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정치탄압' 외치지만…목소리 높이는 비명계


'당헌 80조' 논란에 '이재명 퇴진론'까지 재차 불거져
당 '금투세 조건부 유예' 방침에도 반발

더불어민주당은 고조되는 사법리스크에 일관되게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당헌 80조 적용 등 적극적인 대응이 없다는 당내 불만이 쌓이고 있다. 22일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조되는 사법 리스크 대응을 두고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일관되게 '검찰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며 규탄하고 있지만,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측근에 '당헌 80조'를 적용하는 등 당 전체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내에선 '이낙연 조기 귀국설'과 '이재명 퇴진론'도 다시 불거졌다. 당내에선 일축하고 있지만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22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참석, 노웅래 의원 수사 등 현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검찰의 야권 인사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윤석열 정부가 야당탄압에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방불케한다. 그 대상도 전직 대통령부터 야당 대표 주변 인사,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가리지 않는다. 확증과 물증은 없고 갑작스레 번복된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한 명백한 정치 기획 수사"라며 "민주당은 윤 정부의 야당 탄압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소극적'이라고 평가받았던 노 의원 수사 대응에 대해서도 '정치탄압'이라고 규정하고 단일대오로 뭉치는 데 뜻을 모았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현재 노 의원 수사가 시작됐는데 개별 의원에게 수사의 칼날이 겨눠지는 것 역시 민주당을 궤멸시키기 위한 의도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에 대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의 대략적인 설명과 보고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자유발언에 나선 한 의원은 개별 의원에 대한 것을 비롯해 수사가 굉장히 정치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당이 맞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노 의원 역시 직접 발언대에 나서 약 5분간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구속된 정진상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정치탄압대책위의 현황 보고는 이날 없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5일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대책위 공동대표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검찰발 언론보도 내용을 반박하는 자유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관련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장파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퇴진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조응천 의원, 박용진 의원, 김해영 전 최고위원. /더팩트 DB

당내에선 비명계로 분류되는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속기소 된 김 부원장과 기소가 예상되는 정 실장에 대해 '당헌 80조 적용'을 논의해야 한다는 공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범죄로 기소될 경우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할 수 있되,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무위원회가 처분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 속에 개정안이 통과됐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부원장에 대해 이분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유무죄 여부는 진행된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당헌 80조라고 하는 당의 안정장치가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을 가동 시켜서 당이 좀 차분하게 판단해볼 시기"라며 "이걸 그냥 덮어놓고 이전 정부 탄압과 대장동 일당 등에 대한 수사를 엮어서 정치탄압이라고 얘기하는 건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날도 당헌80조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당무위원회를 열어 직무 정지 예외 결정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검찰발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당이 직무정지 예외를 결정할 경우 이를 기점으로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거세질 것을 지도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당사자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부원장 당무정지 적용과 관련해 "본인이 자진 사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재명 퇴진론'도 다시 불거졌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민주당에는 손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손익(損益)의 갈림길에서 눈앞에 손(損)으로 보이는 상황도 대처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익(益)으로 변할 수 있다"며 "솥(鼎)이 뒤집어졌으면 솥 안의 막힌 것들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야 한다"고 이 대표 퇴진론을 거듭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최고위원은 한 달 전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되었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당에서 처음 이 대표의 공개적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여전히 당내에선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PK지역 비명계 한 의원은 "당에서 혼란스러울 때는 그런 이야기가 없는 게 좋다"고 일축했다.

이낙연계 중심으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조기 귀국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구심점이 될 새 인물이 등장할 경우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이 대표 리스크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표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이낙연계에서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 이병훈 의원, 윤영찬 의원 등은 입장문을 내고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단체로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 없으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 전 대표의 조기 귀국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취임 초반 단일대오 움직임과 달리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는 이재명 대표. /이새롬 기자

한편 정책 쟁점 사안을 두고도 당 지도부와 이견이 나오고 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이날 쟁점 사안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20년 여야 합의에 따라 입법화된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앞서 당 정책위는 이 대표가 '금투세 내년 1월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자, 증권거래세를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 방침을 철회하면 금투세 도입을 2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바 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여당에 제안 검토를 거듭 요청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 조건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결이 다른 의견이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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