중인 상황을 감안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불참했다. 1년 전인 2022년 신년회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했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는 한 해가 되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야권에선 여야 협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민주당 지도부의 신년인사회 불참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3일 라디오에서 "국가의 첫날을 시작하는 큰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고, 그게 원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야당은) 가면 참 '개밥에 도토리'다. (초청에 대한) 성의가 부족하면 (가기) 그렇다. 사람 사는 이치가 그런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갔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충분히 그(안 간) 심정도 이해가나 종이를 보냈다든지 전자로 보냈다든지 하면 참석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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