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전방위 수사를 두고 양당의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하는 데다 국론 분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회 운영 주도권 장악과 맞물린 극한 정쟁 속에 여론 동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비대위회의에서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세력이 촛불집회를 빙자해 중·고등학생까지 불러내서 내란 선동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세력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탄핵선전전을 펼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국가전복 세력들에 선동을 시민들의 요구라면서 부추기고 선동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며 "반헌법적인 탄핵 선동으로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뒤덮으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퇴진 집회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신주호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연속으로 주말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했다. 안민석, 황운하, 양이원영, 민형배 의원 등도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해 사실상 '대선 불복'을 선언했다"며 "민주당이 이토록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봉쇄하고, 점점 드러나는 전 정권의 실정과 불법 행태를 감추기 위한 물타기 시도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임기 초반인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던 촛불집회처럼 반정부 집회에도 불이 붙는다면 정권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게 된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 회복이 중요한 때인 만큼 국민의힘이 강경 기조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일각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희석하기 위한 진보 진영의 정략적인 의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한 지 5개월이 조금 넘은 시기에 국론 분열 양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시각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취임 반년이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를 짚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면서 "야당이 장외 투쟁을 이끈다면 그럴 때일수록 우리 당이 민생 정당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차원에서 여론조사의 왜곡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여론조사 기관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져서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왜곡하고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적인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기관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고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미등록 업체를 통해 여론조사를 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친야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최근 여론조사 기관을 설립하고 여심위에 등록까지 마친 점을 거론하며 민심 왜곡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무분별한 여론조사로 더는 민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여론조사의 공신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기관들이 난립하면서 꼼수의 여론조사들이 진행되고 있는 부분들이 보인다"며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에서 입법 여부를 살펴보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