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내 집 사준 주식에 발목 잡혔다'...골머리 앓는 이재명


정진석 '식민사관' 논란...당내에서도 "저건 아닌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친구의 소개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한때 '왕개미' 이재명, '이해충돌 논란'에 골머리

-국정감사가 한창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충돌 논란'이 급부상했어. 어떻게 된 일이지?

-발단은 지난달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이야. 이에 따르면 이 대표는 한국조선해양 1670주, 현대중공업 690주 등 2개 종목 주식을 총 2억 3125만 원 상당 매입했어. 대선이 끝나고 4~5월 여러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고 해. 문제는 이 대표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배정됐는데,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이 해군에 함정 관련 납품을 해서 '방산업체'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방위와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거야.

-이 대표는 곧바로 전량 매도했더라고.

-맞아. 문제가 불거진 날 민주당 공보국은 "해당 주식은 보궐선거 출마 결정 전에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국방위 활동과 무관하다"면서 국회의 백지신탁 심사를 청구한 상태라고 해명했어. 그런데 여당에서 "국방위를 떠나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라고 공세를 펼치니까 다음 날 전량 매도한 거야. 요즘 주식장이 좋지 않아서인지 약 15% 정도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고.

-금전적 손해에만 그치지 않았어. 14일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거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 짙긴 한데, 어쨌든 이 대표도 난감할 것 같아.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14일 국회 의안과에 이 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는 국민의힘 김희곤 원내부대표와 김미애 원내대변인. /국회사진취재단

-국회의원을 '주식 보유'만으로 비판할 순 없어. 다만 아무래도 국회의원 등 공직자는 주가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보유 주식이 3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2개월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해. 이 대표는 기한에 딱 맞춰 8월 30일에 백지신탁 심사를 요청했어. 지적하자면 지난 6월 취임 후 곧바로 심사를 요청하지 않은 점, 또 개정 국회법은 직무 연관성이 우려될 때 상임위를 선제적으로 회피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논란으로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경제 유튜브 채널에 나와 했던 '왕개미 시절' 이야기가 재조명을 받고 있어.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에서 이 대표는 1992년 증권회사에 재직 중이던 친구 권유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주식 잘 골라서 사니까 2~3배 남는 건 일도 아니더라"고 말한 적 있어. 이때 번 돈으로 지금 보유하고 있는 분당구 수내동 자택을 3억6000만 원에 샀어.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로 출마하면서 자택을 주변 시세보다 약 1억 원 낮춰 24억5000만 원에 내놓았는데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해.

-이번 손실로 '왕개미' 타격을 입었지만, 부동산에 주식까지 확실히 재태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네. '주가지수(코스피) 5000포인트 시대' 공약도 빈말은 아니었나 봐. 오죽하면 이 대표 지지자들 중에는 논란이 일자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을 "따라 사자"는 이들도 몇몇 있었어(웃음).

-이 대표에게 아쉬운 점은 대응이야. 해당 논란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지난 13일 국방위 국정감사도 비공개 일정이 있다면서 불참했어. 국방위 국감이 진행되던 시각, 이 대표는 당대표실에서 언론 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는 당 공보국에서 미리 공지해 주는 '차주 일정'에는 없었어. 그래서 출입 기자 사이에선 '국방위 국감 피하려고 간담회를 일부러 잡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어. 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어. 당대표 측에서 밝힌 대로 주식 보유가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면 이런 부분을 기자간담회나 백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 형식으로 의혹을 다 털어냈으면 어떨까 싶어. 여권의 '정치공세'라고만 볼 게 아니라 소모적인 정쟁이 되지 않도록 잘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여.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SNS에 한미일 3국 합동 군사 훈련을 비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진석 '식민사관' 논란…與 일각에서도 '부적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였지?

-맞아. 정 비대위원장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어. 한·미·일 3국 합동 군사 훈련을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이 대표를 겨냥한 글을 올렸는데, '대한민국이 주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본군의 한국 주둔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였어. 그러면서 구한말 정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어. 그는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어.

-야당이 발끈했겠는데?

-민주당은 석고대죄하라고 몰아붙였어.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전형적인 식민사관"이라며 "집권 여당 대표가 국민 앞에서 일본제국주의를 편드는 친일 사관을 떠벌였으면 즉시 사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비판했어. 하지만 정 위원장은 "북한이 전술핵 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또 친일 프레임 씌우겠다고 난리"라며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마라"고 맞섰어.

민주당은 지난 12일 정 위원장을 향해 친일 망언에 대해 사죄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오른쪽)과 전용기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13일 국회에서 정 위원장의 친일 발언에 대한 징계안을 들어 보이는 모습. /이새롬 기자

-당내 반응은 어때?

-당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어.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 글을 올려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라고 되물으면서 사퇴를 촉구했어. 김웅 의원은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지적했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자칫 이 대표의 그릇된 색깔론에 말려들어 소모적인 정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언급했어. 국회에서 만난 한 의원실 비서관은 "(정 위원장이) 다수가 수긍하기 어려운 말을 꺼냈다"며 "페이스북 글을 보고 좀 당혹스러웠다"고 했어.

-반일 정서를 고려하면, 정 위원장의 발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어.

-그건 모르는 거지만, 온라인상에서 댓글들을 보면 '친일파냐' '토착 왜구'라는 비난이 많이 보이긴 해. 하지만 정 위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 같아. 민주당은 지난 13일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인 정 위원장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어

-정 위원장뿐 아니라 논란이 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어. 민주당은 국민의힘 정 위원장과 권성동 의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망언 3인방'으로 규정했어. 권 의원은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고,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주의자'라는 취지로 주장해 논란이 됐어.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은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정제된 발언을 했으면 해.

판사 출신 초선인 이탄희 의원은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법사위 국감에서 예리한 질의로 호평을 받았다. /이선화 기자

◆국정감사 국면 김의겸·이탄희, 상반된 '처럼회' 활약상(?)

-국정감사가 2주 차를 넘기고 있는데. 야당에선 예리한 국감 질의로 주목받은 의원이 있다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초선 이탄희 의원이 주인공이야. 이 의원은 지난 11일 오후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법사위 국감에서 활약했어. 이날 감사원 국감은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주고받은 문자로 뜨거웠어. 당시 언론에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를 두고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내부 반발도 있었다는 내용이 알려졌어. 유 사무총장은 해당 보도가 "무식한 소리"라며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는 문자를 이 수석에게 보냈어. 야당은 이 문자가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대감 게이트'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야.

-이 의원은 유 사무총장에게 문자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어. 이 의원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 보낸 적 또 있습니까?"라고 묻자 유 사무총장은 "따로 답변드리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어. 그러자 이 의원이 "거부 사유는 없다"라며 유 사무총장을 압박했어. 이 의원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3조에 '재판을 받는 당사자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거나 업무상 비밀 등에 해당하는 사안일 경우에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을 꼬집으며 "(거부 시엔) 법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지.

-결국 유 사무총장은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일관하던 태도를 바꿔 김도읍 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해 "이탄희 의원님도, 김의겸 의원님도 그러시는데 제가 증언 거부를 한 게 아니다"라며 "그분(이관섭 수석)도 정책전문가로서 고생하는데, 이 자리에서 미주알고주알 (이 수석과) 별로 자주 통화하는 사이도 아닌데, 답변드리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미로 말씀드렸다"고 해명했어.

-반면 같은 처럼회 소속 의원인데, 최근 독보적인 행보(?)로 민주당이 여론 역풍을 걱정하는 의원도 있다고.

-민주당 대변인을 맡은 김의겸 의원이 주인공인데,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북 코인 사업 수사' 의혹을 제기 중이야. 지난 10일 김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지난 6월 한 장관이 미국 출장을 떠났던 목적이 문재인 정부 인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어. 한 장관이 당시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을 방문했는데, 당시 이 청에서 대북 제재를 피해 암호화폐를 해외송금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한 가상화폐 '이더리움'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를 조사했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야.

-김 의원은 이어 라디오에서 당시 뉴욕남부연방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 중 그리피스가 '에리카 강'이라는 사람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포함돼 있는데, 이 메일에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더리움에 관심이 있다'는 취지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어. 김 의원은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며 한 장관의 탄핵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지.

민주당 대변인을 맡은 김의겸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재명 대표 대북 코인 수사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한 장관 반응은 어때.

-한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김 대변인 말처럼 대한민국 정치인이 북한 가상화폐 범죄와 연계되었다면 범죄의 영역"이라며 "김 대변인은 지금 '범죄 신고나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저런 범죄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고 미리 '복선'을 깔아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어.

-김 대변인의 발언의 파장은 계속됐는데, 이틀 후 김 대변인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북 코인 관련)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나 증인을 확보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확보는 못 했다.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어.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X맨'이 아니냐는 말도 나와. 김 의원의 의혹 제기 이후에야 '대북 코인'이라는 게 있었냐는 반응이 나왔거든. 오히려 야당과 가상화폐 송금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냐는 데에 여론이 모일 수 있어서 민주당 입장에선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와.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의원의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큰 것 같다"며 비판했어. 이어 조 의원은 "(김 대변인이) 이 대표를 보호하고 돕겠다고 (말씀) 하신 것 같은데, 이 대표가 고마워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어. 다만 조 의원은 한 장관이 정치를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래봤자 윤석열 시즌2밖에 안 되지 않을까 싶다"며 "검찰 출신이 바로 정치를 하게 될 때의 폐해를 지금 국민들께서 꽤 느끼지 않을까 싶다. 바로 대통령이 돼서 국정을 책임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어.

-민주당 지지자들도 김 의원에게 유감을 표명했어. 김 의원이 공개한 메일은 2018년 6월 28일에 수신된 건데, 내용엔 "한국의 서울시장과 성남시장이 북한 암호화폐 거래 연결망 구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만 쓰여 있어. 박원순, 이재명이라고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고, 당시 성남시장은 그해 7월 1일 취임한 은수미 성남시장이야. 이 대표는 3월에 성남시장을 퇴임했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 수 없는 메일 내용인데, 김 의원이 '확인 사살'만 한 셈이라는 거지.

-김 의원은 한 장관의 미국 출장과 관련해 "(수사) 하고 싶으면 직을 걸고 정면 승부를 하라"며 정면 승부를 내겠다는 입장이야. '심증'과 '추정' 이외에 '확증'을 잡아낼 수 있을지, 증거를 포착한다면 관련 수사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궁금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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