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22년도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국감)가 5부 능선을 넘었다. 국감이 윤석열 대통령 정부 출범 5개월차에 열리면서 대부분 상임위에서는 신·구 권력(문재인 전 대통령) 대결 구도가 이어졌다. 여야 내부에서는 '대통령 비속어 논란'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 문자 논란' 등 현안 중심 여야 공방 탓에 민생을 챙겨야 할 국감 본질이 일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오후 '국정감사 중간보고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를 열어 국감 중간점검 시간을 가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를 질타하며 "인사, 외교, 경제, 안보 참사에 결국 민생까지 역대급 참사가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감'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의혹, 은폐로 막으려는 꼬꼬무 국감은 결국 대통령실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김건희 여사 특검, 대감 게이트(대통령실-감사원 간 게이트) 고발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경고에만 그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실 문자 의혹'을 받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정치보복 수사 논란'을 일으킨 최재해 감사원장 등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정작 직권을 남용한 장본인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라며 4대강 사업 감사에 직접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부터 고발하라고 반발했다.
여야 안팎으로는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이 정쟁을 내세우는 신·구 권력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역대급 맹탕 국감'이라는 중간 평가가 나온다.
국감 첫날인 지난 4일부터 각 상임위가 날 선 공방으로 파행을 거듭하기도 했다. 법사위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요구를 놓고 여야가 붙었다. 외통위에서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도중 '이XX' 등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외교부 국감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외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회의장 퇴장·장관직 사퇴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5일 문체위에서는 고등학생이 그린 윤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엄중 경고'를 내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향한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 '박근혜 블랙리스트 부활' 등을 근거로 박보균 문체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었다.
여야 의원들의 국감장 반말과 막말은 빠지면 서운할 지경이다. "니나 가만히 계세요"(5일 보복위 국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버르장머리가 없잖아"(4일 행안위 국감, 김교흥 민주당 의원) "뻘짓거리하다가 사고당해 죽은 것도 똑같이 공상 처리하자는 것과 마찬가지"(6일 농해수위 국감, 주철현 민주당 의원) "혀 깨물고 죽지"(7일 과방위 국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막말 어록은 지금도 갱신 중이다.
국감 후반부에도 정쟁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은 예견된 상태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실질감사 종료가 오는 14일 예정돼 있고,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한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13일 검찰이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11일 감사원 국감에 이어 감사 중립성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감인 만큼 야당이 따질 정도로 현 정부에 산적한 현안이 부족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거에는 12월 대선이 있고 2월에 정부 집권 이후 반년 이상 지나서 국정감사가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엔 5월에 임기가 시작돼 10월 초부터 국감이 시작되다 보니 현 정권에 대해 별로 감사할 것이 없다"며 "여기에 정권교체가 되며 여야가 바뀌다보니 여당이 전 정권을 공격하는 양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안팎으로는 이번 국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들린다.
민주당 재선 A의원은 <더팩트>에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마당에 여당에서 할 얘기는 없으니 '태양광' '김정숙 여사 타지마할 방문' 등을 꺼내는데, 정권이 교체된 마당에 전임 정부를 피감기관 삼으며 근거도 없이 남탓만 하면 보는 국민들은 짜증이 날 것"이라며 "(여당에서 야당이 되다 보니)정치적으로 민감한 게 많으니 피감기관에서 자료를 잘 안 주려고 해서 (의원실에서)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으로 첫 국감을 맞은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법사위 국감이나 여야가 크게 정쟁이나 다툼이 있는 부분이 아니면 국민들의 관심이 낮기 때문에 언론 보도도 적어 관심받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을 느꼈다"며 "정무위 국감 취지에 맞는 업무 개선책이나 장기적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단기간에 관심을 끌 수 있는 현안들 위주로 질의를 하다 보니 국감에 대한 회의가 들 때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외교 참사'와 '김건희 여사 논란'을 빼면 아무 것도 없는 국감 아니었나. 정권교체가 됐다고는 하지만 야당은 의석 수도 많고,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도 있어 충분히 유리한 지점을 선점한 상황인데 이슈를 선점하지 못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내년엔 총선 전 국감이라 쏟을 시간도 부족할 거고 시기상 지금이 민생을 신경 쓰고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텐데 현 정부의 실책만으로 야당이 국감을 이끌어가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