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연말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며 야당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 전 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명징한 가석방 불원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를 떠나 그가 출소한 이후 민주당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로 '단일대오' 균열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친문·친노계 결집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김 전 지사의 복권이 무산된다면 정치 활동에 있어 원외인사로서의 '현실적 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8일쯤 연말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유력한 가운데, 김 전 지사도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며 그의 복권 여부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특별사면과 복권은 헌법 79조가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특별사면이란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것이고, 복권이란 형의 선고로 상실된 자격(피선거권, 취업제한 등) 등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대상자를 사면만 할지, 사면과 복권을 동시에 할지는 대통령의 판단이다.
김 전 지사는 '친노' '친문' 적통 인사로 분류된다.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 당시에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보좌를 맡으며 '마지막 비서관'으로도 불렸다. 또 김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대변인을 맡았고, 대선 선거운동 당시 문 전 대통령을 24시간 밀착 수행해 '복심'으로 불렸다. 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전 지사는 민주당 원내 협치부대표직에 이어 2018년 경남지사에 당선되며 '잠룡 대선주자'로 몸집을 키운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지사의 형기는 오는 2023년 5월 4일에 만료된다. 만일 김 전 지사가 복권 없이 사면된다면 오는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복권이 없다면 김 전 지사는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번 특별사면에서 이 전 대통령은 사면과 복권이 모두 이뤄지고,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전 지사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배우자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서면으로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형기가 5개월 남은 자신과 15년 남은 이 전 대통령이 함께 대상자에 오른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김 전 지사의 아내 김정순 씨는 13일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그의 가석방 불원서 내용을 공개했다. 김 전 지사는 "처음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문건임을 창원교도소에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며 "그럼에도 이런 제 뜻과 무관하게 가석방 심사 신청이 진행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김 전 지사의 사면·복권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사면용 '끼워넣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기와 비교해 '형평성'에 맞는 특사가 이뤄지려면 김 전 지사의 복권 문제까지 해결돼야 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김 전 지사 사면에 관해 '구색 맞추기·생색내기용'일 뿐이라고 힐난하며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에 나설 것이라면,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게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과 복권도 동시에 추진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다. (김 전 지사의) 형이 5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혜택을 볼 이유가 없다"며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저쪽(정부와 여당)에 위협이 될 테니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 아닌가. 복권을 지켜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이 전 대통령(특사)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복권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친문 복심'인 김 전 지사의 사면·복권이 이뤄질 경우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지사가 결집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로 당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통합'의 이미지를 가진 김 전 지사가 당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온다. 이 대표 당선 이후 목소리를 낮추며 활동을 자제해왔던 친문·비명계 의원들도 김 전 지사의 정치계 복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김 전 지사는 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 대표 지지자들과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아이콘이다. 비명·친명계도 다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라며 "김 전 지사가 흩어진 '문심'(文心)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적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권 여부를 떠나 김 전 지사가 출소 이후 야권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내 인사들은 김 전 지사의 '정치계 재입성'이 계파 문제를 떠나 당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거라는 예측을 내놨다.
안민석 의원은 1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김 전 지사가 비명계 구심점이 될 거라는 예측과 김 전 지사 복권 여부와 관련해 "김 전 지사는 PK(부산 경남)를 기반으로 하고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적자'의 성격이 있다. 이런 대권주자가 생기면 당의 외연이 확대된다"며 "저는 분열적인 시각보다 당이 더 든든해지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대표도 김 전 지사 복권을 원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되면 당내 중심 인사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설령 '계파' 얘기가 나오더라도 민주당이 분열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다양한 대권 주자들이 나오는 건 좋은 것 아니겠나.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친명계 대부분 의원들도 당내에서 (이대표 외에) 잠룡이 나오면 더 좋은 것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호랑이 한마리 더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질적으로 복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김 전 지사가 원외 인사로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전 지사를 중심으로 친문계가 뭉칠지에 대해서는 복권이 안 된 상태이기 떄문에 미리 생각하기보다 일단은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두고봐야 할 문제"라며 "복권이 정리 안 된 상태에서 김 전 지사가 정치활동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세미나·사적 모임 등) 정치를 한다고 해도 효율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김 전 지사 출소 전까지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