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정치 공방' 국정감사, 언제까지 봐야 하나


'정쟁' 매몰, '민생' 뒷전…구태 반복 여전

윤석열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정쟁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깁도읍(가운데) 위원장과 정점식(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윤석열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국감)가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오는 24일까지 17개 상임위에서 모두 783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국감의 중요성을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이 무력 도발을 지속해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고금리·고물가로 민생이 어렵다. 국감의 목적은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나라 안팎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 정치권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를 국민은 바랐다.

사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이 국감 전 "어차피 걔들은 안 바뀌어"라며 푸념했을 때 국민이 국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야가 정기국회의 꽃인 국감에서 여전히 구시대적 행태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여야의 전투력은 현역 국군 못지않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국감이 파행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쟁에만 매몰된 결과다.

국감 첫날부터 그랬다. 지난 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서면조사 요구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참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과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충돌로 국감이 중단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한 영상 재생 여부를 두고 입씨름을 벌이다가 또 파행됐다. '그들만의 싸움'으로 정부와 피감기관을 상대로 질의할 시간을 허비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다, 총살감이다라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새롬 기자

열흘이 지난 14일에도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박성제 MBC 사장의 답변과 시사프로그램 의 '김건희 여사 대역' 논란을 두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결국 1시간 만에 파행.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감에서는 여야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공방을 벌이다가 한때 중단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고발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언쟁을 벌이면서 국감이 정회됐다.

국감에 참석한 일부 기관장들의 부실한 답변과 불성실한 태도도 볼썽사나웠다. 바이오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소속 야당 의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의 인과성 관련 질의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야당 의원들은 백 청장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부실한 답변이라고 질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아 논란이 불거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11일 법사위 국감에서 대통령실과 연락 횟수를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드릴 의무가 없다"고 버텼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다", "총살감이다"라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외 국감에서도 파행과 막말은 부지기수다. 이뿐 아니라 국감에 지각하는 의원들은 기본이고, 국감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나도 빈자리가 수두룩하다. 일부 의원들은 기관장이나 증인들을 향해 "국감이 생중계되고 있어요! 국민이 지켜보고 있어요!"라며 정의의 사도처럼 굴지만, 정작 자신의 질의가 끝나면 자리를 뜨는 일도 빈번하다. 정쟁에 지쳤는지 조는 의원들도 여럿이고, 휴대전화를 보며 딴짓하는 의원도 있다. 질의 자체도 맹탕이 많다. 이슈가 되는 현안을 집중적으로 캐묻다 보니, 반복되는 질의가 상당수다. 총선을 의식한 듯 지역구 민원 해결도 빠지지 않는다. 야당은 정부의 흠결을 부각하고 여당은 방어하는 데 급급하다.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국감은 늘 부실 논란이 뒤따랐고 정쟁으로 얼룩졌다. 아직 올해 국감 일정이 남았지만, 지금껏 해온 국감을 보면 '민생국감' '정책국감'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 입만 열면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여야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정쟁에만 치우친 국감을 보고 있으면 '또 한 번 속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 혐오를 정치인이 만드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 위기는 정쟁에 골몰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이제라도 부디 건전한 비판과 정책적 처방을 찾는 국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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