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 상선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과 북한군의 방사포 사격은 NLL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해 NLL지역에서 국지전 수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우리군의 대응태세를 떠보려고 이 배를 내려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4일 새벽 오전 3시 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약 27㎞)에서 북한 상선 '무포호'가 NLL을 침범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군이 경고 통신과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도 이날 새벽 3시 50분경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不明)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km 해상에서 북한 해상군사분계선을 2.5~5km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 적정(敵情: 전투 상황이나 대치 상태에 있는 적의 특별한 동향이나 실태)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북한군은 오전 5시14분께부터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에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했다.
NLL은 정전협정 체결 후인 1953년 8월30일 유엔사 사령관이 한반도 해역에서 남북한 간의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예방한다는 목적으로 동해와 서해에 한국의 해군과 공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한 선으로 설정한 것이다. 당시 서해의 NLL은 영해 기준 3해리를 고려하고 서해 5개 도서와 북한지역의 개략적인 중간선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1994년11월 이후 발효된 신해양법 제3조가 영해 폭을 3해리에서 12해리 이내로 확장하자 북한은 개정된 국제해양법을 토대로 1999년 9월2일 그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으로 해상분계선을 선포했다. 이후 서해상에서 1999년과 2002년, 2009년에 세 차례 남북간 교전이 발생했다.
북한군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 상선이 새벽 3시42분께에 NLL을 침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이번 사태는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북한 상선의 NLL 침범과 북한군의 방사포 사격은 '서해 해상불가침 경계선'에 대한 남북한의 합의 부재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면서 "북한은 '전술핵무기'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향후 그들에게 불리하게 그어진 NLL을 무력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센터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관계가 최악의 상태이고,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에 최근에 전술핵무기 공격 능력까지 과시한 북한은 현시점이 NLL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면서 "군은 서해에서 새로운 교전이 발생하고 그것이 북한군의 백령도 포격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연결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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