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일 '국가애도기간'을 끝낸 야당은 '진상 규명의 시간'이라며 참사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참사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직자들은 '태도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농담을 하는가 하면, 김은혜 홍보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도중 '웃기고 있네'라는 문구를 메모로 남겨 회의장을 퇴출당하기도 했다.
의사로 근무할 당시 재난의료지원팀(DMAT)이었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초선, 비례대표) 의원은 참사 당시 현장 출동에 자원했다. 신 의원은 당시 현장 상황을 언급하며 '컨트롤 타워'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에서부터 장관, 대통령실로 이어지는 여러 명령 하달 과정들이 순조로웠다면 지금보다는 사상자가 최소화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참사를 대하는 태도를 두고 신 의원은 "사후 수습 대책에 대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자신이 만난 희생자 유족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손을 붙잡고 '당신들의 탓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같이 울 수밖에는 없다"라고 말하는 신 의원의 눈가에는 물기가 고이기도 했다.
신 의원이 소속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취임 이후 바이오 주식 보유 △'내 누이가 질병청장'이라고 기재한 남동생의 자기소개서 등이 논란이 됐다. 지난 7일 보복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누나 찬스' 논란을 일으킨 백 청장을 향해 "그만 두라"(김원이 의원)며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보건복지위원회는 국회의 요청에도 주식 거래 내역 등 서류 제출을 거부했다며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고발했다.
백 청장의 바이오 주식 보유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신 의원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공직자는 브리핑했을 때도 그 내용의 취지를 다 살릴 수 없다"라며 "백 청장이 TV에 나와 '마스크를 잘 쓰고 백신을 맞아라'고 하더라. 그걸 보고 국민들이 '백신 맞아야겠다'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저 사람이 저 자리에서 저렇게 얘기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생각할까"라고 반문했다.
<더팩트>는 지난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 의원을 만나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윤 정부의 참사 대응, 백 청장 논란 등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나가 의료 지원을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다고 보나.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했던 당시 여러 물리적 한계들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장에 나선 인력들이 희생자들을 살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당시 현장이 어느 정도 통제만 됐더라도 진입을 빨리해서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을 병원으로 제때 이동해 살릴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크다.
지자체에서부터 장관, 대통령실로 이어지는 여러 명령 하달 과정들이 매우 순조롭고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명령 체계가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사상자가 최소화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한다.
- 당 지도부가 이태원 파출소와 용산서방서를 방문했을 때 본인도 동행했는데. 당시 무슨 이야기가 오갔나.
지난 9일 소방서 간담회에서 최성범 소방서장 브리핑을 받았다. 최 서장에 따르면 본인이 현장에 도착한 10시 28분 당시에는 거기 있는 사람 모두 살아있었다고 했다. 출동 후 구조에 시간이 걸린 거다. 용산소방서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두 번 당했고, 소방서장은 입건을 당한 상황이다. 이건 책임소재에 대한 꼬리 자르기다.
이태원 파출소도 용산소방서도 말단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도 그 모든 사회적 책임과 질타를 그들에게 다 떠넘긴 것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지지 않고 일선 경찰과 소방 직원들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너무 부당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해 말씀드렸고 격려했다.
- 윤석열 정부의 참사 대응은 어땠다고 보나.
우선 지금 이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에 해외 순방 가는 게 과연 적절한 행태인지 모르겠다. 그런 데서 대통령의 진솔한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또 대통령을 가장 가깝게 보좌하는 대통령실은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웃기고 있네'(김은혜 홍보수석)라는 잡담이나 하고 있더라. 그런 행태들이 이 엄중함과 사후 수습 대책에 대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 민주당 내에서 유족들의 동의를 받고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과 위패를 공개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이재명 대표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유족을 만나도 지금은 너무 우시기만 해 대화 불가능한 상태고, 아직은 멍한 상태다. 이성적으로 대응하려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저희도 지금은 유족들을 만나도 위로하고 같이 아파하는 단계다.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유족분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와 연락이 닿은 유가족분들은 지금으로서는 ‘우리 아이가 왜 그 상황에서 어떤 과정에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한다. 이 부분에 대해 국가가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대답해야 한다.
- 보건복지위 회의에서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주식 보유 이해충돌 논란, 남동생 사외이사 지원 직무수행계획서 '누나 찬스' 논란 등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백 청장은 전문가로서 자문회의 참여부터 청장이 될 때까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에도 바이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 없이 있다가 재산 공개까지 뻔뻔하게 본인이 한 것 아닌가. 그런 안이한 인식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또 남동생의 '누나 찬스'를 보면, 사외이사 지원 직무수행계획서에 '마침 친누이는 2대 질병청장의 임무를 맡은 백경란 청장입니다'고 적혀 있다. 공직자 본인의 공적 마인드가 취약하니 그 가족들도 취업이나 사적 이득을 위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보건복지위 위원들의 고발에 따른) 조사와 결과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공직자는 브리핑했을 때 그 내용의 취지를 다 살릴 수가 없다. 백 청장은 얼마 전에도 TV 브리핑하면서 코로나19 7차 대유행에 대비해 마스크를 잘 쓰고 백신을 빨리 맞으라고 하더라. 국민들이 백 청장의 브리핑을 보고 '아 백신 맞아야 하겠다'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저 사람이 저기서 저렇게 얘기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생각할까.
이미 본인 역할을 다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고 본인이 (사퇴) 결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최선을 다해서 소임을 다 하겠다'라고 하는 건 한편으론 우매한 판단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그런 면에서 지금 윤석열 정부의 인사 정책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이만큼 훌륭한 전 정부 인사 다 봤냐’고 얘기한 적이 있다. (저는) '이만큼 무능한 인사는 전 정부에서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그 언어 하나하나가 이 정부의 처참한 수준을 대변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대책은 어떻다고 보나.
'과학 방역'이라고 워딩은 바뀌었는데 대책은 하나도 안 바뀌었다. '대체 과학 방역이 뭐야?'라는 게 국민들 궁금증이다.
코로나19 이외에도 다른 바이러스는 반복적으로 올 거고 올가을, 겨울에도 '트윈데믹'(코로나19-계절성 인플루엔자) 유행이 예상된다. 감염병의 일상화를 구축했어야 하는데 지난 윤석열 정권의 6개월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한 사실'이다. 원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100일 넘는 공석 그리고 질병관리청장의 논란 등으로 인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지 못한데 있다고 본다.
결국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정권을 잡고 경찰 권력 장악과 검찰 인사 배치에만 관심을 갖고 전 정권 수사와 야당 탄압에는 골몰했지만, 정말 '민생'을 위해서 또 코로나 대응이나 감염병 대응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싶다. 전혀 관심 없었다.
- 현재 발의를 준비 중이거나 계류 중인 법안이 있나.
남은 기간 동안 꼭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은 일명 '착한사마리아인 법'이다. 응급환자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취지로 응급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응급처치 등을 하는 경우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면제토록 하는 방안이다.
현행 응급의료법 제5조의 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도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망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 사망 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10.29' 참사로 심정지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로 인한 민형사상 불이익이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온라인에서 유언비어처럼 떠돌던데 '착한사마리아인법' 통과로 그런 우려를 씻어냈으면 한다.
☞신현영 의원은 누구? 1980년생으로 가톨릭관동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박사를 졸업했다.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등을 역임했고 한미 젊은의학자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비례 1번'으로 당선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됐다. 당내에서는 민주당 원내대변인,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