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 비판 삼가"…與, 야당 시절엔?


5년 만에 뒤바뀐 여야…與, 文 방미·방중 기간 중 비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순방 성과를 알리는 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는 지켜야 한다." "윤 대통령께서 정상외교를 하시는데 최근 민주당에서 쏟아내는 마구잡이식 흠집 내기는 도를 넘었다."(22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외교활동 중에라도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 선수에 대한 응원과 예의를 지켜달라. 민주당이 더구나 장례식 조문하기 위해 (영국에) 가 계신 대통령에 대해 이런저런 금도에 넘는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20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은 지난 18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파상공세를 퍼붓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자제를 촉구했다. 이처럼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정국 주도권과 여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약식 회담과 관련해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새롬 기자

◆여야, '외교 성과 부각' '굴욕 외교' 공방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국외 순방 성과를 알리는 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정 위원장은 2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약식 회담과 관련해 "2년 9개월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이라며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달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오늘 새벽 일본 총리가 있는 곳으로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가까스로 성사된 기껏 30분가량의 만남은 일방적 구애로 태극기 설치도 없이 간신히 마주 앉은 비굴한 모습에 불과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은 전혀 없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막말도 논란이다. MBC 등 일부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을 바라보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냐"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언급한 '글로벌 펀드' 관련 내용을 미 의회가 승인 해주지 않을 경우를 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국민의힘과는 달리 민주당은 강하게 질타했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저잣거리 용어를 말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런던에서 외교적 결례를 범한 데 이어, 한미 정상회담 불발, 굴종적인 한일 외교 거기에 더해 욕설 외교까지 이어진 이번 외교 참사에 대해 국회는 국정조사도 즉각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국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민주당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정부 시절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비판했던 사례가 있다. 사진은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이덕인 기자

◆與 "민주당, 국격 훼손"…여당 때 다르고 야당 때 다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에 '국격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비난을 멈출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국익을 위해 의회가 정쟁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외교 활동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 외교활동 중엔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고 특히 대통령의 순방 활동에 대해 비판하는 건 자제하고 삼가왔다"고 강조했다.

과연 과거에는 어땠을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었다. 또, 양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한 소통을 강화해나가고 외교, 안보 등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었다.

당시 보수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문 전 대통령 방중 기간 중 "이미 핵 보유 수준인 북한을 두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북한의 핵 보유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3불(不) 정책 모두를 내어주고 얻은 것이라고는 '밥자리 패싱' '공동성명 패싱' '경제사절단 패싱' 등 3대 패싱과, '공항 영접 굴욕' '하나 마나 4대 원칙 굴욕' '기자단 폭행 굴욕' 등 3대 굴욕을 골고루 당하고 왔으니 외교 참사를 넘어 국치(國恥)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보수야당은 2019년 9월 방미 기간 중 문 전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연설 주제는 북한이었고, '평화'만 53차례 언급했다. 김정은이 해야 할 연설을 어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유엔까지 찾아가 하고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도 "올해 들어 10번씩 있었던 북 미사일 도발은 도체 무엇이냐"며 "유엔총회에서 9.19 군사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도 없었다는 거짓 연설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현장에서 국익을 위해 노력하는데, 국내에서 비판한다면 협상할 때 힘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대통령이 외교를 마치고 귀국한 뒤 여야가 서로 다투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며 "그런데 우리 정치는 그러지 않았다.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때 (야당은) 더 세게 비판했다. 기회만 되면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때렸다"고 꼬집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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