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잠식된 野, '정치 개혁' 만지작


개혁 동상이몽…직접 민주주의 확대 vs 양당제 종식

장경태 최고위원이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을 예고하며 혁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1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장경태 최고위원.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세대균형론'을 주창해온 장경태 당 정치혁신위원장이 나서면서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이재명표 인적 쇄신'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향후 당을 '민생과 정치개혁' 투트랙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5일 당은 고위전략회의 후 이같이 밝혔다. '일하는 국회' 등을 포함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대안 정당의 모습을 잘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 대표 취임 후 사법 리스크로 당 안팎이 어수선하면서 답보 상태였던 '정치개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장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정치혁신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제 국민과 당원 앞에 또 하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을 떼려 한다"며 "만 명의 국민과 천 명의 당원과 함께하는 만천하 혁신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출범식 일정은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1차 회의는 아마 다음 주 정도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일정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어 혁신 논의 대상에 대해선 "실무팀에서 과거에 있었던 혁신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다. (세대균형론과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이) 당연히 들어갈 것이고 당헌 당규 개정 사항, 당원 주권 문제도 다뤄질 것 같다. 또 선거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경태 혁신안'은 당원 권한을 확대해 이 대표가 강조해온 '당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17일 당대표 출마선언 당시 "국민·당원과의 직접 소통, 국민·당원의 적극 참여, 최대치의 민주주의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며 "전자 민주주의로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당원 지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지도부 모두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조만간 '장경태 혁신안'을 통해 당 개혁안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당 혁신안에는 당내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인적 쇄신이 핵심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온 스테이지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장경태 정당혁신추진위원장에게 혁신과제 1호 공모를 전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대표적인 방안으로 지난 8·28 전당대회 직전 쟁점으로 떠올랐던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 도입을 재시도할 수 있다. 앞서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는 '권리당원 전원 투표는 전당대회에 우선한다'는 당헌 개정을 시도했지만 비명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강성층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대표 권한을 키우는 도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강성 지지자 중심으로 권리당원 권한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같은 혁신안을 밀어붙일 경우 당내 충돌은 불가피 해보인다. 앞서 지난달 29일 비명계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당 '반성과 혁신' 토론회에선 당의 '팬덤 정치'와 '사당화'를 우려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전에 참여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은 "만약 당원 민주주의를 제도화시킨다면 당원의 권리행사 규정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당내 책임 있는 의사 결정에 참여하려면 정기적으로 토론을 어느 기준 이상 하는 당원이 권리 주체가 돼야 하는데, (당비) 1000원으로 (기준을) 하면 왜 일반 지지자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지 차별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춘숙 의원도 "완전한 대중정당을 염두에 둔다면 의사결정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게(권리당원 권한 확대) 해선 팬덤정치를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혁신안은 인적 쇄신안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출직 공직자 공천에서 특정 세대가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세대균형 공천'과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을 핵심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최고위원 출마 당시에도 "특정세대가 50%를 넘지 않는 '세대균형 공천제'를 시작해 정치교체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었다. '3선 연임 초과 제한'은 이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필요한 조치"라며 힘을 실었던 방안이다.

때문에 혁신안이 내후년 총선을 염두에 둔 '이재명표 인적 쇄신'의 사전 정지작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를 1년 넘게 남겨두고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지도부에서 지금 (쇄신안을) 본격적으로 꺼낼 상황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 대상이 될 확률이 높으니까 비명계일수록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혁신안에 양당 체제를 해소할 정치개혁안이 담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소선거구제 폐지를 촉구하는 정치개혁 2050 모습. /이동학 전 최고위원 측 제공

원내 1당의 정치 혁신안에 양당 독식 정치체제를 해소할 대책이 담길 수 있다며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지난 2월 의원총회를 열어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안과 △대통령 4년 중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정치개혁을 앞세웠다. 극단으로 치닫는 혐오정치를 종식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민주당 내 비명계는 물론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여야 청년 정치인들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기자회견을 통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소선거구제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개혁 2050'에서 활동하는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의 '혁신안' 추진 예고에 대해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 때 이 대표가 공약을 했던 내용이라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이라며 "양당의 정치 독과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민주당 입장에서 기득권을 내놓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그는 "(정치개혁의) 대책은 수십 가지다. 권역별 비례를 할 수도 있고 석패율제를 도입할 수도 있고 비례대표제를 늘릴 수도 있다. (입장에 따라 정치개혁의) 방점이나 동기는 다를 수 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대가 의회에 들어올 기회가 확대되는 방향에서 결과가 잘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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