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친문 적자' 김경수, 521일 만에 특사 출소...향후 행보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사면됐지?
-맞아. 지난 28일 0시였어. 김 전 지사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창원교도소 문을 열고 수감 521일 만에 나왔어. 김 전 지사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고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지. 김 전 지사는 맨 앞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부인 김정순 씨와 포옹을 나눴고,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을 비롯한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에게 악수를 청했어. 김 전 지사는 곧 취재진 앞에 서서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며 소회를 밝혔지. 원치 않았던 사면이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거야.
-김 전 지사는 신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거였잖아. 사면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 이유는 뭐야?
-앞서 김 전 지사는 사면 가능성이 불거지던 때 부인을 통해 '가석방 불원서'를 공개한 바 있어. 당시 김 전 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지. 자신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의 명분이 된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거야.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김 전 지사를 이 전 대통령과 나란히 사면 명단에 올렸지. 김 전 지사는 "(윤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는데 통합은 이런 일방통행,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강조했어. 또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며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했지.
-김 전 지사를 보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나 민주당 관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며?
-응.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기 위해 김 전 지사를 이용한 거라며 분노했어. 한 지지자는 "나오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빼내는 이유가 뭐겠냐. 우리가 이런다고 좋아할 거 같냐"며 "복권도 안 시켜주는 윤 대통령의 검은 속이 뻔히 보인다"고 말했지.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형 면제로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4년 총선뿐 아니라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어. 한경호 민주당 진주을 지역위원장은 "이 전 대통령부터 국정농단 세력들까지 모두 풀어주는 게 국민 통합이냐"며 "국민 저해다. 이런 식으로 통합을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 출소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어림잡아도 100명은 넘어 보이더라고. 민홍철, 김정호, 김영배 의원 등은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도 현장을 찾았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보였지.
-지지자들이 외친 구호를 두고 말들이 나왔다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경수는 무죄다"라는 구호였어. 29일 김 전 지사가 출소 후 첫 일정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을 때도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지.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어. '아무리 그래도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비판이 나왔지. 김 전 지사에게 '지지자들은 무죄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려 했지만 김 전 지사는 출소 때 질의응답을 갖지 않았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을 때도 "가족들과 시간을 좀 갖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기회가 되면 말씀을 드리겠다"고만 했지.
-김 전 지사는 당분간 개인 일정을 가진다고 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곧 만날 계획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는 출소 당일 통화를 했다고 하더라고.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의 추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어. '친문 적자'라는 배경과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이력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친문계'(친문재인계)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지. 현재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어수선한 상황인 만큼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앞으로 김 전 지사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되네.
◆"尹 가족부터 물어보라"던 이재명, 참모들과 '檢 소환' 입장 깜짝 발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 둘째 주에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하네. 그동안 '정적 제거'라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는데, 출석하기로 결정한 배경이 궁금해.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이 대표에게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28일 검찰에 출석해달라고 소환 통보한 건 지난 21일이야. 이 대표는 22일 '고향' 안동에서 지지자들에게 소환 사실을 먼저 알렸어. 이때만 해도 "지금 야당 파괴하고 정적 제거하는 데 힘쓸 때인가" "(윤석열 정권은)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몰상식한 정권"이라고 반발했어. 이 대표는 지난 23일 강원 현장최고위에서도 "혐의도 뚜렷하지 않은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이냐 물을 것이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받을 것이냐를 먼저 물어보라"라고 반문했지. 그래서 정치권에선 첫 번째 소환 때처럼 서면조사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나왔어.
-민주당 최고위원과 스피커 의원들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 발언들을 했어. 친이재명계인 안민석 의원은 이 대표 측과 교감이 있었다면서 "(이 대표는) 소환에 불응할 것이다, 거기에 500원 걸어도 된다"라며 확신하듯 말하기도 했어.
-하지만 당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들 말을 들어보면 상황은 좀 달랐던 듯해.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의지가 강했다고 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만류했고. 민주당은 검찰이 출석 요구한 28일을 이틀 앞둔 26일 오전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어. 28일은 예정된 지역 일정이 있어서 출석이 어렵다는 말만 했을 뿐, "향후 문제에 대해선 검찰에서 또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는 게 입장이었어. 그러다 당일 오후 5시 넘어서야 취재진에게 '5시 30분쯤 이 대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공지한 거야. 취재진은 다들 '검찰 출석하겠다는 발표겠구나'라고 예상했어.
-당대표실 앞에서 기다렸는데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출석 여부에 대해서만 대표 입장만 말할 거고 질의응답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일러줬어.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가'라는 물음에는 "아니다. 출석 여부를 본인이 직접 말씀하신 적은 없지 않나"라고 했어. 입장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란 뜻으로 읽혀서 취재진이 당황하던 가운데 이 대표가 나오더라고. 혼자가 아니었어.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호위무사'처럼 이 대표 옆에 나란히 섰어. 이어 이 대표는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면서 조사의 일시와 방식은 검찰과 추후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어.
-다소 모호한 입장에 '검찰 출석 가능성이 높나'라고 취재진이 물었지만 이 대표는 "대변인에게 확인해보라"라면서 끝내 말을 아꼈어. 대변인도 "검찰 측과 추후 협의할 것"이라고만 하더라고. 하지만 이미 이때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대한 마음을 굳혔던 것으로 보여. 박홍근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이 대표의 '출석 결단'이 국민의 걱정과 당원의 응원 속에서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 부당한 탄압을 이겨낼 힘이 될 것"이라고 했어. 출석하기로 입장을 정했다면 브리핑에서 분명하게 밝히면 좋았을 텐데 왜 그러지 않았는지 궁금해. 또 브리핑 당시 이 대표 옆에 서 있던 참모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당대표실로 들어갔는데, 이 점도 의아하더라고.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대표,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웃음).
-이 대표가 검찰 출석하기로 한 배경에는 '사안'이 첫 번째 소환 때와 다르다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아. 지난 9월 첫 소환통보는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였어. 이때는 당내에서도 '검찰의 말꼬리 잡기'이고 '대선 후보 때 사건은 당의 문제'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는데, 당내 의견을 들어보니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 시장 시절 때의 일이라 당과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어. 또 이미 첫 소환통보 때 의원총회를 거쳐서 불응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하면 여권의 '이재명 방탄' 공세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에 차단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던 듯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여러 수사가 남아 있어서 새해에도 이 대표는 토끼처럼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낼 것 같네. 정치권은 검찰이 이 대표 검찰 출석 후 당대표실을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 청구,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어. 검찰의 압박과 이 대표의 대응이 야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봐야겠어.
◆ '신현영 방패'→'용혜인 방패'...與, 방탄 국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내년 1월 7일로 종료돼. 이제 일주일 남은 셈이지. 그런데 결과보고서 채택은커녕 청문회조차 제대로 열기 어려운 상황이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지?
-지난 29일에 있던 2차 기관보고에서 일이 터졌어.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보좌진의 회의장 촬영을 문제 삼았어. 전주혜·조수진 의원의 대화를 몰래 촬영했다고 말이야. 용 의원의 공개 사과와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저녁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어. 2차 기관보고는 그렇게 파행됐지.
-용 의원은 뭐 때문에 촬영했는데?
-용 의원은 통상적인 의정활동 기록이라고 해명했어. 용 의원 측은 이를 문제 삼는 건 조 의원이 용혜인 의원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야.
-안 좋은 감정?
-지난 27일에 용혜인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거든. 유가족들이 여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퇴장하는데, 조수진 의원이 유가족을 향해 "(야당과)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고 비아냥댔다는 거야.
-27일이면 1차 기관보고가 있던 날이네. 1차 기관보고에서 여당에서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탑승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
-맞아. 여당 의원들은 총 28번의 질의에서 11번을 신 의원 이야기에 쏟았어. 시간으로는 126분 중 40분이야. 야당은 여당의 이같은 태도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방탄을 위해서라고 비판하고 있지.
-유가족들도 이에 비판했어.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3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진상규명에 아무 관련도 없는 신 의원의 닥터카 탑승을 가지고 아까운 시간을 다 소비하고 있었다"고 지탄했어.
-특위 활동 기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야. 특위는 11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가 처리되면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어. 합의에 따라 예산안 처리 뒤에 실질적인 국정조사가 이뤄지기로 했는데,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특위 활동도 늦어졌잖아.
-늦게 시작한 데다 2차 기관보고가 파행되서 향후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어. 당초 1월 2일부터 청문회를 세 차례 진행하기로 했거든. 그런데 1월 4일과 6일 두 차례로 줄었지. 3차 청문회는 날짜도 잡지 못했고. 다음 주에는 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두고 공방을 이어갈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돌아간 MB…친이계 장제원 의원이 없네?
-한편 이번 주 눈길을 끈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대병원을 퇴원해 자택으로 돌아갔지?
-맞아. 이 전 대통령은 30일 오후 서울대병원 퇴원 뒤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어.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252억 원을 빼돌리고 삼성에게 소송비 89억 원을 대납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이 확정됐으나 지난 28일 신년 특사로 사면·복권됐어. 이번 조치로 이 전 대통령은 잔여 형기와 벌금 82억 원을 면제받았고, 형집행정지 기간을 빼면 실제 수감 기간은 약 2년7개월 정도야.
-자택 앞에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모였다고?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윤한홍, 조해진, 류성걸, 박정하, 태영호 의원이 자리했어. 특히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지지자와 한 명씩 악수했어. 그런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없었어. 친이계로 분류되는 장 의원은 과거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도 자택을 찾았었던 것으로 기억해. 그런데 이날은 보이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이 전 대통령이 자택에 들어가지 전 대국민 메시지도 내놓았지?
-이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서 심심한 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5년 동안 많은 분이, 특히 젊은 층이 저를 성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이제 새해가 왔다. 지난해도 국민들이 많이 힘드셨다. 코로나로 지난 3년간 국민 여러분, 기업 하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셨다. 크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 새해를 맞아 세계적 위기를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어.
-또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다시 경기 번영을 통해 국민 모두가 특히 서민층이 일자리를 얻고 복지가 강화되는 그런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저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기도하면서 역할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며 밝혔어.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번영을 위해 기도하며 역할을 하겠다는데 과연 이 말이 정치권에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가 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