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협상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국정조사를 피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반면 "정쟁에 휘말려 수사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친(親)윤계의 강한 반대 속에 본회의 통과를 두고 "친윤계의 당내 영향력에 균열이 생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24일) 본회의에서 기권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합의안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저희들은 시종일관 강제력 있는 경찰수사 지켜보고 국정조사 해야하지, 그렇지 않으면 정쟁에 휘말려서 수사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국정조사에 반대해왔다"며 "세월호 때도 그렇고 국정조사가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 제대로 진상규명을 한 사례가 없다. 정쟁만 난무하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만 되풀이될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조사대상 기관에 대검찰청이 포함된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홍 의원은 "대검찰청에 마약 담당하는 부서가 강력·부패 수사부"라면서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라고 짚었다. 그는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대검 국정조사가 자칫 이 대표 수사에 충분히 영향 미칠 수 있다"며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지도부가 협상할 때 처음부터 제외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여당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어제 여야 의원들이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대검찰청을 제외할지 여부로 진통을 겪으며 한때 특별조사위원회의 첫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여당은 "참사 당일 경찰의 마약수사 인력 운용과 대검찰청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하루만에 달라진 입장을 두고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본회의 일정을 미루고 간사 협의 끝에 대검찰청은 마약 수사 부서에 한하는 걸로 합의를 이뤘다. 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은 합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어 열린 본회의에서 합의안은 재적 의원 254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3명, 기권 21명으로 의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 중에 장제원·윤한홍·이용 의원 등 친윤계로 꼽히는 인사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여당은 의원 각자의 의견이라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실 기조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실은 이날 25일 "국정조사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밝혀 불편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여당은 당초 '경찰 수사결과가 나온 후 미진한 점이 있으면 국정조사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 예산안 처리에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 등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를 피할 수는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기자회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친윤계 의원들의 강한 반대 속에 당내 여론이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친윤계의 당내 영향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과의 인터뷰에서 "친윤계의 주호영 흔들기도 있지만 거꾸로 그런 것들이 잘 안 먹혔다"며 "친윤들의 주장이 관철 안 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정조사 통과를 계기로 친윤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윤 대통령이 친윤을 통해 당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방식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에 국조 합의를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의 충돌이 다른 문제로 외화되고 또 의견 충돌이 더 확장될 가능성들이 크다. 그래서 분열이 조금 더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게 당겨진다는 이야기는 '윤 대통령의 얼굴로 계속 우리가 선거 치를 수 있겠냐', 또 '국민의힘이 정치를 할 수 있겠냐', 이런 문제의식 속에 (분열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