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 尹 "사실과 다른 보도"…'정면돌파' 예고


대통령실, '이XX' 표현도 확인 거부…" 명확한 사실관계 특정 어려운 상황"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미국 순방 중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미국 순방 중 부적절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와서 한미 동맹을 훼손,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게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본인이 한 말이 논란이 됐음에도, 어떤 말에 대한 보도가 사실과 다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걸음 비켜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다가, 이석하면서 참모들을 향해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전 세계의 두세 개 초강대국을 제외하고는 자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자국의 능력만으로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 그래서 자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는 동맹이 필수적"이라며 "사실과 다른 보도로써 이 (한미)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양 정상 대화는 48초가량 진행됐다. /뉴시스

◆윤 대통령, 비속어 사용 논란에 "진상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앞서 MBC 등 복수의 매체들은 이번 순방에 동행한 풀 취재 영상기자단이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21일 바이든 대통령 주최 행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면서 참모들에게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당초 "사적 발언에 대해서 외교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다. 이후 10시간가량 지난 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다른 해명을 내놨다. 국회는 우리나라 국회, 정확히는 야당을 의미하며, 쪽팔림의 대상은 대통령 본인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김 수석은 '이XX' 표현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XX들이 우리 국회라는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답하면서 우회적으로 윤 대통령이 '이XX'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XX'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현진·박수영·유상범 의원은 "이XX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26일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발언한 이후 대통령실도 '이XX'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에서 이XX 발언도 없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확인하셨나'는 질문에 "이XX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다른 기자가 '김 수석이 뉴욕 현지에선 이XX 표현에 대해선 인정했다'고 재차 물었지만, 이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늘 이런 말을 했다. '바이든인지 아니면 말리믄인지, 발리믄인지 다양하게 들릴 수 있으니까 확인해 봐야겠다'고. 바이든이 아닐 수 있음을, 민주당도 스스로 시사했다고 본다"며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사실관계를, 명확한 사실관계를 특정하기는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측은 이 대표도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먼저 '이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당초 윤 대통령의 논란이 된 표현은 '이XX', '바이든/날리면/말리믄', '쪽팔려서' 세 가지다. 이 중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는 뜻의 속된 표현인 '쪽팔려서'만 사실상 인정하고, 나머지 두 가지 발언에 대해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정리한 셈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MBC의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 왜곡 흠집내기식 보도 행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따름이다. MBC에 대해서는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일동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의 국익을 해치는 매국 허위방송에 대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허위 보도에 대해 MBC 박성제 사장과 해당 기자, 보도본부장 등 모든 관련자에게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과방위 측은 MBC가 윤 대통령의 '날리면' 발언을 '바이든'이라고 악의적으로 자막 처리를 하고, 해당 영상의 엠바고(21일 오전 9시 39분) 해제 6분 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영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막말'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MBC가 민주당과 한 몸으로 유착되어 여론조작을 펼치고 있는 '정언유착'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박 원내대표가 해당 발언을 하기 이전부터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었다. 이에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전당적으로 언론 겁박에 나섰다"며 "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언급하자마자 국민의힘이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의 욕설 파문은 발언을 한 대통령의 책임이지 이를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있지도 않은 정언유착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파렴치한 행태"라며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 압수수색과 국민의힘의 언론 겁박은 대통령 심기 보좌를 넘어 언론장악을 위한 예정된 시나리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 한다면 국민께서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사실 왜곡 정언유착 보도" vs 민주당 "부끄러움 모르는 파렴치한 행태"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 일동도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비속어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다"며 관련 보도 이후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 영상기자단의 풀 당번 영상기자가 대통령실의 정당한 취재 요청으로 취재할 수 있는 위치에서 정상적으로 촬영한 영상에 (대통령실이) 진위를 따지겠다는 것부터가 의아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낸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영상은 풀 취재단이 찍은 영상이라고 재차 확인해 주었음에도 (대통령실 측은) 이후 브리핑에서도 '짜깁기와 왜곡'이라고 발언해, 해당 영상을 취재한 영상기자들은 매우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그러나 저희 스스로 떳떳하고, 해당 자리에서 계속 풀단이 취재한 영상임을 인지시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더 크게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취재 과정을 문제 삼는 보도와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비속어 사용 논란이 확산되면서, 이미 정치에 관심이 있는 대다수 국민이 유튜브 등을 통해 해당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봤다. 그러나 당사자인 윤 대통령,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측이 유감 표명 없이 비속어 논란을 진실공방으로 몰아가고 있어 이 사태는 진실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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