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법원이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주호영 비대위' 이후 재출범한 '정진석 비대위'는 큰 고비를 넘어 순항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당 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추가 1년 징계를 결정하면서, 안정적으로 당 운영이 가능해진 정 위원장은 '이준석 리스크'를 털고 당 정상화 작업에 매진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표가 당 '비상 상황' 등을 구체화한 당헌 개정 의결 효력 정지(3차) 가처분에 대해 '신청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정 위원장과 비대위원 6명의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낸 4·5차 가처분은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지난달 국민의힘의 당헌 개정 효력이 인정되며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직을 잃은 것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힘의 완승이다. 지난 8월 26일 이 전 대표가 낸 비대위 전환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정 위원장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하다"며 "집권 여당이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확립하고, 윤석열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반색했다.
한숨 돌린 국민의힘은 당내 내홍 수습과 민생 챙기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민을 위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사필귀정"이라며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다시 하나 된 힘으로 민생만 바라보고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이 기각됐음에도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수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8월 10일 이 전 대표의 첫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5번의 가처분 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첫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이 전 대표의 승리로 끝나면서 주호영 비대위는 돌연 좌초됐고 당은 혼돈에 휩싸였다.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 개정 등 현 비대위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내홍이 격화했다. 이번에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최대 변수인 불확실성이 없어졌다. 법원이 현 비대위에도 제동을 걸었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업는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정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에서 내홍 사태는 점점 진정될 전망이다. 민생·경제 관련 입보 보조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도와 윤 대통령과 여당의 동반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앞으로 당 잘 수습하고 의기투합할 것"이라며 "시급하거나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할 정책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민생을 위해 진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당 대표직 복귀가 희박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에 완패한 이 전 대표가 추가적인 법적 다툼을 접고 향후 행보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신당 창당설도 제기되지만, 20·30 세대를 제외한 보수 지지자들을 흡수하는 것이 무리이고 지역적 기반도 약하기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저녁부터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심의하고 있다. 앞서 윤리위는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신군부' 등 발언을 두고 당에 유해한 행위라며 경고했다. 이미 지난 7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이 전 대표는 추가 징계를 받으면 정치적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윤리위가 정치적 부담이 큰 제명이나 탈당 권고보다는 당원권 정지 1~2년 등 징계를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이 전 대표가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지난달 19일 "가처분뿐만 아니라 유엔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당 내홍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이 잠재한 부분이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윤리위가 지난달 19일 애초 예정된 날짜 보다 열흘 앞당겨 징계 논의를 시작한 것과, 윤리위원이었던 유상범 의원과 정 위원장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된 것을 거론하며 '제명 시나리오'를 주장하기도 했었다.
여전히 당내에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가 법원 결정에 승복한 이상 윤리위도 추가 징계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의원은 "오늘 법원의 결정을 이 대표에 대한 마녀사냥식 추가 징계의 명분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도 "법원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우리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제비를 쏜다고 봄을 멈출 수 없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결정했다. 윤리위는 6일 오후 7시부터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약 5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안건을 심의하고 결론을 내렸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에 대해 지난 7월 8일 결정된 당원권 정지 6개월에 추가해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새 비대위 구성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 당론에 따를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국민의힘은 8월 30일 의원총회를 개최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비대위 전환 요건을 정비하는 당헌 개정안을 추인했고, 위와 같은 당헌 개정과 새 비대위 구성은 국민의힘 당론으로 결정됐다"며 "그러나 이준석 당원은 당론에 반하여 당헌 개정과 새비대위 구성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헌 6조 2항 2호에 의하면 당원은 결정된 당론을 따를 의무가 있다"며 "이준석 당원의 행위는 당론에 따를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당헌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또 이 전 대표가 '양두구육', '신군부' 등 표현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비난한 일에 대해 "당 소속 의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욕적·비난적 표현을 사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국민의힘 윤리규칙을 위반해 당내 혼란을 가중시키고 민심 이탈을 촉진시킨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추가 징계를 결정하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당원권 정지가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 1월까지로 이 전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