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5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맞이한 가운데 김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재차 중재안을 제시했다. 현재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법인세율에 대해 김 의장은 최고세율인 25%를 1%포인트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그동안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두 분께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함께 어려운 협상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법인세 인하 문제와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둘러싼 쟁점들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 일괄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의장은 먼저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들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으로 담을 것을 제안한다"며 "639조 원의 예산안 중 5억여 원 차이를 좁히지 못해 타협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은 민생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명분싸움만 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는 "3%포인트 인하 2년 유예를 주장한 '김진표 중재안'이 어렵다면 단 1%포인트라도 인하하여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속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 경우, 지방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첨단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경감 조치를 별도로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 처리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위기관리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보여주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충정에서 의장으로서 마지막 중재안을 제시한다"며 "두 분 원내대표께서 진지하게 검토해서 오늘 중 합의 시한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해달라"며 "저희들은 의장이 제시하신 중재안 가지고 다시 협의해서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법인세 인하는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하는거지 '부자 감세'가 아니다. 선순환을 이뤄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고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며 "기관을 시행령으로 설치한 것이 위법이라 판정되면 그땐 당연히 예산 떠나야겠지만 그 전엔 (설립) 효력이 있다. 효력이 있는 기관의 지출·사업비를 주지 않는다는 건 논리상 맞지 않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의장께서 예비비에 넣어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예비비 넣을바에야 제대로 넣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도 "의장께서 고심 끝에 마지막으로 제시해주신 이 중재안인 만큼 민주당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검토해보겠다"면서도 "다만 손뼉이 맞아야 소리 나지 않나. 예산안 처리 요건은 정부·여당이 쥐고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어떤 입장 갖고 나오는지를 저희는 우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장의 제안이 또다시 정부·여당에 시간끌기용으로 이용돼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당이 협치 정신으로 함께 수정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예산 원칙 근간만 해치치 않으면 타협할 의향이 있다. 모든 쟁점을 일괄 타결했으면 한다"면서도 "그렇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정안을 본회의에 발의할 수밖에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회동이 끝난 뒤 양당 원내대표는 각각 기자들과 만나 "의장 중재안에 대해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