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끝낸 野,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가속 페달 밟는다


與 "지금은 때 아니다" vs 野 "거절 명분 없어" 힘겨루기

이제부터는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의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11월 둘째 주 초 내로 제출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5일로 끝났다. 침묵을 걷어낸 자리엔 '진상 규명의 시간'이 찾아올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이번 주 중 제출한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지금 하면 방해만 될 뿐'이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임계점을 넘은 국민의 분노 여론을 마주한다면 여당도 국정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향후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애도 기간이 끝나고 곧바로 진상규명 작업에 착수하겠다며 속도전에 나선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4일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여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도 사태 수습과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를 했다면 지금 조사 대상인 정부를 향해서 명확하게 그 상황을 진단하고 뭔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관은 국회밖에 없다. 당연히 국정조사하자는 것을 받아야 한다"라며 "전 세계가 경악했던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부터 1주일이 지나도록 참사의 발생 원인과 그 경과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단독 추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며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고 정치적 계산기를 두들긴다면 민주당은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정조사 실시' 요구는 참사 국가 책임론의 일환이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함께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애도기간이 끝난 직후 곧바로 국정조사에 착수할지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 아니다"라고 했다. 강제 수단이 없는 국정조사를 지금 하면 오히려 증거 확보 등 수사에 방해되고 논점만 흐려진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번 참사에서 경찰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에 대해 검찰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 탓이라고 국면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정조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면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조사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이론상 민주당 단독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 위해선 재적의원(299명) 중 4분의 1 이상의 동의(75명 이상)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진상 규명을 향한 여론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이를 앞세워 '169석' 민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통상 여야가 협의를 통해 국정조사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하고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여야 의견이 갈린다면 특위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어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된 후 특위를 구성하거나 조사를 맡을 상임위원회(조사위원회)를 확정할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지정한 조사위원회가 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 제출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 국정조사가 승인된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조사를 맡을 상임위를 확정할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다. 현재로선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새롬 기자

정의당도 그동안 다소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민주당과 손을 맞잡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일 가장 먼저 '국정조사'를 제안한 정의당은 지난 4일에도 민주당과의 국정조사 공동 추진 의지를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만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경찰, 서울시, 용산구청 등 5개 기관을 국정 조사 필수 대상으로 판단한다"며 "국회가 진상 규명 컨트롤 타워가 돼 한 점 한 획의 의혹도 없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빠른 시일 내 추진될 거라고 내다봤다.

당내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 단장을 맡고 있는 한병도 의원은 4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정조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이태원 참사' 조사와 더불어 거꾸로 역산해 가자면 △대통령실 이전 비용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 등에 관한 국정조사 요청서도 이미 당에서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주말부터 논의를 통해 기 제출된 국정조사 요구서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건을 통합해서 추진할지, 분리해서 추진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첫째로는 여당과 합의가 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당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을 설득할 생각"이라며 "(결국) 의장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여론과 동의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현재 여론으로선) 국민들이 여당도 당연히 동참하라고 할 것 아닌가"라고 전망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이태원 참사'는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고 현재까지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여당에서도) 국정조사의 '진상 규명' 명분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국회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참사 관련 경찰의) 수사가 '제 식구 감싸기'일 것이라는 게 뻔한 상황에서 수사 결과를 믿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국정조사의 당위성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그는 국정감사와 더불어 일각에서 특검 가능성이 제기되고,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 개정이 먼저라고 맞서는 것에 관해 "(이태원 참사 수사를) 특검을 하더라도 검찰한테 맡긴다는 것도 아닌데 '검수완박'과 특검을 연동 지을 필요는 없다. 별도의 논의 사항이다"라며 "국민의힘에서는 '검수완박 얘기를 하면 민주당이 특검도 못 받아서 (국정조사 논의도) 교착상태로 끝날 것'이라는 계산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를 그 정도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이 빠른 시일 내에 추진될 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사진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들의 추모 공간.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도 당 지도부와 달리 국정조사 수용에 대한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여당의 대응에 "수습 후 정치 책임을 묻겠다는 건 국민적 공분에 불을 저지르는 어리석인 판단"이라며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시고 초기에 머뭇거리지 마시고 담대하게 잘 대처 하시기 바란다. 안팎으로 혼란한 나라가 걱정"이라며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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