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자신이 "주사파,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 저는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은 헌법상 우리 헌법을 수호하고 또 국가를 보위해야 될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침 또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오찬 간담회에서)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제가 답변을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오찬 참석자에 따르면 실제로 윤 대통령은 '주사파'의 구체적 대상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령님께 충성하는 측면도 있다"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민주당 주류인 586 세력은 요즈음도 북한은 항일무장 투쟁을 한 김일성이 만든 자주 정권이고, 대한민국은 친일파 괴뢰정권이 세운 나라라는 생각을 언뜻언뜻 내비친다"며 "민주당 586세대는 20대의 나이로 전두환 정권을 몰아냈다. 하지만 40년 전의 얘기다. 지금도 우리가 그때 가졌던 친북·자주 주사파적 생각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대판 위정척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과 정 위원장의 발언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인식돼 사실상 민주당을 지칭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의 "주사파와 협치 불가" 발언이 나온 날 공교롭게도 검찰은 제1야당 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민주당은 김 부원장은 최근 임명된 비상근 인사로, 당사에 머문 시간이 3시간가량밖에 되지 않는 데 민주화 이후 유례가 없는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정치탄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설마 대통령이 말씀하신 종북 주사파가 민주당인가. 국회에 협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당이 몇 군데나 되는가. 협치의 최우선 대상인 제1야당은 민주당"이라며 "대통령이 임명한 경사노위원장이 전직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하더니, 윤 대통령은 제1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매도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안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에게 민주당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보복의 대상이었던 것"이라며 "검찰은 민주당사에 압수수색을 하겠다며 쳐들어오고,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정치탄압의 화신이 되고자 한다면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겠다"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를 두고 민주당에서 '야당 탄압', '대통령실의 기획 사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이런 수사에 대해서는 저 역시도 언론보도를 보고 아는 정도고 자세한 내용은 제가 수사 내용을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다"며 "그렇지만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런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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