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통령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캄보디아 프놈펜·인도네시아 발리 순방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MBC 측에 이같은 통보를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순방은 '국익'"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대통령실 중앙 풀기자단과 주요 언론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MBC 측에 '전용기 탑승 배제' 통보를 하면서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통상 대통령실 풀기자단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 각사가 비용을 내고, 대통령이 탑승하는 전용기(공군1호기)로 같이 이동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MBC가 편파·왜곡 방송을 하고, 정정보도 요청에도 응하지 않아 '전용기 탑승'이라는 취재 편의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통령실, 순방 이틀 전 "왜곡·편파 방송 MBC, 전용기 탑승 불가"
대통령실이 지적한 MBC의 편파·왜곡 방송은 지난 6월 윤 대통령 부부의 스페인 방문 당시 민간인 신분인 신모 씨의 전용기 탑승 사실 등을 보도한 것과 지난 9월 미국 순방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자막을 달아 최초로 보도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은 MBC의 해당 보도가 '국익'을 해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순방 전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해서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이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시면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주요 언론단체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용기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자가용처럼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대통령 마음에 들면 (언론사가) 타도 되고, 거슬리면 내려야 한다는 건가. 전용기는 100%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 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중앙 풀기자단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출입기자단이 전용기에 동승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취재 때문이다. 관련 비용 역시 각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풀기자단은 또 "이유를 불문하고 사실상 특정 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건 다른 언론사에 대한 유사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면서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일체의 언론 취재에 대한 제약은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기자단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하며 일방적 통보로 이뤄지는 모든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 "유례없는 언론 탄압…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도 대통령실은 'MBC, 전용기 배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C 전용기 탑승 거부와 관련해 오늘 언론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의 취재 제한 조치 철회, 윤 대통령 사과, 책임자 전원 파면을 요구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취재 편의를 일부분 제공하지 않는 것이지,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다"며 "취재와 관련해서 어떠한 제한도 저희가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실제 MBC 취재진은 윤 대통령 순방 취재를 위해 민항기로 이날 오후 출국했고, 대통령실의 조치에 반발한 한겨레·경향신문도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를 이용해 순방지로 출국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MBC 탑승 불허 조치는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는데 전용기 탑승만 배제하고 현지 취재는 제한하지 않아서, 이번 조치로 어떻게 왜곡·편파 방송이 방지될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MBC가)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침에 말한 것처럼 막대한 세금을 들여 전용기를 띄우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는 순방 외교를 위함"이라며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저희가 최소한의 취재 편의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C가 훼손한 '국익'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확인하기 어려운 음성(이XX, 바이든 등)을 자막으로 가장 먼저 기정사실로 한 것 △하지도 않은 말(미국)을 괄호 안에 넣어서 그것이 사실인 것으로 확정한 것 △특파원이 본인들의 왜곡된 보도를 재보도 한 외신을 이용해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향해서 'F'로 시작되는 욕설을 했다는 것에 대한 반응을 물은 것을 꼽으면서 "이 모든 절차는 취재 윤리와는 정상반된 명백하게 국익을 훼손한, 그리고 국익의 각축장인 순방 외교의 성과를 훼손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을 비판했다고 해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님을 여러분(기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얼마든지 언론의 비판에 대해 듣고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 문제는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언론 비판 수용할 자세 되어 이어…문제는 가짜뉴스"
그러면서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오히려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이 공격받고 위협받는다"며 "과거 역대 정부에서 있었던 취재의 제한이나 출입 정지나 기자실 폐쇄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다. 모든 취재를 허용하되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옳으냐는 고민 속에서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한 기자는 출입기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표현이 사실관계가 맞나. 국민 세금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순방 일정에 쓰이는 것이고, 취재진 비용은 각 언론사가 부담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취재 편의 제공'은 단지 전용기 탑승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순방 관련 기자단 지원을 위해 대통령실은 물론, 외교부 및 외교부 산하기관 그리고 여러 관련 기관의 투입이 이뤄진다. 다만 취재 편의를 전부 제한할 경우 개별 취재 자체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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