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내년 3월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는 경선 규칙 개정을 공식화했다. 당원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현행 룰을 '당심'에 집중시킬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친윤(친윤석열)계'가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비윤(非尹)계'의 반발이 거세다. 당내 힘겨루기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대위는 오늘부터 정당민주주의를 확고히 할 전당대회 개최 방안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정당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한 전당대회 룰 개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를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단결과 전진의 축제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당원 투표 결과를 100% 반영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 위원장은 "책임당원들에게 당의 미래와 방향을 결정할 지도부 선출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유럽의 내각제 국가든, 미국의 경우든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전당대회는 당원의 총의를 묻는 자리이지 국민의 인기를 묻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1년 6개월 전 전당대회 때 우리 당 책임당원은 28만 명이었으나 현재 우리 책임당원은 79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며 "우리 당 20·30대·40대 당원은 전체의 33%로 50대 이상 연령층 책임당원이 절대다수인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에게 불리하고 누구에게 유리한 당원 구성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도 지도부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이날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100%까지 높이는 것에 찬성 의견을 모았다. 초선의 이인선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적절치 않다는 극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거의 당원 비중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나아가 (당원투표) 100%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전당대회 규칙 개정에 동력을 얻었으나, 일부 당권주자들도 혹시 모를 유불리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한 당권주자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룰을 바꾸게 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지도부가) 어떤 사람을 배제하려, 혹은 누구한테 유리하게 하려 룰을 바꾸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미 일부 당권주자는 룰 개정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은 줄곧 당원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현행 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상현 의원도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것을 전제로 현행 규칙에 긍정적이다. 잠재적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룰 변경에 부정적이다.
여론조사상 강세를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룰을 개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김웅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당은 2004년 이후 18년간 국민여론조사를 50~30% 반영해왔다"며 "그 18년간의 전당대회는 당원의 축제가 아니라 당원의 장례식장이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전대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포비아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도 통화에서 "비당원들이 당 대표 선출에 참여한 지가 오래됐는데,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룰을 바꾼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라며 "유 전 의원의 여론이 좋게 나오니까 그걸 막으려 하는 게 아닌가,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실린 누군가가 당 대표로 선출되게 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는 지난 12~14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부문에서 유 전 의원이 2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7%), 나경원 전 의원(5%), 김기현 의원(3%) 차례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안 의원이 13%로 선두였으며, 나 전 의원(11%), 유 전 의원(10%)이 뒤를 이었다.
차기 전당대회 룰이 당원투표 100%로 바뀐다더라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윤심'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정 위원장이 말한 1년 6개월 전 이준석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당원이 40~50만 명 증가한 것"이라며 "(당원투표 비율을) 100%로 하더라도 예상 밖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친윤계 쪽에서 너무 일방적인 부분이 있고, 국정조사 등 당내에서 험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하더라도 100% (친윤에)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책임당원들이) 이런 식이면 다음 총선에서 질 수도 있다는 경계심에 (당에) 경고 메시지를 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