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檢 압수수색 "함께 막자"했지만…'사당화' 우려도


민주당, 압수수색에 총력 대응…'정치탄압 대비' 모드 가동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대통령실과 검찰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재명 지키기에 나섰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사법리스크' 논란에도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민생에 몰두했던 이 대표도 의원들에게 "함께 막아나가자"고 호소했다. 당이 '이재명 엄호'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당 차원 대응을 두고 '이재명의 민주당'이 본격화할 거라는 우려도 감지됐다.

민주당은 검찰이 이 대표 턱밑까지 수사망을 좁혀오자 들고 일어났다. 지난 19일 검찰의 당사 진입 시도에 의원들이 7시간 넘게 입구에서 물리적 저지에 나섰고, 다음 날인 20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저마다 '야당탄압 규탄한다 보복수사 중단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윤석열 정권을 규탄했다. 규탄성명을 발표한 박범계 의원은 "제1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는 권력의 친위대로 전락한 고삐 풀린 정치검찰의 방종이며 출범 5개월 권력 놀음에 취해 제멋대로 칼춤을 추고 있는 윤 정권의 저열한 정치보복이라 규정한다"며 "사상 유례없는 검찰 쿠데타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수사와 관련해 '알아서 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알리며 당과는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에 가까워오자, 당 차원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며 "의원 여러분이 함께 힘 합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퇴행을 함께 막아나가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대장동 사업' 민간 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귀국 당시 '(이 대표를)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이 안 먹히더라'고 한 대화 녹취록을 언급하며 자신과 김 부원장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논란에 대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의총 후 "(검찰이) 대선자금을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 본 일도 쓴 일도 없다. 김 부원장은 오래 믿고 함께했던 사람인데 저는 여전히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당사 앞에서 항의 손 피켓을 들며 저지했다. /이새롬 기자

당 지도부는 '이 대표 결백'과 '윤석열 정권 규탄'에 당력을 집중했다. 최고위원들은 저마다 '조작 수사' '야당 탄압'을 언급하며 이 대표를 향한 정치보복을 멈추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의총에서 언급했던 남 변호사의 대화 녹취록을 이유로 들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유동규 측에 돈을 줬고 그게 김 부원장에게 갔다는 얘기에 관해 유동규가 김 부원장에게 돈을 줬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고 유동규의 진술 하나만 검찰에서 바뀌어서 (유 씨의 입으로부터) 나온 진술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작 수사'라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이 대표를 엄호하며 검찰의 압수수색 재시도에 당 차원 대응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김 부원장과 민주당이 실제로 관련성이 없음에도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봤다"며 "당장 압수수색 재시도가 있으면 재저지를 위한 당 차원 대책이 있을 것이고, 또 그런 일(압수수색)이 생긴다면 국감이 다시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관련 수사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일단은 하나로 뭉친다'는 기류가 형성된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뭐 어쩌겠나. 검찰이 이 대표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등 기획 하에 무리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으니 지금은 공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2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당내에서는 이 대표 관련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데에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당화 우려도 제기된다. /남윤호 기자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오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이 대표든 문 전 대통령이든 민주당에 중요한 사람들이 검찰 수사 칼날의 종착역이 될 것이다'라며 당 차원의 전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을 주로 했다"라며 "전무후무한 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게 당의 입장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에 당력을 활용할 경우 자칫 국민들에게 '사당화' 우려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 대표 문제이니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겠으나, 법치주의에 따라 정당히 발부된 영장이라면 야당 당사라고 예외가 될 건 아니다"라며 "당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이렇게 총력 대응하다가 뭔가 잘못됐을 경우에는 당이 송두리 쨰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에게는 이미 '당이 이재명을 엄호한다'고 비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설훈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 여부에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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