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 비속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당초 인정했던 '이XX들'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한 논란이 된 발언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26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주장이 상반되는데, 일부는 ('바이든'이 아니라) '말리면, 날리면'이라고 하지 않느냐. 그냥 들어보니까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더라"라며 "감정적으로 할 부분이 아니고 중요한 사안이다.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 확인을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진상 규명의 이유로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간) MBC 등 복수의 매체들은 순방 기자단 풀 취재 영상기자단이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5시간가량 지나서 뉴욕 현지 브리핑을 열고 "국회에서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윤 대통령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수석은 '이XX들이 우리 국회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예,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요"라고 답하면서 '이XX'라고 한 것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이XX'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배현진·박수영·유상범 의원은 "이XX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은 이XX 발언도 없었다고 한다'는 질문에 "이XX 입장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차 '뉴욕 현지에선 이XX 단어가 있었냐는 질문에 (홍보)수석은 네 라고 인정했다. 일부 여권에서 그 발언도 아니라고 하는 것에 대한 사실관계 정리를 부탁한다'고 물었지만, 이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늘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말리면인지 다양하게 들릴 수 있으니 확인해봐야겠다'고 했는데, 바이든이 아닐 수도 있음을 민주당도 시사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XX'라는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선 확인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김 수석의 현지 발언은 "이XX가 아닌 미국 의회를 지칭한 표현이 아니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재명 대표도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만큼 먼저 '이XX'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단정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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