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野 "단독 진행" vs 與 "안 해"


與 '수사 먼저 조사 나중'…'친윤' 위주 국조반대
野 "단독 진행 시 여당만 불리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을 둘러싼 2라운드가 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은 24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반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을 둘러싼 '2라운드'가 시작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후보 위원 명단 제출 요청에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만에 확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금은 국정조사할 때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강행하겠다"며 압박 전략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이 '친윤계'의 입김 속에 국정조사 반대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합의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태원 참사' 발생 약 3주 만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여야 원내대표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후보 의원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 9일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데 따른 수순이다.

그동안 김 의장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 서명운동'이나 중진 의원들의 요청에도 "과거 경험으로는 여야가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든 별로 성과 없이 정쟁으로 끝날 수 있다"며 여야 협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후보 의원 명단 제출을 요청하면서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계획서 의결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의장은 명단과 함께 △국정조사의 목적과 조사 대상 기관을 포함한 조사 범위 △조사 기간 △국정조사 특위 구성 시 위원 수와 교섭단체별 배분 방안 등의 의견을 요구했다.

민주당 등 야3당은 기다렸다는 듯 요청 다음 날인 18일 특위 명단을 제출했다. 특위 위원은 의석 순으로 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정의당 1명, 기본소득당 1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야3당은 국민의힘 몫을 제외한 명단을 확정한 것이다.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으로 선정된 우 위원은 4선 중진인 점,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당시 원내대표를 맡아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점 등이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이새롬 기자

위원장에는 우상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내정했고, 간사에는 김교흥 행안위 간사가 선임됐다. 우 위원은 4선 중진인 점,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 당시 원내대표를 맡아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점 등이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특위 위원에는 진선미·권칠승·조응천·천준호·이해식·신현영·윤건영 민주당 의원 등을 배치했다. 정의당에서는 장혜영 의원이, 기본소득당에서는 용혜인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참여한다.

야권은 국민의힘 불참시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단독 처리를 압박하면서도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명단 발표와 함께 "꼭 18명을 다 채우는 게 아니라 (여당 몫을 제외한) 11명이 개문발차할 수 있다"며 국정조사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오 원내대변인은 <더팩트>에 "11명으로 국정조사 개시가 가능하다. (다만 국민의힘이) 들어올 수 있게 자리는 비워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도 더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에만 빠져 민심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김) 의장의 요청 시한까지 국민의힘도 조사계획서 안과 특위 명단 제출에 나서길 기대한다"며 여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특위 위원이 된 용 의원도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높아져만 가는데 국민의힘만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에 '국민의 요구(국정조사)'를 거스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의 요청에도 당초 외쳐왔던 '수사 먼저, 조사는 이후에' 입장을 고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수사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에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할 수도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명단 제출 기한인 오는 21일까지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친윤' 의원들의 강력한 요구를 중심으로 국정조사 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친윤 의원들과의 '불화설'에 휩싸였던 주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선수별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국정조사 불참' 입장을 공식 재확인했다.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에서 났던 당내 파열음을 '국조 반대'로 봉합한 만큼, 기존의 입장을 선회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는 사진. /이선화 기자

다만 야권에선 국민 여론을 고려해 국민의힘이 막판 협상 길에 뛰어오를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사가 지난 1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상대로 11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NBS)를 진행한 결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5%로 과반을 차지했다. '국정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41%이었다.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더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또 국민의힘 반대로 국정조사가 야당 단독으로 진행될 경우, 특위 구성에서 배제되면 손해를 보는 것 또한 여당이라는 점도 주목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야당 11명 구성으로 특위가 구성되면 국민의힘에서는 조사 의견 제시도 못 한다. 어떤 것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것인가 판단한다면 여당도 끝까지 '우리는 안 한다'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막판에 가면 '(국조 특위)안에서 싸우겠다'라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어떤 것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것인지는 국민의힘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권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강행할 경우 진상 규명보다 정쟁으로만 흐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정조사 문제를 숫자가 많은 야당에서 밀어붙였을 때, 이 정국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의 경우) 강제 수사권이 없지 않나. (그렇다면) 그냥 정치적 공방만 하는 것"이라며 "만약에 (야당) 혼자 한다하면 국민의 동의하겠나. 여야가 공동으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지금 수순이지, 하고 있는 수사를 중단시키고 국정조사를 선택하는 건 이미 늦었고 순서가 안 맞는다"라고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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