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최측근' 정진상·김용 엄호…'비명계'만 속앓이


당력 동원해 대응…"당대표 겨냥 수사라 어쩔 수 없어" 딜레마
"당 관련도 아니고 개인 비리 의혹, 왜 당이 나서나"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15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당직자 혐의를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회의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와 측근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싸고 비이재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당직을 맡기 전 개인 차원의 혐의를 당 전체가 나서서 엄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이 대표 혐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검찰은 민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총 1억4000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9월 29일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했다는 증거인멸교사혐의도 있다. 검찰은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 이 대표를 총 102회 언급하고, 두 사람을 '정치적 공동체'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 턱밑까지 겨누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 측근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올수록 민주당 방어벽은 두터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24일부터 14일까지 민주당은 출입기자단에 정 실장 입장문을 1건, 언론 보도 관련 공보국 차원의 정정 요청 4건을 발송했다. 일례로 지난 5일 민주당 공보국은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이 정 실장에게 명절선물 등을 제공하고 개발사업 편의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검찰의 주장은 개연성도 없고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다. 2020년 뇌물 명목인 남양주 양정역세권 사업은 경기도가 조례로 불이익을 주고,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수사 의뢰까지 한 사안이다. 특히 명절선물은 얼토당토 않는 거짓말"이라고 곧바로 반박했다.

정 실장 관련한 논평은 6건 나왔다. 김현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도 이른바 '2020년 뇌물 의혹'과 관련해 "뇌물 준 사람이 남욱에서 유동규로, 뇌물 준 이유가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편의에서 경기관광공사 사업 편의 등으로 바뀌었다"며 "검찰 측이 결론을 내놓고 진술을 끼워 맞추는 전형적인 '조작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수사가 아니라 인간사냥을 하고 있다면 그 후과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원장은 정 실장의 법률대리도 맡고 있다. 지난 9일 검찰이 정 실장 혐의 관련 민주당사와 국회 본관 비서실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법률대리인으로 임했다.

민주당은 공보국을 통해 정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개인 입장문과, 정정 보도 요청, 논평을 발송하며 엄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지난 9일 오후 국회 정진상 당대표 정무실장 사무실 압수수색 했다. /뉴시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적극 비호하고 있다. 김 부원장 체포가 있었던 지난달 19일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김 부원장의 입장문을 공보국이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일 김 부원장 구속기소 등에 대해서도 "명백한 정치탄압"이라며 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경우 당직자는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규정한 '당헌 80조 1항' 적용 여부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8월 기소시 직무정지하되, 정치탄압으로 인정될 때는 당무위원회에서 구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이 같은 당 대응에 비명계 내에선 우려가 쌓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당과 관련된 게 아니고 개인 비리 의혹에 관련된 부분이면 개인이 법률적으로 대응하도록 해야지, 당이 거기에 이렇게 깊게 관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당 대표 측근이기 때문에 그런 건데 그게 적절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리스크를 온통 뒤집어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 초선 의원도 "당무를 보다가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당 직책을 맡기 전 과거 일로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걸 왜 당 대변인실에서 계속 입장문을 내고 당에서 적극적으로 옹호하는지 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이 볼 때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의혹이) 밝혀졌을 경우에 당 입장에선 곤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명계는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쟁점이 붙어 있는 사안에 불려가는데 당에서 모른 척하고 있는 것도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B 초선 의원도 "당 부담을 줄이는 게 좋긴 한데 개인 사안으로만 떨어뜨려서 보기 어렵다. 대표와 다 연관이 있어서 정 실장 방어를 제대로 못 하면 이 대표에게 (검찰 칼날이) 무리하게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경계를 명확하게 짓지 못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윤석열 정부 규탄으로 뭉쳤지만 민주당 내부 파열음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8월 29일 공식일정 첫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해 기념사진 찍은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공

특히 옛 주류였던 친문계에선 윤석열 검찰의 칼날이 문재인 정부도 겨누고 있어 친명계와 함께 뭉쳐 대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그러나 이 대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지난 8월 전당대회 이후 숨죽이고 있던 내부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B 의원은 "물증이 제대로 나오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는 여러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도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당내 부담이 커지자 "당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당무위원직을 내려놓은 바 있다. A 의원은 "본인들이 당직을 내려놓고 모든 혐의를 벗으면 당이 더 높이 평가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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