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발언에 이은 검찰의 국정감사 중 초유의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철지난 종북 몰이와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주장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전날(19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종북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주사파,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뜻의 정치적 용어인 '협치'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과 국회 지형상 협치의 대상은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과 소수야당인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뿐이어서 사실상 '민주당'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을 "수령님께 충성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것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주류인 586 세력을 "친북·자주 주사파적 생각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윤 대통령의 "주사파와 협치 불가" 발언이 나온 날 초유의 국정감사 중 제1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야당 탄압', '대통령실의 기획 사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0일 오전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수사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언론보도를 보고 아는 정도고 자세한 내용은 제가 수사 내용을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다"면서도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초유의 국정감사 중 야당 당사 압수수색이라는 노골적 정치 탄압에도 윤 대통령은 오늘 '야당이 여당 시절 생각해 보라'는 말로 자신의 본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놓고 '김문수 위원장만 김일성주의자라 생각하겠냐'라며 (여당) 대표가 직접 모욕하더니, 윤 대통령은 '종북 주사파와 협치할 수 없다'는 발언까지 보탰다. 자신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한 '철 지난 종북 몰이와 야당 탄압'이 2022년 대한민국에 결코 통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협치와 통합, 민생정치의 포기'에 다름 아니다. 실효성이 없음을 알고도 국민의 눈과 귀를 민주당사로 돌리기 위해서 야당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하는 정략적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민생 포기, 협치 파괴, 국회 무시로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에 민주당은 결단코 물러서지 않겠다.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정치 탄압의 진상을 규명해나갈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은 특정인, 특정 세력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도 함께 하느냐고 반문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검찰이 민주당사도 압수수색 한 게 너무 의도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 모든 게 문 전 대통령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는 질문엔 "검찰 수사에 대해서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수사에 대해선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대통령 발언과 검찰 수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개인적으로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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