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표결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3개국(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국익 훼손'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외교 수장'에게 물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폭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국이 얼어붙는 모습이다.
박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졌다. 투표 결과, 재석 의원 170명 가운데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사실상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고, 6석을 보유한 정의당도 '외교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라는 이유 등을 들며 투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오전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에서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다. 대통령이 거부하면 건의 대상은 사퇴하지 않는 한 해임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를 강행했을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나름대로 압박을 가하고 타격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외교 참사라는 본인들의 주장을 더 퍼뜨릴 수 있어 정치적으로 손해는 되지 않겠지만, 이런 사례가 처음이면 굉장히 충격적인 사안일 텐데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사상 7번째이자 1987년 개헌 이후로는 4번째다. 2016년 부동산 의혹 등에 휩싸였던 김재수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가 과거 사례 중 가장 최근이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직무 능력과 무관하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해소됐다는 등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국회 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내달 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가 파행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욕설만 남은 외교 참사를 막지 못한 것도, 대통령이 빈손으로 돌아오도록 한 무능도 모두 박 장관과 외교라인의 책임"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도 벼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대한 규탄 대회에서 "민주당은 아직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대선에서 졌는지 잘 모르는 거 같다"며 "실질적으로 대선 불복 행위에 불과하고, 윤석열 정부가 잘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하겠다는 발목잡기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권고안' 제출을 예고했다.
최형두 원내부대표도 "민주당은 이성을 잃었다. 국익보다는 정당의 편협한 이익을 좇아가고 있고, 사실보다는 왜곡을 일삼고 있다"며 "오늘 민주당이 외교를 정쟁 수단으로 삼아서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참사라고 억지 부리며 외교를 정쟁 수단으로 삼아 저지른 이 폭거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