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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취재진에게 악수 건넸다 머쓱해진 尹 대통령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민주당 169명 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불참했지. 제1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자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헌정사 최초라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지난 19일에 이어 24일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것에 강력히 항의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어.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입장 전에는 '규탄대회'를, 입장 시에는 '침묵시위'를 이어갔어. 의원들은 전원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이 XX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국회 무시 중단하라'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
-이날 규탄대회에는 평시에는 잘 안 쓰던 특이한 도구들도 보였는데, 세로로 제작돼 '야당탄압 민생 외면' '욕설 막말 국회 모욕'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나 '사' '과' '하' '라'라고 한 글자씩 쓰인 대형 피켓도 눈길을 끌었어. 손피켓은 재활용하는 모양인지 규탄대회가 끝나고 나서 당직자들이 걷어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어.
-사진 촬영 도중 의원들의 웃음을 유발한 사람도 있었다고?
-김주영 의원이 손피켓을 거꾸로 들고 있어서 사회를 맡은 박성준 의원이 '김 의원이 피켓을 거꾸로 들고 있다'라며 똑바로 들어달라고 정정했지.
-윤 대통령이 입장할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어땠어?
-윤 대통령이 입장 시 의원들은 시위를 '침묵시위'로 전환하기로 했어. 윤 대통령이 경호원 무리와 함께 입장했고, 의원들은 침묵을 이어갔지. 개중에는 경호 인력들에 가려져 윤 대통령이 자신들을 못 볼까 봐 "경호원 비켜라"라고 소리 지르는 의원도 있었고, 침묵을 유지하지 못하고 윤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외치는 의원도 있었어.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을 지나쳐 약 10초 만에 본회의장으로 입장했어. 이 대표는 이날 맨 앞줄에 서서 윤 대통령의 입장을 응시하며 침묵했지.
-민주당 의원들은 이후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에 들어가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가지며 시정연설 끝까지 나오지 않았어. 한 의원에게 혹시 비공개 의총에서 다 같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봤냐 물으니 "문건으로 확인했지 영상은 함께 시청하지 않았다. 봐서 뭐 하나"라고 반문하더라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나고 나서야 의원들은 의총을 마치고 해산했어.
-이날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어. 처음엔 두, 세 차례 기자들과 악수를 주고받았는데 촬영진도 많다 보니 악수에 응하는 기자들이 많지는 않았어. 윤 대통령은 손을 5초 정도 더 내밀고 있다가 다소 머쓱했는지 발길을 돌려 로텐더홀 계단을 내려가서 그대로 국회 문을 나갔지.
-이 대표는 이날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당대표실로 향했어.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정연설 내용을 두고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 평가가 '무지, 무능, 무대책'과 같은 이미지가 많이 쌓여 있는데 시정연설도 거의 그와 같은 수준 아니었나 싶다"라고 혹평했어.
-김 위의장은 "저희가 추계해 보니 민생예산이 삭감된 것만 10조 원 정도 된다"며 "대표적으로 노인 일자리, 청년 일자리, 지역화폐, 임대주택 예산만 따져도 대략 10조 원 정도의 민생 예산을 삭감하고 겨우 몇 푼 편성한 것을 약자 복지라고 하는 것을 보며 비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어.
-여야 간 갈등이 해소되긴 여간 쉽지 않아 보여. 민주당은 당 산결산특별위원회 워크숍을 시작으로 '초부자 감세'로 규정한 윤석열 정부 예산안 심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야. 정부와 야당의 '정치보복'에 예산안 심사로 맞대응하겠다는 거지. 야당 입장에서는 국정감사 기간 도중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것도 '헌정사 최초'라는 거지.
-결국 거대 여당인 민주당 협조 없이는 주요 입법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소위)는 내달 17일부터 소위원회에서 우원식·박정·김두관·송기헌·유동수·한병도·민병덕·윤영덕·홍성국 의원 등 9명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야. 여야가 '정쟁보단 민생'을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예산안 심사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아.
◆野 총집결한 尹 규탄대회...공천평가 염두?
-민주당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었어. 참석 인원이 1200명 정도라던데 직접 봤을 땐 어땠어?
-의원뿐만 아니라 지역위원장, 당직자, 보좌진까지 총결집해서인지 확실히 이전 규탄대회 때보다 인원이 많았어. 행사 약 10분 전부터 국회 본청 앞 계단을 꽉 메울 정도였어. 잔디밭에도 100여 명 정도 서 있었어.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는 최대 800여 명 정도인 것 같았어. 어느 정도 규모를 알아야 하니까 현장 취재진이 당 공보국 관계자한테 "얼마나 왔나요?"라고 물어봤지. 처음에는 관계자가 "1500명"이라고 답했어. 취재진이 다들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니까 "그럼 1200명 추산으로"라고 답하더라고. 한 번에 300명이 줄어든 거야(웃음).
-이재명 대표 취임 후 첫 대규모 규탄대회였는데 분위기는 어땠어?
-이 대표의 연설이 인상적이었어. 이틀 전인 24일 검찰의 2차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으로 이 대표가 당사 앞에서 울먹였잖아. 그래서 이번에도 낮은 어조로 절절하게 짧은 메시지만 남길 것으로 예상했거든. 그런데 핏대를 세울 정도로 연설 내내 열변을 토하더라고. "민생 파탄과 국가적 위기 외면하고 국가 역량을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허비하는 것은 죄악"이라거나 "가녀린 촛불을 들고 그 강력해 보이던 정권까지 끌어내린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아니겠나. 결코 포기하지 말고 우리가 피땀 흘려 목숨 바쳐 지켜온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 지켜내자. 역사의 퇴행을 막자" 등의 대목이 인상적이었어.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연설 내용처럼 비장하거나 결기가 느껴지진 않았어. 이 대표 말대로라면 민주당은 당의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거잖아. 이 대표 연설 도중 "맞습니다"라고 호응한 이들도 있었지만 어떤 이들은 잠을 자기라도 하는 듯 눈 감고 가만히 있는 의원들도 몇몇 보였어. 참석자들은 "당사침탈 야당탄압 윤 정권 규탄한다" "검찰독재 공안통치 민주말살 중단하라" "민생외면 경제무능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는데 구호도 맞지 않고 일부는 입을 열지 않기도 했어. 홍영표, 김종민, 박용진, 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가장자리나 뒤쪽에 자리 잡은 것도 눈길을 끌었어.
-불참한 의원들도 있어?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정보위 국감 때문에 이인영, 이원욱, 윤건영, 소병철, 김의겸, 김의겸 의원 등 정보위원들이 불참했어. 신영대 의원은 미리 잡아둔 지역 일정이 있어서 참석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 조응천 의원도 불참했어.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다들 참석한 것 같아. 확실히 압수수색 이후 주류·비주류를 떠나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일단 두고 싸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해. -일각에선 '22대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당대표에게 얼굴도장 찍으러 온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는데,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보여. 규탄 대회 마치고 참석자들은 그냥 가지 않고 대여섯 명씩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바쁘더라고. SNS에 사진을 올린 이들도 많고. 한 의원은 "참석이 공천 심사에 반영되는 것 아닌가"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어. 이 대표 조기퇴진론은 수면 위로 떠오르자마자 친문계조차 선을 그으면서 단숨에 수그러든 상황이야. 현재로선 차기 공천권을 쥔 이 대표를 믿고 단일대오로 움직이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해 보여. 다만 '이재명 리스크'가 갈수록 짙어진다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지금의 '단결'된 모습을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與 국회부의장 선의의 경쟁 속 웃음 포인트 눈길
-하반기 여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이 박빙의 승부였다지?
-맞아.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국회부의장 후보로 5선 정우택 의원을 선출했어. 정 의원은 1차 투표에서 총 108표 가운데 40표로 1위를 차지했어. 서병수 의원은 39표를 얻어 2위, 김영선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각각 23표와 6표로 1차 투표에서 탈락했어. 과반 득표자가 없어 정 의원과 서 의원이 결선 투표를 치렀고, 총 96표 중 49표를 획득한 정 의원이 단 2표 차이로 서 의원을 이겼어.
-말 그대로 박빙의 차이였네. 정 의원의 각오가 남다를 것 같아.
-그러지 않을까? 선거 전 인사도 많이 다니고 많이 노력했다고 해. 정 의원은 의총장에서도 후배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바쁘게 움직였어. 이러한 정 의원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어. 정 의원은 당선 인사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을 21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해 주신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후반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러분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직분을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부의장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어.
-당 국회부의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도 화기애애했었다지?
-몇몇 웃음 포인트가 있었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센스' 있는 발언으로 의총장에 흐르는 긴장감을 다소 누그러트렸어. 이날 의총은 오전 11시부터 시작했어. 세부진행안에 따르면 후보별 정견발표와 투표 등 절차를 거쳐 오후 12시가 넘어서 개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돼 있었거든. 국민의례 이후 마이크를 잡은 주 원내대표는 준비해온 원고를 읽지 않고 짧게 인사말을 마쳤어. 특히 "후보님들이 7분간 연설하게 돼 있는데 연설 시간이 짧을수록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가 있으니 참고해달라"고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어. 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오찬 약속 등 다른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그 좋다는 국회부의장을 1년 남짓밖에 못 하네요"라며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녹였어.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국회부의장직 사의를 표했어. 정 의원의 후임을 뽑는 게 이번 선거였어.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김영선 의원도 재치 있는 '깨알' 홍보로 눈길을 끌었어. 그는 앞서 정견 발표를 한 부산 출신 서 의원이 PK(부산·경남)를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PK와 충청도를 이야기했는데, 남자(후보) 분이 세 분이고, 홍일점 여자는 저 하나"라고 강조했어. 동시에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기호 4번을 의미하는 손가락 네 개를 펼쳤어. 아주 귀여운 모습이더라고.(웃음) 다른 의원들도 '빵' 터졌어. 박수를 치며 호응하더라고. 유쾌한 장면이었어.
-정 부의장 선출이 보류됐지?
-맞아. 여야가 27일 본회의에서 비쟁점 법안들을 처리하며 모처럼 국회다운 모습을 보였는데, 워낙 여야 간 대치가 심해지면서 국회부의장으로 정 의원을 선출하는 일정은 다음 달 10일로 미뤄졌어. 하루라도 빨리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