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명단 공개" 요청에 尹 정부 '두 글자'만…


野, 자료 확보 진땀…'김건희 의혹' 교육위 증인 채택도 충돌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회의 국정감사 대비 자료 요청에 침묵하거나 허술한 답변만 보내면서 맹탕 국감 우려가 나온다. 취임식 명단도 인적사항 대부분을 가려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회의 '대통령 취임식 명단 공개' 자료 제출 요청에 인적사항 대부분을 가리고 답변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야권은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실'을 정조준하며 자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거듭된 질의에도 대통령실과 정부가 침묵하거나 허술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올해도 어김없이 정쟁만 앞서는 '맹탕' 국감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국감에서 국민적 관심사인 대통령실 이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정부로부터 진상규명의 근거가 되는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명단을 국회에 제출해달라'는 요청에 답변서를 보내왔다. 앞서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 요구에 "일체 파기했다"고 답했다가 지난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명단 임의 폐기 논란이 제기되자 실무자 착오라고 해명한 뒤,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할 때 공개하겠다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명단은 앞서 지난 5월 취임식에서 김건희 여사와 주가 조작 공모 의혹을 받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아들, 대통령실 관저 리모델링 공사 특혜 수주 의혹 업체 대표, 극유 유튜버 등이 초청받아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야권으로부터 공개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행안부가 보낸 명단에는 이름과 직업 등 인적사항이 대부분 가려져 있어 '답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참석자) 이름은 성만 나오고 추천한 기관이나 주소, 직업, 초청 사유 등을 알아볼 수 없게 앞에 두 글자 빼고 다 가렸다"며 "이전에 한 글자만 공개된 자료를 보내서 재요청했더니 이번에는 두 글자만 공개된 걸 줬다.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어서 여전히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취임식 명단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라는 답변까지 보내면서 정부 간 해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운영위 소속 이수진(비례) 의원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서면답변에서 "초청자 명단은 행안부 취임행사 실무추진단에서 취임식 진행을 위한 실무의 일환으로 자료를 취합해 처리한 것으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행안부는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현행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 생산, 접수 기록물은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된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위법 논란을 의식해 취임식 초청장 명단 생산 주체를 인수위가 아닌 행안부 실무추진단이라고 '엉터리 해명'한 것이라고 보고 국감에서 지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취임식 명단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수진(비례) 의원실에 보내온 대통령실 답변서. /이수진(비례) 의원실 제공

김건희 여사 장신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무늬만'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운영위 소속 전용기 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 30일 김 여사가 장신구를 누구에게 빌렸는지, 무상으로 빌렸는지 등 세부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통령실은 최근 "김 여사 장신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가 없고, 그 밖의 사항이나 자료를 더 제출하기도 어렵다"는 답을 보냈다.

장신구 논란은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시 김 여사가 착용한 팔찌 등 보석이 수천만 원 상당인데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서 빠져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확산했다. 대통령실은 장신구 3점 중 2점은 지인에게 빌렸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해 재산신고 대상(500만 원 이상)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민주당은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애초에 김 여사의 고가 장신구를 '소상공인에게 500만 원 이하 금액으로 빌렸다'고 해명한 것은 대통령실"이라며 "자료가 없다니, 빌렸다는 해명은 무엇을 조사해서 나온 것인가. 꾸며낸 것인가. 언제 돌려줘야 하는지도 모르는 고가 장신구라면, 뇌물이나 로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운영위 소속 강민정 의원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의원실은 대통령실 및 대통령 공관 이전 공사와 관련해 사업 주요 목적과 규모, 입찰 방식, 사업별 예산 출처, 사업별 낙찰 업체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대통령실 근무자들의 겸직 여부 확인 대상자 등에 대한 질의에도 대통령 비서실은 단순 법령을 열거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7월 요청한 국가안보실의 간담회, 초청행사, 기념품 구매 관련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요청에 대해선 여전히 답변하지 않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대통령 집무실과 사저 관련 의혹 대응 컨트롤타워 성격으로 출범한 민주당 '대통령실 의혹 관련 진상규명단'도 자료 확보가 어려워 대통령실 예산 분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단장인 한병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많지만 뚫고 할 것"이라며 "(특혜 수주 의혹 관련해선) 자료가 안 나오고 업체들은 다 잠수 타버린 상황이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대통령실 이전 관련 향후에 계획한 예산에 대해 추계를 해보려고 한다. 정부에서 하도 말을 안 하니 (각 부처별로) 조각조각 나오는 것들을 찾아내서 종합 정리하려 한다"고 했다.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는 국감 파행의 단골 이유다. 의원 개인의 자료 요청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더라도 제재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자료 제출을 요구 받은 정부, 행정기관은 기간을 따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보고 또는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답변 기한은 명시돼 있지만 이마저도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의결한 건만 해당된다.

국회 교육위는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관련 일반인 증인 채택을 두고 충돌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이새롬 기자

올해는 어느 때보다 여야 대결 구도가 극에 달하면서 국정운영 의혹 해소와 정책 견제 대신 '맹탕 국감' '정쟁 국감'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여야는 국감 증인 채택을 두고도 벌써 충돌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관련, 해당 논문을 심사한 교수진과 국민대 조사위원을 증인 명단으로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증인 채택에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 당사자가 대통령 부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관련자 중 누구도 증인석에 세울 수 없단 건 김 여사와 국민대를 비호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일"라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무수한 대학 연구자들에게 치욕과 불명예를 안긴 이 사태의 장본인들을 증인석에 세우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교육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일반증인 채택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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