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낭비NO <상>] '선거보전비 먹튀' 반복…손 놓고 34억 날렸다


상위 10명 모두 교육감선거 출마자…징수위탁 등 환수 지침 뒤늦게 마련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선거보전비용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225억 원 정도를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중 34억 원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버렸다. 개표 모습. /배정한 기자

공직선거법상 국가는 일정 득표율을 올린 후보의 선거비용을 국민 혈세로 보전해주고 있다. 돈이 없어 출마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당락을 떠나 보전비용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2004년부터 현재(2022년 7월 31일 기준)까지 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고 버틴 이들은 총 121명,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혈세는 225억 원에 이른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손놓고 바라만 봐야 할까. <더팩트>는 선거비 미반환 실태를 파악하고,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안을 두 편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박숙현·조성은 기자] 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에 따라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 등 전국단위선거 출마자가 사용한 선거비용을 일부 보전해준다. 과도한 '돈 선거'를 방지하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출마기회를 공정하게 주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선거 출마자는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법으로 정해진 선거비용 한도 내에서 유효득표수 15% 이상이면 전액을, 10% 이상 15% 미만이면 절반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만약 벌금 100만 원 이상의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되면 보전된 선거비용을 다시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 반환조항이 생겨난 지난 2004년부터 2022년 7월 31일 기준 총 121명의 출마자가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는 225억8164만6183원에 달한다. 이중 49명의 미반환금 34억3262만6667원은 5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반환의무가 사라졌다. 이들로 인한 재보궐선거 비용까지, 국민 혈세가 그대로 공중에서 사라진 셈이다.

◆미반환액 상위 10명 모두 교육감선거 출마자

<더팩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 17억588만3429원△교육감선거 168억2176만8330원 △교육감을 제외한 지방선거 40억5399만4424원의 선거보전비용이 반환되지 않았다. 이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미반환액은 △국회의원선거 12억3100만7600원 △교육감선거 154억6112만4030원 △교육감을 제외한 지방선거 22억5252만3349 원이다.

미반환자들은 매년 양상되는 모습이다. 21대 국회의원 중 이상직 전 의원도 7773만여 원의 선거보전비용을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2019년 설날과 추석 연휴 무렵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의로 된 전통주 등을 선거구민들에게 돌린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바 있다.

미반환자의 당선무효형 혐의는 지방선거의 경우 유권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금품·향응 제공이 주를 이뤘다.

미반환액이 큰 상위 10명은 모두 교육감선거 출마자였다. 넓은 선거구에서 정당의 지원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개인 돈을 써야 하는 탓에 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유혹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 시행 후 비리 혐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교육감만 11명이다. 이청연 전 인천교육감은 2015년 인천 고등학교 신축 이전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김복만 전 울산교육감은 2010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선거 인쇄물 및 현수막 납품업자와 짜고 실계 제약금액보다 부풀린 허위 회계보고서를 만든 혐의 등이 인정됐다. 안상섭 전 경북교육감 후보는 지인들에게 선거비용을 빌리고 이를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타 후보에게 2억 원을 건넨 혐의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보다 선거 완주를 택해 후보가 난립하는 현상 역시 10%이상을 득표해 선거 비용을 보전받기 위한 목적이 크다. 때문에 더 많은 나랏돈으로 후보들의 선거비용을 보전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보전비용 미반환자 중 8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들은 총 3명이다. 왼쪽부터 이기찬 강원도의원, 김기환 울산시의원, 김한종 장성군수. /뉴시스

◆미반환 불이익 사실상 없어..."낼 돈 없다"면서 재출마하기도

미반환액이 있어도 다음 선거 출마에 제약이 없다. 올해 5월 13일 기준 미반환자 11명이 이전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하지 않은 채 지난 6월 제8회 지방선거에 출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반환한 출마자들은 하나같이 "당시에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선거에 다시 출마할 돈은 있지만 반환할 돈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10% 이상 득표한 이들 중에는 미반환액이 있으면서도 이번 선거비용을 보전해 달라고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는 지난 8회 지선에서 당선된 3명, 이기찬 강원도의원·김한종 전남장성군수·김기환 울산시의원의 입장을 확인했다. 미반환금 각각 3300여만 원, 3200여만 원, 2700여만 원이다. 지난 지방선거 출마 당시 이기찬 강원도의원은 소멸시효가 남은 상태였고, 김한종 전남장성군수, 김기환 울산시의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

이기찬 강원도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 7월 말 반환했다"며 "남은 이자를 다달이 갚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강원도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후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 원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관위 문의 결과,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보전된 선거비용이 이 의원 명의의 '재산'으로 잡히며 세무서가 강제 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멸시효가 지난 김기환 울산시의원은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그러나 이후 지역 일간지에 500만 원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낙선했으나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기에 그 역시 선거보전비용 반환 대상자가 됐다.

그는 혐의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역 일간지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요구했다. 당시에도 돈이 없어 여기저기서 빌려서 줬다"고 주장하며 "당선무효 후 아무 일도 못하고 수입이 전혀 없어 반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7회 선거에 출마하며 선관위에 '남은 미반환금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소멸시효가 지나 (출마에) 상관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소멸시효가 지나면 환수할 수도, 당사자가 반환할 방법도 없다.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본동 주민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선거공보 및 투표 안내문 발송 작업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소멸시효 지나면 반환 방법 無

정치활동에 제도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정치인에게 명단 공개는 충분히 압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MBC 보도 이후 일부 정치인들은 선거보전비용을 반납했다. 다만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비용은 반환의사가 있더라도 국가가 환수할 방법이 없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정당 소속 기초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A 씨는 공천 심사과정에서 미반환액이 문제가 돼 탈락했다. 그는 지난 제5회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미반환한 선거보전비용 1억1047만3760 원은 현재 공소시효가 완성된 상태다. 그는 "늦었지만 일부라도 납부하려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라고 해서 3000만 원을 우선 기탁했다.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김한종 전남장성군수는 지난 제5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전남도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 당시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소멸시효가 완성됐지만 지난 제8회 선거 공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미반환금의 일부를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해당 금액을 나눠서 기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사실에 대해 "기사를 보고 알게 돼 어떤 방식으로 반환하는지 모른다"면서 "해당 금액만큼 기부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소멸시효가 지난 미반환액을 반환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산을 은닉할 경우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대치4동주민센터에 마련된 대치4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소 관계자들이 사전투표 모의시험 및 점검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징수 위탁' 지침 2019년에야 만들어져...이전까진 '각자 알아서'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선관위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현재 관할 선관위는 매년 1회씩 세무서에 미반환자에 대한 징수 위탁을 하도록 돼 있다. 세무서는 출마자 명의의 재산을 들여다보고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한다. 재산이 없으면 '징수 불가' 판단을 내린다. 출마자의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바꿔 말하면 당선 무효가 확정되기 전까지 재산 명의를 돌려놓는 등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한 미반환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돈이 없어 반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 기준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을 확인한 결과, 그의 배우자는 강남 도곡동 소재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런 걸 왜 묻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소멸시효 5년이 지날 때까지 '버티면' 그만인 셈이다. 선관위도 선거보전비용 환수에 소극적이다. 시효가 완성된 한 미반환 출마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매년 1회씩 이루어지는 징수 위탁도 2019년 관련 지침이 만들어진 후에야 시행됐다. 이전까지는 관할 선관위가 출마자에게 자체적으로 통보를 해왔다. "소멸시효 완성 전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의에 관할 선관위들은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2019년 이전까지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 구체적으로 없었다"고 답했다. "담당자가 바뀌어 알지 못 한다"거나 "그런 자료는 처음 듣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한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소멸시효 연장 등에 대해 관련 지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제6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광역의원에 당선된 B 씨는 선거공보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지난 2018년 벌금 120만 원이 확정됐다. 반환해야 할 선거보전비용은 3575만1650원이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 주장하면서도 "선관위나 세무서로부터 통보가 없었나, 향후에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는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버티는' 미반환자에게 선관위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현재로선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것뿐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년에 2차례 지역 선관위에 반환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면서도 "관련 제도가 미비해 선관위에서 환수를 위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조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련 개정안이 몇 개 발의됐는데 선관위 차원에서 미반환자의 명단 공개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며 "아무래도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정치인이니 명단 공개가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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