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독 국정조사 한다지만…'반쪽짜리' 무거운 부담


與 특조위원 사퇴…국정조사 진행 지지부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태원 참자 국정조사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국조특위 위원 전원이 사퇴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송다영 기자] 주말새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정국이 살얼음판이다. 국민의힘은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면서 '반쪽 특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여당은 야당과 협상 중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보면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를 두고 정부·여당을 압박하며 길어지는 예산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참여에 유동적인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 보이콧' 선언 여부에 대해 "우리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조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그런 절차와 달리 행안부 장관을 해임 건의를 했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의미해졌다"고 지적했다. 여당 국조특위 위원 7명(이만희·김형동·박성민·박형수·전주혜·조은희·조수진)은 전날 야당 단독 표결에 반발하며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예산 통과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할 것"이라며 국정조사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았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과 인터뷰에서 "보이콧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주 원내대표는 아직 예산안도 남아 있고, 민주당이 이 부분에 대해서 추후에 어떤 행동들을 이어갈지 우리로서는 아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보아가면서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하셨다. 아직 확정됐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두고 '국정조사 합의 파기'로 간주하고 있다. 민주당의 '직진' 결정에 여당 내부는 들끓고 있지만, 운신의 폭은 좁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두고 야당과 합의 도출이 필요한 데다 실제 국정조사를 보이콧한다면 자칫 역풍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여당이 불참하더라도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당 지도부 차원에서 사퇴 수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특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은 <더팩트>와 문자메시지에서 "주 원내대표님에게 별도로 들은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율사 출신 김형동 의원은 통화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인 오는 15일까지인데, 그 전날인 14일이라도 예산안을 합의 통과시킨 뒤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풀었으면 한다"며 "이 장관도 고집을 피우며 끝까지 버티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장관 해임 건의안 명분은 확실했다며 정부에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 건의안 본회의 통과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방기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에 첫 책임을 묻는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뜻, 국회의 뜻을 존중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인 서영교 의원도 같은 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협박용처럼 국정조사위원 전원이 사퇴할 거라는 협박은 국민의힘에 악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 단독 국정조사 강행 여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여당이) 사퇴를 했으면 가는 거다. (국민의힘을)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뭐가 있겠나"라며 야당 단독 진행 의지를 보였다. 서 의원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은 다음 단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의 '단계적 조치' 방침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와 관련해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다.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수본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이 장관 거취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조특위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 야당 단독 진행 의사를 밝히며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은 여당이 국조특위에 불참할 경우 야 3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조특위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12일까지 여당이 사퇴 의사 표현에 대한 결정을 내겠다고 했으니 기다리고 있다"라며 "(사퇴 의사가 계속된다면) 야3당끼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당의 반발 의사에 대해 "(여당은) 말(반발) 못한다"며 "자기들이 안 들어온대놓고 어떻게 반발하겠나. (야 3당은)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국정조사 진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반쪽짜리' 국정조사라는 부담을 안고 진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에는 국조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정기국회 종료 이후 특위 활동이 본격화될 예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전체회의에서는 국정조사 진행을 위한 증인 채택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야3당은 지난 1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이태원 희생자 유가족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개의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야 협의 없는 반쪽짜리 '개문발차(開門發車)'는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야당 소속 한 특조위원은 회의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예정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야당 특조위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는 희생자 유가족들도 여야 합의 이후 국정조사 진행을 원하고, 당장 야당 단독으로 회의를 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여야가 15일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산안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여당의 국정조사 보이콧 여부나 야당의 이 장관 탄핵소추안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한 단계 미뤄둔다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 이후에는 여야가 각각 후속 조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TBS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연동해서 예산안이 통과됐는데도 마지막까지 안 들어온다고 하면 야 3당 단독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예산안 처리 결과를 보겠다고 말했다. 또 우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국정조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가 같이 참여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야 협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13일 국조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정기국회 종료 이후 특위 활동이 본격화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회의는 개의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야당 국조특위 위원들의 회의 참석 사진. /이새롬 기자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돌입하기도 전에 여야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지지부진하면서 활동 기한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벌써 나온다. 국정조사는 여야 협의한 기한대로라면 지난달 24일 시작해 내년 1월 7일까지다. 오는 15일 예산안 여야 협의가 끝난다고 가정할 경우, 이미 절반 가까이 조사 기한이 흘러 버린 것이다. 여야는 본회의 가결로 국정조사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했지만, 현재 비협조적인 여당의 상황을 감안하면 조사 시한이 늘어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 소속 특조위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원만한 국정조사 진행을 위해 △국정조사 기간 연장 △투명한 정보공개 △대통령실 현장조사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국정조사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이후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진상규명이 가능하도록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하고 최소한 30일은 연장해야 한다"며 "빠르게 국정조사 특위에서 의결해 12월 내 임시국회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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