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은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를 연이어 치르면서 정치권 대립이 어느 때보다 팽팽했다. 표심을 잡기 위한 입법 신경전도 뜨거웠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회기 기준 393회부터 401회까지) '입법 공장' 국회가 내놓은 의원·상임위원장 대표발의 법률안은 총345건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따끈따끈한 민생 법안들을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매년 헷갈렸던 나이 계산법도 2023년 '만 나이'로 통일된다. 옳지 못한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가 도입된다. 스토킹 범죄 이력이 있는 이는 공무원 임용이 한시적으로 제한되고,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한층 두터워질 전망이다. 사육과 관리 의무를 하지 않아 동물을 아프게 하면 처벌받고, 해수욕장 등에 '알박기 텐트'는 지방자치단체가 철거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막아야"...국가·지자체 '예방 책무'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을 향해 갈 무렵, 전국을 들썩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4일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가해자 전주환이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한 것이다. 전주환은 3년 가까이 피해자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했고, 스토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9년형을 구형받자 앙심을 품고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뒤늦게 나섰다. 지난해 4월 국회에 발의됐으나 법안 심사를 미뤄왔던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을 신속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넘겼다. 해당 법안은 스토킹 예방·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로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법안은 스토킹 예방과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중점을 둔 것이다.
우선 국가와 지자체는 스토킹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필요한 상담, 직업 훈련, 의료·법률·주거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스토킹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징계 등 불이익 조처를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스토킹'의 정의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토킹 범죄'는 물론 한 차례의 스토킹 행위도 포함했다. 예방을 위해 여성가족부는 3년마다 스토킹 방지 정책 수립을 위한 스토킹 실태를 조사하고, 국가와 지자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도 스토킹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 법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하반기(공포 후 6개월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스토킹 행위'를 하면 공직 사회 진출도 어려워진다. 구체적으로 스토킹 범죄와 온라인 음란물 유포죄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이는 '형이 확정된 후 3년간' 국가 및 지방 공무원에 임용되지 못한다. 이미 공직에 재직하고 있으면 퇴직 처분된다. 그동안 현행법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스토킹 범죄 전력은 공무원 결격 사유에 빠져 있었다. 신당역 사건 발생 이후 15일 만에 관련법이 발의돼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은 올해 1월께(공포한 날)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 사육 의무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형
올해 4월 27일부터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된다. 동물보호법 제정된 지 31년 만에 두 번째 전부개정안이다. 기존 55개 조가 101개 조로 늘어날 만큼 법률이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개정안은 소유자의 동물 사육·관리 의무를 명시하고, 이를 어길 시 동물학대로 처벌할 근거를 마련한 점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고통이나 상해를 입히고 죽음에 이르게 했을 때만 동물학대로 간주했지만 개정안은 '최소한의 사육공간 및 먹이 제공 등 소유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나 질병을 유발'(제10조 4항의2)한 것까지 포함했다. 이처럼 사육과 관리 조항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민간동물보호시설(사설보호소)에 신고제를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피학대동물 보호 시설을 운영하려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고, 관련 시설 및 운영기준을 지키도록 해 사설보호소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취지다. 이 외에 맹견사육허가제를 도입해 맹견의 기질평가를 거쳐 사육허가를 결정하도록 했고,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제도 마련했다.
다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개정안에는 학대자가 동물학대로 처벌받은 뒤 동물을 다시 키우지 못하게 하는 '사육금지처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소유자의 사육 관리 의무 대상을 '반려동물'로 한정하고 있어 동물 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개농장은 처벌하기 어렵다.
동물단체는 학대자의 사육금지 처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주은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통화에서 "동물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의견서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적극 의견을 개진했었다. 동물 학대자에 대해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이야기했는데 법리적인 다툼이 있어서 (이 조항은) 빠진 채로 통과됐다. (사육 금지 처분이) 왜 중요하냐면 동물 학대자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동물을 내어주지 않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이 사람이 다시 동물을 키울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시행되는 전부 개정안으로) 사설 보호소들을 제도권으로 포섭했다. 그동안에는 사설보호서를 잘 운영하려고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도 있고 물건 수집하듯 동물들을 수집하고 방치하던 보호소들도 있었다. 지자체에서 시설 운영 기준을 제시하고 이게 어려우면 지원까지 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을 마련한 건 의미있다"고 했다. 이어 '맹견 기질평가제'도 호평했다. 신 활동가는 "그동안 개 물림 사고가 나면 항상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사실 개가 물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건 견주다. 개 물림 사고의 원인을 찾는 게 필요한데 국가가 제도화했다"고 평가했다.
◆'알박기 텐트' 방치하면 지자체가 없앤다
전국 해수욕장의 무료 야영장이나 공영주차장에 텐트나 캠핑카 등을 무단으로 설치하고, 이를 장기간 방치하면서 특정 개인이 독점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 같은 '알박기 텐트'가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수욕장 텐트 알박기 금지법(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해수욕장에 야영용품이나 취사용품 등을 무단으로 설치 또는 방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관리청이 행정대집행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법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알박기 텐트'에 대해 제거 또는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통화에서 "(관련해) 우리 의원실에 민원이 많이 들어왔었다. 그래서 의원실에서 지자체 등에 상황을 파악해서 법을 만들었다"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요즘 레저 문화 이용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관공서나 지자체에서 오래 점유하고 있는 텐트는 철거해서 공공시설을 여러 사람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신고하면 지자체 포상금
올해 부터는 거리에서 시끄러운 오토바이도 확연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안'은 소음인증·변경인증을 받은 이륜차 제작자에게 인증 시 배기소음 결괏값을 이륜차에 표시토록 하고, 실제 이륜차 운행할 때 소음이 이 표시 값보다 5데시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증 시 배기소음 결괏값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2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륜차 소음은 주로 소음기나 소음덮개를 떼 버리거나 경음기를 추가로 붙이면서 발생한다. 소음방지장치 불법 개조는 현행법으로도 금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개정안은 해당 금지 행위를 한 자를 신고·고발하면 지자체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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