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담동 술자리 의혹'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별검사제'(특검)를 꺼내는가 하면, 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반해 녹취록 이외에 다른 증거 없이 문제가 커지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첼리스트 A씨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 내용을 공개하며 한 장관을 향해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한 장관이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윤 대통령, 대형 로펌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 등과 함께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주장이다. 해당 주장은 모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제기한 것이다. 이 채널은 △ A씨가 한 장관과 윤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들과 있는 자리에서 연주했고 △ 윤 대통령은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한 장관은 윤도현 밴드의 노래를 불렀다는 등의 내용을 남자친구와 주고받은 대화(녹취록)를 바탕으로 해당 의혹을 보도했다.
한 장관은 국감장에서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든지 다 걸겠다"고 반발한 데 이어 김 의원을 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한 장과는 민주당에도 사과와 책임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도 28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런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입에 담기도 (싫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28일 윤석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에 제소했다.
해당 의혹으로 민주당은 들썩이는 분위기다. 우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는 해당 의혹을 당 차원에서 진상 규명해야 한다며 김 의원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술자리 논란'이 사실이라면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두 사람의 행위를 '국정 농단'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의혹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록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할 수 있다는 것도 민주당의 판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김용민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서는 주말마다 열리는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최고위원인 장경태·박찬대 의원은 지난 26일 최고위 회의에서 해당 녹취록 내용을 거론하며 한 장관이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 의원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음날 정책위의장인 김성환 의원도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발언을 "민생을 안 돌보고 새벽까지 술판만 벌이는 것이 '주(酒)사파' 아니냐"라고 되갚아주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7월 19일 동선 공개'를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특검'까지 거론했다. 그는 27일 "김 의원은 제보를 받았으니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한 것"이라며 "김 의원은 '그게 아니라 이런 제보를 받았으니 거기 대해서 답할 책임이 있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정 그러면 진짜 특별검사를 임용해서 한번 진실을 밝히던지"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건 '국정농단'이다. 이후 진행 상황은 모르겠지만 녹취 내용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동백 아가씨'를 불렀다는데, 또래 여성들이 그 노래 재목이나 아나"라면서 "제보자가 완전히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 한 장관도 정말 자신 있으면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당일 동선을 공개하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의 의혹 제기가 섣불렀고 술자리 주장에 관한 근거도 빈약해 민주당이 계속 이 문제에 매달리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 의원이 다소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김 의원의 '작전 미스'로 한 장관에게 전세를 역전당했다"라고 비판했고, 정성호 의원도 "(한동훈 술자리 의혹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다. 국회에서 장관이나 국무위원에 대해 질의를 하게 될 때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서 또 법적 근거를 갖고 질의해야 한다"고 김 의원에게 조언했다. 최재성 전 의원은 "(김 의원이) 실책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질의를 할 거라면 그 정도 중대한 사안은 문제제기를 할 때부터 신빙성 있는 근거를 가지고 얘기했어야 한다. 두 사람의 음성이 녹음됐다던가 사진이 있다던가 하는 것도 없이 제3자의 전언은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다"라며 "아무리 (의원에게) 면책 특권이 있는 게 '아무 소리나 해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특권을 오남용하면 안 된다"라고 김 의원을 향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 의원은 논란이 이어지자 28일 페이스북에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셋이 모두 우르르 몰려와 저에게 몰매를 가하는 느낌이다. 폭력적이기까지 하다는 생각"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추가적인 사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당내 향후 입장을 묻는 질의에 "(특검에 관한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질문에 대해 '그럼 특검이라도 할까요'라고 지나가듯 한 말이고 원내 차원에서 (대응) 등은 결코 아니다"라며 "당내에 들어온 추가적인 사실은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