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18일 영국 방문을 시작으로 5박 7일간 김건희 여사와 함께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잇단 실수와 실언이 도마에 오르며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위해 영국을 방문했지만, 조문이 취소되면서 '영국에 왜 갔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에서는 일본 총리를 직접 찾아 약식 회담을 하면서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였다. "이 XX들"이라는 욕설이 담긴 발언이 구설이다. 대통령실은 파문이 확산하자 15시간 후에서 해명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이 외에도 국회에서 휴대전화 화면이 촬영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하루에도 몇 개씩 올리던 SNS 메시지를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대통령실의 전 국민 듣기평가 요청…"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나섰지만, 파문은 오히려 확산하는 모양새야.
-맞아. 윤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다가,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박진 외교부 장관을 향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어. 이 발언은 현장에 있던 순방 기자단 방송사 풀 영상취재팀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어.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다자 외교무대의 장에서 '이XX들'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하고, 그 문장에 '국회'와 'OOO'까지 포함돼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까지 관련 보도를 쏟아냈어. 이에 당초 대통령실은 "'사적 발언'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후 15시간이 지나선 말이 바뀌었어. '국회'는 미 의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를 지칭한 것이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다는 거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뒤늦게 "지금 다시 (윤 대통령이 한 발언을)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 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다"며 "여기에서 미국 얘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어. 국민에게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날리면'이라고 했는지 다시 한번 듣기평가를 해보라고 한 셈이야.
-이에 유튜브와 SNS에선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 당시 주변 소음을 제기한 버전, 재생 속도를 천천히 한 버전 등이 급속히 퍼졌어. 해당 영상, 관련한 기사의 댓글 등을 찾아보면 "'바이든'이라고 들린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아. "그것도 변명이라고 하는 것인가", "진짜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국회는 대통령이 쌍욕을 해도 되는 곳인가" 등 대통령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지.
-설령 김 수석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에서 열린 다자 외교무대의 장에서 우리 국회를 '이XX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이에 대해 김 수석은 유감 표명이나 사과 없이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만 답했어.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은 억지에 가까운 것 같아.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단어들인데 그걸 '우리나라 국회' 그리고 '날리면'이었다니. 이렇게 해명해서 파문을 키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실언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게 나았을 것 같아. 대통령실이 오히려 논란을 더 부추기고 키우는 꼴이야.
-윤 대통령의 관련한 입장도 나왔지?
-윤 대통령은 미국 일정을 마치고 22일 캐나다로 떠나기 전 페이스북에 막말을 했던 행사인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연설 내용(1억 불 공여)을 소개하면서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어. 야당에 대한 사과는 없이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을 밝힌 거야. 당장 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국회 망신을 자초한 데 국민께 직접 사과해야 한다. 또 외교라인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어.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건가? 아니면 국내 상황을 전혀 보고받지 못하는 걸까? 자신의 발언으로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많은 국민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말이야.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이 XX들"이라고 욕설을 해놓고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는지 황당하다는 생각이야. 이래서인지 한 여권 정치인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면서 부끄러워하더라고.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윤 대통령의 심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미국 순방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미·한일 정상회담도 문제가 있었지?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불발됐어. 대신 윤 대통령의 막말이 나온 행사장에서 이뤄진 '48초 환담', 영국과 미국에서 각 한 차례씩 이뤄진 리셉션에서 짧은 만남을 가졌어. 이를 대통령실은 "바이든 대통령 일정 변경으로 플랜B를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어.
-한일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주최한 행사 현장에서 찾아가서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어.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이라고 설명했는데, 일본 측은 '회담이 아니라 간담'이라고 발표했어. 양 정상의 이 만남에는 기존 정상회담과 달리 취재기자단이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고, 양국 국기가 현장에 있지도 않았어. 결과적으로 순방 출국 전 대통령실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힌 것은 지켜지지 않았어.
-미국에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위해 방문한 영국 순방은 '조문 없는 조문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어. 당초 대통령실은 14일 출입기자들과 비공개 일정 논의에서 출발 시간을 18일 오전 7시로 알렸는데, 이틀 뒤 오전 9시로 다시 변경했어. 18일 오전 9시에 출발한 윤 대통령은 당일 오후 3시 39분께 런던에 도착했는데, 런던의 교통 사정을 이유로 현지 도착 후 웨스트민스터홀 엘리자베스 2세 참배 일정이 취소됐어. 당초 예고한 시간대로 출발했으면 조문이 가능했다고 해. 또 이날 저녁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에 참석한 이후에도 조문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 조문을 하지는 않았어. 대신 다음 날 장례식에 참석하고, 뒤늦게 조문록을 작성했어.
-통상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사전에 분 단위로 일정이 짜이고,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실제로 일정이 진행돼. 그런데 이번엔 첫 순방지, 첫 일정 및 가장 중요한 일정이 불발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 일정도 상당 부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됐어. 왜 이런 일이 발생을 했는지, 사후에라도 규명과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에 반드시 필요해 보여.
◆野 의원들, '이 XX들' 윤석열 대통령 난타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현장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이 보도를 통해 드러난 날,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 대통령의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면서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했어. 윤 대통령의 '무능 외교'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지.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나를 이 XX 저 XX라고 지칭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이준석 전 대표에게만 쓴 육두문자가 아니었군요. (윤 대통령의)외교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라고 남겼어.
-백혜련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일본 기시다 총리를 찾아 30분간 회담한 것을 두고도 굴욕이라고 비판했어. 백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애걸하는 모양새로, 회담 준비도 안 된 일본 측에 찾아가 30분 회담"이라며 "'대한민국 위상이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들게 하는 정부의 한심한 행태에 화가 난다"고 밝혔어.
-마지막 날인 대정부질문도 윤 대통령 리스크로 '난리'가 났다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 또 미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회담', 일본 기시다 총리와의 '30분 회담'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어.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노발대발'했지. 김 의원은 한 총리에게 "윤 대통령께서 다른 자리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과의 공식 행사장에서 미국 국회의원을 '이 XX들'로, 미국 대통령은 '쪽팔려' 한방으로 보내버리셨다"며 목소리를 높였어.
-또 김 의원은 "사고는 대통령이 쳤는데 부끄러움은 대한민국 온 국민의 몫이다. 윤 대통령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때문에 정말 쪽팔려'서 어떻게 하느냐"고도 했지. 한 총리가 "(영상에서) '무슨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도 많다"고 하자 김 의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쏘아붙이기도 했어.
-이병훈 의원은 한 총리에게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48초간 만나고 나오면서 욕설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대통령의 말실수 하나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나라 안팎에서 하도 사고를 치니까 오늘은 또 어떤 사고를 칠까 걱정을 하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을 해야 되나"라며 윤 대통령의 '외교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했어.
-23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참 할 말이 없다"며 한마디 했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 그리고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며 "제 경험으로는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거기서 또 다른 길을 찾아 헤매본들, 거짓이 거짓을 낳고 또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텔레그램 공보방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비속어 대상은 미국 국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한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안녕하세요? 국회에서 '이XX'를 맡고 있는 류호정이다"라고 남기기도 했어. (웃음)
-사석에서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이라 윤 대통령의 외교 문제를 비판하긴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국가적으로도 큰 낭패이고 국제적으로 망신"이라며 걱정을 내보였어. 순방 후에도 정부를 향한 야당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김건희 여사, '장신구 없는 순방'...왜?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했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며?
-맞아. 김 여사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을 위해 런던으로 향했어. 김 여사는 검은 옷차림으로 등장했는데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여러 차례 착용했던 장신구가 보이지 않았거든. 팔찌뿐 아니라 목걸이 등도 없었어. 물론 장례식이라는 자리인지라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았겠지만,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 도착한 자리에서도 작은 귀걸이 외에 장신구는 없는 모습이었어.
-그동안 김 여사는 장신구를 여러 번 착용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왜 그랬던 거야?
-정확한 속사정은 김 여사만 알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장신구 논란'을 피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여. 앞서 김 여사는 야당으로부터 나토 해외 순방 당시 여러 차례 고가의 장신구를 착용했는데 재산 신고 내역에 빠져있다는 지적을 받았거든.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보석류의 경우 500만 원 이상이라면 재산신고 대상이야. 김 여사가 착용했던 장신구들은 목걸이 6000만 원, 팔찌 1500만 원, 브로치 2600만 원으로 전해져.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장신구에 대해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리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것으로 재산 신고에서 누락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어. 하지만 김 여사가 공식 행사 외에도 평상시에 문제가 됐던 장신구를 착용했던 적이 있었던지라 대통령실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었지.
-공식 행사뿐 아니라 평상시에 착용했을 정도면 김 여사 소유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아?
-그렇지. 하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앞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장신구 관련 세부 질의서를 대통령실에 보냈는데, 대통령실은 '장신구 재산 누락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내놨거든.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여사의 장신구 누락에 대해 "이미 대통령실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문제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장식품에 대한 가격을 제가 제대로 평가할 만한 그런 전문성은 없다"고 말했어. 민주당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르쇠 답변으로 의혹과 논란을 감추고 숨기는 것이 대통령실이 하는 일의 전부인가"라며 "논란에 대해 그저 '모른다'로만 일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는 기만적"이라고 지적했어.
-그래서 김 여사가 이번 순방에서는 장신구를 착용하지 않았던 거라고 볼 수 있겠구나.
-아무래도 그렇지. 김 여사는 지난 21일 뉴욕 연회장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흰 저고리와 연보라색 한복 치마만 입은 모습이었어. 가슴에 태극기 배지가 있기는 했는데, 고가 장신구 논란과는 거리가 있는 액세서리였지. 태극기 배지는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때도 작용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논란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읽혀.
-무엇보다도 고가 장신구 논란은 김 여사가 결자해지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어. 아무래도 윤 대통령 임기 동안 김 여사는 국내외 공식 행사 등에 여러 차례 참석할 건데, 장신구 논란을 풀지 못한다면 매번 김 여사의 패션에 관심이 쏠리는 일이 반복될 테니까. 그럴 때마다 대통령실은 기존 해명처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을 거고, 야당은 공세를 쏟아붇는 일이 계속될 거야. 결국 그에 따른 피로감은 국민 몫이겠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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