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새로운 '대통령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21일 중단됐다. 첫 도어스테핑(5월 11일) 이후 194일 만이다. 표면적 이유는 최근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를 당한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이 원인이지만,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여야가 막판까지 조사대상 기관을 두고 힘겨루기를 한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방안에 친윤계가 '반대'표를 던지며, 이른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리더십 흔들기가 지속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한 윤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변호사들의 '심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허위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일정과 관련해 '빈곤 포르노' 등의 주장을 펼쳤다가, 대통령실의 형사 고발 조치를 당했다.
◆尹, 도어스테핑 중단…울고 싶은데 뺨 때린 MBC?
-윤석열 대통령이 21일부터 도어스테핑을 중단했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생긴 '대통령의 신문화'가 61회를 끝으로 사실상 멈추게 됐는데, 그 의미를 감안하면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아.
-맞아. 이 결정은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한 면이 있어 보여. 지난주 금요일(18일) 도어스테핑을 앞두고 대통령실은 더 많은 기자들이 윤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질문할 기회를 주기 위해 도어스테핑 공간에 '단상'을 새롭게 설치했거든. 단상 설치 작업은 윤 대통령 부부의 프놈펜·발리 순방 기간(11~16일) 이뤄졌어. 18일 도어스테핑은 순방에서 돌아온 이후 첫 브리핑이자, 단상 설치 후 첫 브리핑이었지. 그런데 이날 도어스테핑 이후 갑자기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어.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게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MBC가 가짜뉴스로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어. MBC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뒤 집무실로 이동하는 윤 대통령에게 한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재차 따지듯이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어.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후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대신 해당 기자에게 "(집무실로) 들어가시는 분한테 왜 질문을 하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MBC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해당 MBC 기자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은 그다음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어. 2시간가량 뒤 대통령실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 서면 브리핑을 냈어. 10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각 이유 마지막은 모두 '이게 악의적입니다'였어. 대통령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해명을 했고, 왜 부실한 해명인지는 이미 여러 차례 다뤘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고.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불거졌어.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실 기자단 풀사 간사단에 해당 MBC 기자 징계를 위한 '출입기자단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어. 대통령실이 '의견 요청에 참고가 될 상응 범주'로 제시한 조치는 MBC 소속 해당 기자에 대해 '출입기자 등록 취소(이 경우 해당 언론사는 1년 이내 출입기자 추천 불가)', '대통령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였다고 해.
-도어스테핑은 새 정부에서 처음 생긴 것이기 때문에 관련한 규정이 없어. 그래서 두 달 전쯤 풀사 간사단에서 대통령실에 규정을 만들자고 제안을 했지만, 아직까도 대통령실에선 어떤 응답도 없었다고 해. 그런 상황에서 규정에도 없는 도어스테핑 때 MBC 기자가 항의성 질문을 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강력한 징계를 하려고 하니, 사실상 협조하라'는 요구를 하니 간사단은 "이번 사안은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해 어떤 의견도 내지 않기로 했어. 이런 입장은 20일 오전 대통령실로 전달했다고 해.
-공교롭게도 이날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공간에 '가림벽'을 새롭게 설치했어. 이에 따라 기자들은 이제 1층 출입구로 누가 드나드는지 전혀 볼 수 없게 됐지.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보안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설치하게 됐다"며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하다고 했는데, 다음 날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전격 발표했어.
-이를 시간순으로 보면 '18일 도어스테핑 전 기자들과 소통 강화를 위한 단상 설치→18일 도어스테핑서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 질문 및 비서관과 설전→대통령실,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 서면으로 제시→해당 MBC 기자에 대한 징계 검토→20일 풀사 기자단, MBC 기자 징계에 대한 협조 사실상 거부→20일 도어스테핑 공간에 가림벽 설치→21일 도어스테핑 중단 발표' 등으로 요약돼. 3일 사이에 '소통 강화'에서 '전면 소통 중단'까지 상당히 즉흥적·감정적으로 도어스테핑에 인식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발표하면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어.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 된다면 재개가 아니라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지. 앞으로 도어스테핑이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 재개되지는 않을 것 같아.
-대통령실이 말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집무실로 이동하는 대통령에게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두 차례나 물었다는 거야. 그런데 앞서도 발언을 마치고 돌아가는 대통령에게 질문한 사례는 있었어. 윤 대통령은 대부분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지만, 어떤 때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답한 적도 있어. 그런 사례가 있는데 이번에 이렇게 대처하는 것을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어.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그간의 행보를 보면 '대통령이 할 말을 마치고 이동할 경우 기자들은 질문하지 않는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거듭해서 하지 않는다' 등을 기자들이 지켜줄 것을 요구하지 않을까 싶어. 이럴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물론 도어스테핑 재개와 관련해선 각사마다 입장이 다를 거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 재개와 관련해 "여러 기자의 의견을 계속 듣고 있고, 대통령과 언론, 더 넓게는 국민 사이에 더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적 방향을 찾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폭넓게 의견을 듣고 있다. 다만 현재 (특정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고민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어.
-다만 대통령 스스로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언급한 것을 이렇게 급작스럽게 중단하면서, 'MBC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어. 이미 대통령실 안팎에선 '지지율을 깎아 먹는 도어스테핑을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MBC 기자 질문 및 설전을 계기로 '잘됐다'고 중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와. 울고 싶은데 MBC가 뺨을 때려줬다는 거지.
-윤 대통령이 강조한 소통은 일반적인 '소통'과는 다른 측면도 있었어.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야. 지난 7개월 대통령과 기자들은 이런 소통을 해왔던 것일까. 소통을 외치며 '진짜 소통'을 해왔는지, 소통을 가장한 일방적 국정 '홍보'에 주력한 것은 아닌지까지도 이번 기회에 대통령실에서 제대로 점검을 해봤으면 해.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에 대한 여론은 어때?
-한국갤럽이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40%,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중단 쪽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어. 대통령실 안팎 분위기와 여론을 종합해 보면 현 상황에서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친윤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막판까지 발목잡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24일 시작됐어.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까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지?
-맞아. 막판에 국민의힘에서 조사대상 기관에서 '대검찰청'을 제외하자고 주장했어.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마약 수사 인력 운용과 대검찰청이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야. 갑작스러웠지.
-전날인 23일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에 있는 내용인데, 그 때문에 오전에 열리기로 했던 특위 첫 회의가 파행됐어. 결국 '대검찰청 마약 전담 부서'로 한정했잖아.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는 대통령실 의중이라고 봐도 무방할까?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어. 표결 때 친윤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윤한홍, 김기현, 박성중, 이용 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졌어. 독자적인 판단이라고는 하지만 말이야.
-당 지도부에서는 '잘한 협상'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던데. 야 3당이 낸 국정조사 계획서에는 대통령 경호처와 법무부가 포함돼 있었잖아. 국회 의석 구조상 여당 없이도 국정조사를 강행할 수 있는 데다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야당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말이야.
-주호영 원내대표 리더십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 같아.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걸 하루 만에 뒤집었으니. 사실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의 '주호영 흔들기'가 처음은 아니잖아.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논란이 됐어.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가 이들을 퇴장시켰는데, 장제원·이용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했지.
-검경 수사권 조정 때가 생각나. 권성동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가 합의한 게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졌어. 다만 그때와 좀 다른 게 이번엔 친윤계의 주장이 관철이 안 됐어. 친윤계의 당 장악력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지. 내부 분열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된 게 아닌가 싶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안팎의 낮은 대통령 지지율도 지속되고 있고. 차기 총선 공천권과 직결된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갈등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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