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교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9월 취임한 루토 대통령은 케냐 대통령으로선 32년 만에 방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51분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루토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케냐도 가뭄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는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케냐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동아프리카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 국가다. 1964년 수교 이래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우리나라와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전통적인 우방국"이라며 "케냐는 동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관문이자 물류 중심지로 많은 우리 주요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아프리카 핵심 협력국 중에 하나다. 오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이러한 교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희망하며, 각 분야 협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루토 대통령은 "저희는 한국 측이 보여주신 진정한 친선과 형제애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저희 양국은 역사적인 유대 관계를 가져왔고, 이는 다자주의를 비롯한 공통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루토 대통령은 "케냐가 1964년 독립한 이래 이런 관계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고, 이러한 관계는 양국이 상주 대사관을 아무런 차질 없이 계속해서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은 서로의 관계를 확대하고 잘 가꾸기 위해서 노력해왔고, 이를 통해서 사회 경제적인 발전에 상호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했다.
양 정상의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선 에너지, 방산, 식량안보, 원자력,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케냐 에너지와 방산 분야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요청하는 한편, 우리나라가 개발한 새로운 벼 품종 지원을 통해 케냐의 식량안보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루토 대통령은 사의를 표하면서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93%에 이르는 케냐는 또 다른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의 도입에 관심이 크다"며 "이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한 루토 대통령은 "나이로비시(케냐 수도)에 한국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과 버스 환승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길러진 인적자원과 정부 주도의 효율적인 개발전략을 통해 빠른 시간에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모범 사례인 만큼 케냐의 의료 및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한국의 관심과 협력을 요청하고, 케냐산 농산물의 한국 수출 확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동아프리카 경제의 관문인 케냐 발전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협력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며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2024~25년) 선거에서 우리나라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정상회담 직후 양국은 '2022-2026년 대외협력기금(EDCF) 10억 불 차관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이 부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이번 기본 약정 이행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농업 현대화 분야 등에서 기여 외교를 확충하는 한편, 우리 기업들의 케냐 진출 지원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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