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날이 더 춥기 전에 끝장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22일 열린다. 2주 전 집회에서 나온 소속 의원의 '퇴진'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우려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측근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고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내부에서도 '장외 투쟁'에 대한 시선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퇴진 집회'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몇몇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 참석을 예고했다.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광장 정치'로의 유혹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열리는 전국단위 촛불집회는 지난 8월부터 지역 단위로 매주 개최됐던 '윤 대통령 퇴진' 집회의 연장선이다. 당일 오후 4시부터 시청역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윤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 2가지를 요구하며 행진할 예정이다.
집회를 주최한 '촛불행동'의 김민웅 상임대표는 집회 목표를 이같이 분명히 했다. 그는 정치유튜브 채널 '빨간아재'를 통한 집회 홍보 영상에서 "제2의 촛불대항쟁이 시작됐다. 기세가 완연히 달라지고 있다"며 "윤 정권 퇴진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반드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윤석열 퇴진은 그야말로 기본이다. 날이 더 춥기 전에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우선 김용민 의원이 지난 8일에 이어 집회 현장을 찾는다. 앞서 김 의원은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집회 발언대에 올라 "우리가 함께 행동해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야권에서 "왜 저 집회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갔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박수현 전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는 쓴소리가 나올 때 엄호했던 안민석 의원도 합세한다.
안 의원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금요일(21일) 국정감사를 마친다. 그래서 이번 토요일 광화문으로 나가서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 생각"이라며 "국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정치인들이 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외에 당내 강경파 의원들도 일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연구단체 '공정사회포럼' 소속 의원들은 지난 20일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에 반발하면서, '퇴진 촛불집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공정사회포럼 대표의원인 최강욱 의원과 연구책임의원 윤영덕 의원을 비롯해 강민정·김남국·김승원·김용민·김의겸·문정복·민형배·박영순·장경태·황운하 등 12명 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민 의원 외에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당 당내 모임이다.
김 의원은 "최근에는 제게 ('퇴진 발언을) 잘했다고 얘기하시는 분도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민 의원도 "검찰 독재국가로 가는 전조에 시민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고, 정치인들이 함께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내부에서도 여전히 집회 참석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집회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의원들이 각자 판단해서 개별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감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가 대통령의 명백한 법 위반이 없는 상황에서, 원내에서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할 경우 여론 역풍 등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퇴진 집회'를 두고 '이재명 방탄용 정치 선동'이라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실도 "헌정질서를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선을 긋는 모양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금은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싸울 일이 너무나 많다. 여기에 또 집중하는 것이 또 국민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측근 체포와 중앙당사 압수수색 등 검찰이 이 대표를 옥죄면서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하면 '장외투쟁'이 항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필요에 따라서는 어느 시점에 또 국민들과 함께 저희가 손을 잡고 싸워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정말 험난한 향후 대정부 투쟁의 초입부에 이제 들어선 것"이라며 "장외투쟁을 하냐 마냐의 문제는 앞으로 차차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주최 측과 지지자들은 이 대표 수사와 집회가 맞물려 '제2의 조국수호' 프레임에 사로잡힐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윤석열 퇴진·탄핵"이라며 "박근혜 퇴진 집회처럼 중도층을 참여시키기 위해 '이재명 '수호'는 외치면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전문가는 당 지도부가 '장외 투쟁'과 선을 긋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반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설 수 있지만 정치인이 시민들과 나서기엔 시기상조라고 보는 여론이 많을 것"이라며 "국정감사 중인데 여기에 집중해야지 바깥에 나가서 연설하고 하는 것 자체가 핵심 지지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중도층 확산이나 전체 국민 여론에서는 플러스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집회) 판이 좀 커진다고 하는데 만약에 정말 촛불이 전국적으로 번진다면 윤 대통령도 부담감을 느끼게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총선 때 국민의힘 안에서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도부는) 원내 투쟁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국회 안에서 차근차근 성과를 만들어내면 장외에서 집회할 때 훨씬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