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주 "정의당, 한국 정치 재배열에 뛰어들어야"


두 번째 당대표 도전…양당 체제 속 '세 번째 권력' 로드맵 제시

조성주 정의당 대표는 한국 정치가 자연스레 재배열될 것이고, 정의당은 여기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 사진. /마포=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마포구=박숙현 기자] 7년 전 "저와 함께 광장 밖으로 과감히 나아갑시다"라는 출마의 변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30대 청년 정치인은 두 번째 당대표 출마 선언문을 "정치가 이렇게 나빠질 거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라는 다소 힘 빠지는 말로 시작했다. 조성주 정의당 당대표 후보 이야기다.

그래도 역시 그는 그다. '진보정치 2세대'라고 명명하며 출마 자체로 진보정치의 상징적 인물이 된 조 후보는 이번에는 "세 번째 권력이 되겠다"는 더 큰 포부를 안고 돌아왔다. 전국 유세 현장에서는 상대 후보가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비례대표 100% 전략공천', '직무급제', '당명 개정' 등 연일 쟁점을 던지고 있다.

조 후보는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 노동 밖의 노동으로 밀려난 이들을 보듬자던 제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에게 '제3시민 세력'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들과 함께 "한국 정치를 부수자"고 말했다. '87년 세계관' 기반 위에 놓인 현 한국정치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조 후보는 "한국 정치는 이미 부서져 있고 부술 거면 확실하게 부수고 새로 재배열해야 한다. 지금 타락한 양당 정치와 몰락한 진보 정치에서 거의 방황하고 있는 '제3시민들'이 굉장히 많다. '거기에서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이 '사회민주주의'로 노선 정리를 마친 후에 '87년 체제' 대륙판이 갈라지는 틈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는 '세 번째 권력' 로드맵도 제시했다.

진보주의자 이전에 민주주의자인 그는 "지금 진보 정치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세상을 분석하는 틀이나 세상의 갈등 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에서 한국의 진보 정치가 유난히 경직적이었다. 예를 들어 사회 전체가 좋아지려면 진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노동을 설득해서 타협을 끌어와야 한다. 보수 정당은 노동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설득해서 타협 지점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각자 계속 실드(방어) 치면서 타협점이 안 생기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 한국 정치가 지나치게 양극화됐다는 측면에서도 유연한 목소리를 진보가 대표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촬영 때는 수줍은 성격 탓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에둘러 말하는 것 없이 거침없이 답했다. <더팩트>와 지난 4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만난 조 후보는 정의당 위기 진단과 혁신 방향성, 양당제 타파를 위한 전략, 한국 정치 양극 체제의 종말과 제3권력의 태동에 대해 약 50분간 이야기했다.

9월 26일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이 가장 먼저 정의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국회사진취재단

◆"87년 세계관 무너져...지금은 한국 정치 전체의 위기"

지난 2015년 6월, 군소정당 30대 정치인인 조 후보의 출마선언문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식인들이 서로 인용하고, 출마선언문을 계기로 정의당에 입당한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당시 조 후보는 진보정당의 지지 기반인 강성 노조 중심이 아니라 '노동 밖의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두려움 없이 ‘광장’ 밖으로 과감히 나아갑시다." 삶의 궤적도 출마의 변과 맞닿아 있었다. 당대표 낙선 이후 당내 곱지 않은 시선에도 서울시 노동협력관 제안을 받아들여 행정 경험을 쌓았다. 그는 "'행정의 현장에서 수 십 대 일의 경쟁을 뚫은 우리가 왜 비정규직과 같은 직원이냐?'고 반문하는 공기업 정규직 청년들의 왜곡된 정의를 직접 목격했다"고 고백했다. 존폐 위기에 직면한 정의당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조 후보는 7년 전에도 당대표에 도전했다. 출마의 변이 화제였다. 2015년 6월 21일 정의당 전국동시당직선거 전북지역 순회유세 중 연설하는 조 후보. /뉴시스

"일단 제가 나이가 7년 더 들었고요(하하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고, 40대가 됐으니까요. 농담이지만 어쨌든 그게 일단 있는 것 같고, 크게 달라진 건 2015년도에는 뭐랄까요. 정의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서 당이 올라가는 시점에 제가 등장을 했고, 노회찬·심상정이라는 한국 진보 정치 거두인 두 분하고 상대하면서 '진보 정치 변화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화두를 던졌었던 것이고, 7년이 지난 지금은 정의당이 위기에 내려와 있는 상황에서 출마를 했다는 점이 확실히 다르고 상대하는 후보들도 같은 세대의 정치인과 당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거냐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다는 게 차이가 있죠.

제 개인적으로는 당시에는 '1세대 진보 정치'에 대립해서 새로운 '2세대 진보 정치'가 가야 된다고 얘기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그렇게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1세대·2세대' 이렇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진보 정치 자체가 발 딛고 있던, 한국 정치 전체가 발 딛고 있던 거대한 대륙판이 무너졌다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진보 정치의 근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된다는 거죠. '완전히 무너진 데서 새로운 진보 정치의 아주 원초적인 것부터 다시 고민해 보자' 이런 측면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정의당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자체가 위기라고 보고 있네요.

"단면적으로만 보면 정의당이 당론이 왔다 갔다 하고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서 위기가 온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한국 정치 전체가 위기라고 봐요. 87년 체제라고 표현되는 거대한 대륙판이 무너지니까 그 위에서 모두 위기를 맞는데 위기의 양상이 다른 거죠. (권력이 큰) 양당은 타락의 유혹에 빠졌다고 봐요. 이제 자신들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작은 쪽은 몰락의 공포에 짓눌린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게 진보정치, 시민사회들. 그래서 다들 이제 일종의 대혼돈의 시대에 빠져들었다고 봅니다.

그 안에서 진보 정치도 빨리 자기 역할을 정립했어야 하는데, '거악(巨惡)이 있고 그게 개혁돼야 사회가 좋아지고 진보가 실현된다'는 87년 체제 세계관은 못 벗어났다고 봐요. 그러나 제가 볼 때 이 세계관은 더는 통하지 않는 거죠. (87년 세계관에서) 군부 독재를 대체한 용어가 요즘 '검찰' 같은 거 아닌가요. 그런데 설득력이 없는 거죠. 한국 정치는 이미 부서져 있고 부술 거면 확실하게 부수고 새로 재배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거기서 더 얘기를 하자면 지금 타락한 양당 정치와 몰락한 진보 정치에서 거의 방황하고 있는 '제3시민들'이 굉장히 많다고 봐요. '거기에서 새로 시작하자' 이런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 후보가 정의한 '제3시민'은 "동정과 연민이 필요한 민중이 아니라, 내 일과 가족, 지구와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하는 가장 보통의 이웃"이다. 그는 '무당층'으로 치부되는 이들이 사실은 자신의 정당을 간절히 찾고 있다고 본다.

조 후보는 7년 전과 달리 정의당 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자체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지점과 싸워야 한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 2%대 낮은 득표율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선 광역은 물론 기초 지자체장을 1명도 배출하지 못 했다. 이후 여영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할 차기 지도부 선출을 이달 앞두고 있다. 조 후보는 정의당의 위기는 "87년 세계관에 머물러 있던 것"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진보 정치가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못 알아차리고 과거의 세계관에 머물러 있었던 게 제일 큰 실책인 것 같아요. 진보 정치는 87년 이후에 만들어진 '노동자 대투쟁'이라는 연장선에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었는데 87년 체제에서 탄생한 모든 것들이 지금은 제가 볼 때는 유물이 되고 있거든요.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우리의 출발이다'라고 진보 정치가 얘기했지만 지금 노동자들이 어떻습니까. 상위 10%, 20%의 노동자들과 나머지 80% 노동자의 격차는 훨씬 더 커졌고 '무엇이 노동이냐'라는 것이 불분명해지지 않습니까. 전통적인 제조업 산업 노동이 진보 정치에서 머릿 속에 떠올리는 노동인데 사실 지금의 시민들은 거기에만 있지 않잖아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이미 변화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는 노동자 노동을 대표합니다'라고 하지만 '어떤 노동을 대표합니까. 나의 노동을 대표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워지는 겁니다."

-정의당이나 진보정당이 그동안 경직됐던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두려움이죠. 그 세대들의 세계관은 다 87년 이후에 만들어진 그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우리의 실제 존재 이유를 거기서 계속 찾고 있는 거죠. 그런데 하나의 세계관을 벗어난다는 건 굉장한 두려움이거든요. 그게 두려워서 어떻게 보면 익숙한 곳에서 싸우는 거에요. 투쟁 현장에 가서 연대하고 이런 게 고생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건 되게 익숙하기 때문에 두렵지도 않고 어떤 면에서는 되게 안정감을 줘요. 그건 해오던 거니까, 우리가 잘하는 거니까. 우리가 익숙지 않은 것에서 싸우는 건 굉장히 두렵죠. 두려움이 굉장히 강력하게 있었다고 생각해요."

-세계관의 붕괴는 지금 한 세대가 바뀌는 시점과도 맞물리는 것 같네요.

"그것도 있죠. 밖도 그렇지만 진보 정치 안에서도 리더십의 교체는 있어본 적이 없어요. 이름도 바꿔봤고 정책도 바꿔봤는데 인물이 바뀌어본 적이 없어요. 이정미 후보님도 제가 20년 전에 진보정당에 처음 입당했을 때 최고위원이었고 부대표였어요. 그때 지도부 였던 분들이 여전히 있어요. 리더십이 바뀌지 않았다는 건 일종의 세계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보는 거죠."

-일각에선 페미니즘을 정의당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페미니즘을 하면서 멀어졌다'가 아니라 페미니즘으로 돌출된 목소리와, 이대남이라는 형태로 붙는 갈등이 의미하는 바가 뭐냐를 진보 정치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 근간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여성들이든 젊은 남성들이든 안정적이고 평화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중산층 모델이랄까요. 그런 게 없어졌잖아요. 거기서 발생하는 예민한 갈등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중산층 모델을 갈 수 있었던 남성 청년들이 여성들이 경쟁에서 올라오면서 그게 수월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차별이다', '불공정하다' 자꾸 이렇게 얘기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을 정의당이 정치의 언어로 바꿔내지 못한 게 훨씬 문제지, '페미즘을 해서 문제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이재명 대표는 기본소득 의제나 기후 변화를 얘기합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계속 변화할 텐데 정의당이 경쟁력이 있을까요?

"그렇죠. 이게 보통 이야기하는 '정당 포지셔닝'인데, 진보 정치에 있던 선배 세대들이 보통 '민주당도 왼쪽으로 오니까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더 왼쪽으로는 갈 데가 없어요. 더 왼쪽엔 허경영 대표, 국가혁명당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야기가 거의 아슬아슬하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코스피 5000' 같은 걸 어떻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습니까. 물론 집권 정당이었고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훌륭한 지점이 있죠. 하지만 민주당이 굉장히 위험하게 이쪽으로 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진보 정치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건 1차원적으로 보는 거고, 오히려 진보 정치는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지점들에서 싸워야 합니다. 저는 더 왼쪽에 간다고 선명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민주당이 놓친 부분들, '최저임금을 저런 식으로 올리는 게 맞는 거야?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도움되는 방식은 그게 아니다. 진짜 현장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런 영역에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2차원적으로 배열하고 싸워야 합니다.

지금 한국 정치에서 선명성 경쟁은 이미 정책적 영역에서는 오른쪽도 왼쪽도 포퓰리즘에 이미 돌입했다고 봐요. 이런 포퓰리즘 경쟁에서 오히려 진보 정치가 빠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저는 시민들이 포퓰리즘 경쟁에 환멸 같은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진보 정책이 빠져나와서 진짜 책임 있게 유능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조 후보는 정의당을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 정리하고 사회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산업 경제' 대안 제시·복지국가 지향하는 '사회민주당' 목표

정의당 내에선 '재창당 수준'의 혁신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노선과 방향성을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조 후보는 정의당의 새로운 모습은 "민주노동당의 귀환도 정의당 2기도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단선적으로 움직였던 이전과는 다른 '2차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대적 복지국가를 목표로 하는 사회민주주의를 노선으로 정했다.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로 민주적인 사회공동체를 만들어 각각의 정체성은 다양화하되, 소외된 개인의 일상을 지키고 사회 공동체 보호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조 후보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녕, 시장과 사회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사민주의가 가장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모델을 실현했다고 봤다.

-어떤 정의당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진보 정당의 노선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진보'라는 말로 퉁쳐왔는데 최근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를 봐도 진보적 유권자와 보수적 유권자라는 말이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요. 검찰 개혁을 하면서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게 진보적 유권자들이라고 분석되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진보 정치가 거기에 호소하는 게 맞나. 진보 정치가 자기의 노선과 정체성이 명료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일단 사회민주주의를 기본노선으로 해서 '사회민주당'으로의 당명 개정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에 정책이나 노선적 측면에서 경제와 산업 역량을 훨씬 강화시킬 필요가 있고요. 여기에서 대안 사회 비전을 잘 만들 필요가 있겠다 싶어요. 정치적으로는 양당 정치의 극단화 속에서 이탈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명료한 자기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사민주의라면 '복지 국가'가 목표인가요.

"복지국가 노선은 새로운 산업 변화에서 한계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적 복지국가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노동시장 정책 비율이나 OECD 복지 수준을 볼 때 못 쫓아가고 있어요. 진보 정치가 어느 순간 그걸 놓쳤죠. '기본소득'류에 확 빠지면서 복지국가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게 굉장힌 직정책적 실책이라고 생각해요. 진보 정당이 현대적 복지국가 노선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면 훨씬 성과가 있었을 거라고 봐요."

조 후보는 진보 정치가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지점들에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님은 진보진영에서 금기시하는 '직무형 임금체계 도입' 등도 주장합니다.

"진보 정치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얘기들이긴 하죠.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오른쪽으로 가자 이런 게 아니고요. 진보 정치는 사회 경제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진보정당이 '약자들의 편'이라는 말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진보 정당이 출현한 지 20년이 지났단 말이에요. 지금 유권자들이 '너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 거야, 어떻게 운영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물으면) 산업과 경제 영역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노동 내부의 불평등이 커졌는데 어떻게 할 거야'라는 질문들에 답을 하지 못했던 거죠. 진보 정치가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면 바로 산업과 경제, 바로 이 전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거기서 진보 정치가 할 수 있는 주장이 뭐냐 했을 때 이런 공약들을 내세우게 됐습니다. "

-'직무급제' 도입은 보수 쪽 의제이기도 한데요.

"네. 그러니까 보수 정치 쪽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맞는 얘기라면 보수 쪽이 하는 얘기를 같이 할 수도 있는 거죠. 진보와 보수라는 이 틀의 구분이 많이 무너졌어요. 직무형 임금 체계는 오히려 진보의 아젠다죠. 독일의 사민당과 산별 노조가 그나마 나은 평등을 만든 게 사회적 직무형 임금 체계에요. 그게 한국에서는 보수의 아젠다처럼 돼 있었죠. 보수 쪽이 늘 성과급 직무 이런 얘기를 했으니까. 보수 쪽에서 과거에 그런 얘기를 했을 수 있지만 그게 우리 사회의 진보적인 방향성과 맞고 불평등을 완화한다면 진보 정치가 훨씬 더 그걸 유능하게 앞장서서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당제 타파'는 매번 무산됐습니다. 전략이 있나요.

"지금은 일단 정의당 당직 선거를 통해서 정의당의 노선, 향후 전략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는 첫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다음에 한국 정치를 재배열해야 합니다. 그게 꼭 다음 총선은 아닐 수 있어요. 그 시점은 저희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데, (하지만) 지금의 양극단의 정치가 유지되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힘 내부가 저렇게 시끄러운 것도 그렇고, 민주당도 검찰 공격으로 뭉치는 것 같지만 버티기 어렵다고 봐요. 제3시민들, 저는 무당층이 아닌 '제3시민'이라고 부르는데 여기가 점점 커지고 그러면 한국 정치가 재배열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거죠. 여기에서 정치인들이 책임 있게 나서지 않으면 유럽처럼 포퓰리즘 정당들이 등장할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빨리 노선 정리를 해서 정당 재배열에 과감하게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승부를 보는 게 '양당 체제 타파'라고 봐요. 그걸 뛰어들려면 진보 정치가 실력이 있어야 되고 자기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우리는 정의로운 사람들입니다' 그걸로는 할 수 없거든요. 뛰어드는 게 결국 한국에서 양당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일 거라고 봐요. 아직은 어떤 세력으로 구체화 할 수는 없겠죠. 다들 머릿속에 고민만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의당이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양당제 타파'를 위해 선거제를 바꾸고 개헌하자고 하는데요.

"전혀요. 저는 오히려 개헌 반대론자입니다. 한국은 일종의 헌정주의가 센 나라라 지금 개헌이 되면 훨씬 보수적으로 될 거라고 봐요. 저는 헌법은 조문을 고치는 게 아니라 해석을 시대에 맞게 더 자유롭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헌법의 조문을 바꿔서 조문에 뭔가 더 진보적인 문구를 넣는다면 그 해석을 둘러싸고 쓸데없는 사회적 에너지와 분열을 가져올 거라고 봅니다. 보통 개헌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많이 얘기하지 않습니까. 4년 중임제. 그것도 웃기다고 생각해요. 권력구조 개편도 헌법 개정 필요 없이 하면 되는 거에요. 대통령이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게 해주면 됩니다. 프랑스가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를 하는데 개헌해서 한 게 아니잖아요. 또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서 양당 체제를 타파할 수 있다는 것도 저는 반대로 양당 체제를 부술 때 선거제도가 개편될 수 있다고 봐요. 정당 간의 이해관계가 재배열 됐을 때 선거제도 개혁이 되는 거지, 선거제도 개혁이 돼서 양당제를 부순다는 건 모순이라고 봐요."

조 후보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야 선거제 개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후보님 주장에 대해 내부에선 반발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요. 지금도 벌써 이런 주장들에 대해서 당내에서 여러 논쟁이 붙는데 좋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진보 정당은 내부에서 논쟁과 토론이 너무 조용했어요. 정책 또는 노선을 가지고 훨씬 더 시끌시끌하게 싸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당연히 반발이 있겠죠. 하지만 그걸 조율해 나가는 게 정책 리더십이니까요. 그건 지금 출마한 정의당의 대표 후보들 중에 누가 되든 피해갈 수 없습니다. 자기 생각대로만 어차피 100% 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당내 이견을 어떻게 통합하고 조율해 나가느냐가 중요하죠."

조 후보는 22대 총선 비례를 100% 전략공천으로 선출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자신 역시 지난 2016년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6번을 받았던 그는 "제 반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경선이 개인과 정파의 사생결단식 동원 경쟁으로 치닫는 구태를 없애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따른 것이다. 비례대표 전략이 정치노선까지 위협하는 마당에 당력과 인재가 소모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22대 총선 전략'만 놓고 본다면 100% 전략공천은 당의 선거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당내 반발이 있죠. 진보 정당의 자랑이 "우리가 직접 뽑아요" 잖아요. 사실 이 효과는 초기에 몇 번을 빼고는 이제는 작동하지 않아요. 비례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게 여러 문제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당원들이 직접 뽑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파들이 뽑는 거예요. 자기들이 지정한 후보를 얼마든지 그 안에 당선시켜서 당원들이 마치 자기가 뽑는 것처럼 위장시키는 상황까지 왔다고 봅니다.

정치인은 야망과 욕망을 가져야 되니까 당연한 거고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이 정치적으로 성공할수 있는 길이라고 인식을 심어주고, 지역에 출마해야 하는 에너지들을 다 여기에 올인하게 만듭니다. 그게 결정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례대표 우리가 찍어줄 테니까 너희는 여기서 굴복해' 이렇게 되는 거죠. 또는 거꾸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아첨하기도 합니다.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많이 얻기 위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화나게 하면 안 돼요. 저는 이렇게 되면 진보 정당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봐요. 그래서 '비례대표 100% 공천'은 진보 정치가 22대 총선을 어떻게 치를 거냐에 대한 첫 번째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후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진보 정치가 위기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진보 정치가 이 위기를 딛고 오히려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제3시민들', 한국 정치에 대해서 비통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보 정치가 오히려 훨씬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의당을 부수자, 한국 정치를 부수자' 이렇게 슬로건을 건 이유는 훨씬 과감해져야 되는 상황에서는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곳으로 과감하게 돌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제가 늘 좋아하는 표현인데요. '가장 위험한 곳에 구원의 길이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 후보는 진보 정치가 위기 속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햇다.

☞조성주 정의당 당대표 후보는 누구? 78년생. 민주노동당 연세대학교 학생위원장으로 본격적인 학생운동과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졸업 후 민주노동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후 바깥으로 나와 2010년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창립을 제안해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 노동협력관으로 일했다. 2021년 정의당에 복당하고 올해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의당 마포구 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4.48%를 득표했다.

unon8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