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민심…與, '민주당 배후설' 제기하며 태세 전환


與 "野, 선동 말라" 반격…참사 후폭풍 차단 부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민주당은 정권퇴진 운동 전문 정당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한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겠다고 무더기 버스 동원에 나선 민주당은 국민께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공식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이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추궁과 진상 규명이 한창인 가운데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 벌인 집회를 두고서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배후설' 등을 제기하며 여론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역공도 펼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말 3초'로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여당은 이태원 참사가 몰고 올 후폭풍이 '정권 심판론'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반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민주당을 성토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과 지난 5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렸던 집회의 배후로 민주당을 의심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비대위회의에서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윤 대통령 퇴진 집회를 언급하며 "민주당은 정권퇴진운동 전문 정당인가"라면서 "당 조직을 동원해 제대로 출범도 못 한 윤 대통령을 끌어내겠다고 무더기 버스 동원에 나선 민주당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촛불 집회'를 언급하며 "온갖 정치 구호가 난무했고, 민주노총도 추모집회를 명분으로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등 갈등과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 역시 강제수사권이 없는 만큼 신속한 수사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정쟁만 야기할 뿐"이라며 "사고 수습과는 무관하게 과도한 정쟁, 국민 분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지난달 29일 광화문 집회 주최 측 '이심민심'의 연결고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행 비대위원은 "이심민심의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 시민소통본부 상임본부장을 맡았던 사람"이라며 "집회 공지와 참가 독려는 텔레그램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다수의 전현직 의원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는 "대체 이심민심의 정체는 무엇인가. 혹시 이재명의 심장, 민주당의 심장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국민의힘이 문제 삼는 부분은 민주당이 애도와 추모의 시간에도 대통령 퇴진 운동을 기획하는 등 이태원 참사를 정략적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즉, 민주당이 국민적인 애도를 무시하며 선동과 분열에 나서며 정당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시각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주당 인사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돼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기획'의 노골적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반격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청년 추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청년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지난 주말 집회를 주최했던 촛불행동 측은 <더팩트>에 문자메시지로 "국민의힘은 '패륜 촛불'이라느니, '비극을 이용한 정치선동'이라느니, '영업을 한다'느니, '민주당이 배후'라느니 하는 따위로 촛불을 든 국민을 모독했다"며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다만,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중이 높은 데다 이태원 참사 이후 두 당을 외면하는 중도층 비율도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국정조사에 이어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 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에 대한 추모 기간 이후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는 원칙을 앞세우면서 민주당이 안타까운 사고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사태 이후 여론 악화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 정부 등 부실 대응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는 데다 고위 공직자들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언 등으로 정부에 대한 여론의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사태 이후 줄곧 정부의 책임 회피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자칫 이태원 참사 후폭풍으로 확산하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데 노력하는 모습이다.

사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대해 강한 의심의 눈초리로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달 22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대해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세력이 촛불집회를 빙자해 중·고등학생까지 불러내서 내란 선동 작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세력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선전전을 펼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언근 전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진보 진영에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기에 현 정권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태원 참사로 아주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경찰 수사 등을 지켜본 뒤 정부든 경찰이든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정부·여당이)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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