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임명 2주도 안 돼 윤석열 정부 '리스크'로 부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령님께 충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해서다. 대통령실은 개인적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내부에선 선을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물론 검찰 수사가 남아있어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 최대 위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주식'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직무 관련성이 엿보이는 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관련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함구했다. 여당 대표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이면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고,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당내 일각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정감사 2주 차. 민주당 '처럼회' 소속 두 의원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을 상대로 활약한 반면, 김의겸 의원은 '대북 코인'을 꺼내들어 이재명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언급, 'X맨' 역할을 자처했다.
◆대통령실, '김문수 발언 논란'에 선 긋지만…우려가 현실로?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주도 안 돼 발언 논란에 휩싸였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도 넘은 발언이 논란이 됐네?
-맞아. 지난달 29일 임명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하고, 윤 의원을 향해선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발언해 결국 국감장에서 퇴장당했어.
-김 위원장은 다음 날(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어. 신영복 사상이 김일성 사상이고, 그런 신영복 선생의 사상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봐야 한다는 논리지. 이에 진행자가 '신영복 선생의 사상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존경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등치 시킬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되물었지만, 김 위원장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왜 아니라고 하는가"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어
-특히 그는 '김일성주의자 밑에서 우리가 5년 동안 국민들이 살았다고 보는 건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저는 아주 악몽 같은 5년을 보냈다"고 답하기도 했어. 또한 2019년 자유한국당 주최토론회에서 '문재인은 총살감이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은 22년형, 이명박 대통령은 1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거는 너무 심하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훨씬 더 심하게 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어. 법원에서 최종 징역형 확정판결을 받은 두 전직 대통령보다 수사도, 재판도 받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이 더 심하게 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
-1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국감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김일성주의자 발언으로 논란이 돼서 결국 국감장을 나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인사 참사 책임지고 대국민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어떤 입장이신지 알고 싶다'고 대통령실 입장을 물었는데 "발언 논란은 신문을 통해서 봤다"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스스로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가 답변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어.
-대통령 직속 위원회 장관급 위원장이 한 번도 아니고 이틀에 걸쳐서 재차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극단적 발언을 했는데도 대통령실은 선을 긋고 있는 거야. 내부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너무 나간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지 얼마 안 된 장관급 인사가 극단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어떤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한 것 같은 분위기야.
-사실 김 위원장은 인사 발표 당시에도 경제·사회·노동계 의견을 두루 듣고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김 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맞는 것인가라는 우려가 컸어. 당장 인사 발표날에도 취재진 사이에선 "양대 노동자단체인 민주노총·한국노총에서 모두 김 위원장을 노동계에 적대적 인물로 평가한다"는 지적이 나왔어. 이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노동계 쪽을 보니 각자 판단에 따라 선호도가 너무 달라 저희는 일단 노동계 원로부터 현재 있는 사람들, 노동부 장관, 총리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며 김 지사가 노동 현장에 밝고, 지금 민주노총·한국노총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후배들이고 해서 포용력을 갖고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좀 지켜봐 달라"고 말했지. 그는 또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김 위원장이다. 극우와 가까운 인사를 기용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저희가 노동계 의견을 두루 들어보니 (극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아까 말했다시피 노동계에 대한 애착도 많고, 지금 (노동계에서 활동) 하는 분들과 선후배 간 유대도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어. 한마디로 문제없다는 거였지.
-윤 의원은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 위원장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네?
-맞아. 하지만 발언의 당사자는 논란이 된 발언을 주워 담을 생각이 없어 보이고, 윤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따로 언급할 생각이 없어 보여. 윤 대통령은 14일 출근길 약식 회견에 발언 논란을 일으킨 강성 인사 김 위원장 인사 배경에 대한 질문에 "노동 현장을 잘 아는 분"이라며 "70년대 말 80년대에 실제로 우리 노동 현장을 뛴 분이기 때문에 진영에 관계없이 많은 노동 운동가들과 또 이런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고 현장을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다른 걸 고려하지 않고 현장을 가장 잘 안다고 판단해서 인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어. 인사 발표 당시 김 비서실장의 설명과 사실상 같은데, 김 위원장의 정치적 신념과 그와 관련한 발언 논란으로 사람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사면초가' 이준석...당원권 정지에 성상납 의혹까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무고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는데?
-맞아. 사건 순서는 이렇게 돼. 먼저 이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성상납 의혹을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 측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어. 이 전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전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거였지. 그런데 김 대표 측에서 오히려 이 전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를 무고 혐의로 고발했어. 무고는 상대방을 형사 또는 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해. 이 전 대표에 대한 무고 여부를 확인하려면 무엇보다도 성접대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려야 했어. 경찰은 수사 끝에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 사실상 '성접대가 있었다'고 본 거야.
-파장이 상당할 것 같은데. 이 전 대표는 어떤 입장이야?
-이 전 대표는 13일 경찰 수사 결과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치 혐의를 부인한다"고 말했어. 또 "여러분이 의문을 가지시는 일은 없었다"고도 했지. 이 전 대표는 "2013년 일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모두 단호히 부인한다"며 "일방적으로 제3자의 진술만을 들어 이 사건을 송치했다"고 불쾌감을 표했지. 또 "경찰 단계에서의 삼인성호(三人成虎·여럿이 거짓말을 하면 참으로 여겨짐) 식 결론을 바탕으로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만약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어.
-아직 검찰 수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네.
-아무래도 그렇지. 지금 당장 '이 전 대표가 성접대를 받았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은 맞다고 봐.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김철근 당시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성상납 의혹 사건 관련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의혹에 따라 당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어.
-눈여겨볼 점은 당시 윤리위가 "성상납 의혹은 판단하지 않았다"는 거지. 향후 검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추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야. 또 지난 8월에는 당 윤리위원이었던 유상범 의원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고 보낸 문자가 포착된 적도 있으니까.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추가 징계를 받았으니 이번에도 징계를 받게 된다면 '3차 징계'라고 할 수 있겠네.
-이 전 대표는 이번 경찰 수사 결과로 정치적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봐. 우선 이 전 대표는 2024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어. 앞서 이 전 대표는 두 차례 징계를 받은 까닭에 당원권이 총선 3개월 전인 2024년 1월 8일까지 정지된 상태야. 여기에 추가 징계까지 이뤄진다면 '빨간 점퍼'를 입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 이 전 대표가 여러모로 사면초가에 놓인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지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