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폐지법' '한동훈 악수 연출설'…野, 가짜뉴스 골머리


野 '군 팬티 예산 삭감' 제기도 논란…전문가 "검증 없이 감정 앞서는 발언 안 돼"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일각에서 민주당이 교회 폐지법을 발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려 의원실이 항의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식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상식적으로 어떤 정치인이 '교회를 없애자'는 법안을 발의하겠습니까. 아마도 특정 정치집단이나 극우 유튜버 등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좌표'를 찍은 게 아닌지 의심됩니다."(지난 19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

최근 민주당 내 '가짜 뉴스'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친야 성향 유튜브를 포함해 정치 성향을 보인 집단 사이에서 잘못 유포된 정보들이 밀집해 정치권에 밀고 들어오는가 하면, 역으로 정치인이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공식 석상으로 발언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는 정치권 내에 철저한 검증 없이 정보들이 유통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20일 일각에서 '민주당이 '교회 폐지법을 발의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려 의원실이 '항의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의원실이 황당한 전화 공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저를 포함한 민주당 국회의원 78명이 '교회 폐지법'을 발의했다며 '좌경이념을 가진 공산주의자들이 교회를 폐쇄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상황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전화 내용의 절반은 차마 듣기 힘든 욕설과 폭언이고, 나머지 절반은 빠른 대응을 하라며 걱정해주시는 내용이라고 한다. 참 어이가 없다. 설사 그와 유사한 법안이 있다 쳐도 어떤 국회의원이 그러한 법안에 찬성을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공산화' 운운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특정 정치집단이나 극우 유튜버 등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소위 '좌표'를 찍은 게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교회 폐지법을 검색하면 한 네티즌이 교회폐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의원 78명, 무소속 1명의 명단과 의원실 연락처를 공유한 것을 볼 수 있다(왼쪽 사진). 이해식 의원이 발의에 참여한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제일 최근 발의 날짜가 지난해 5월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서 '교회 폐지법'을 검색하면 한 네티즌이 '교회폐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의원 78명, 무소속 1명의 명단과 의원실 연락처를 공유한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법안의 정식 명칭이나 내용 등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내용 중 '사회적 거리두기'에 있어 '특별자치장의 권한에 따라 특정 장소나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이용해 피해를 호소한 이 의원 이름으로 낸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 사례가 지난해 5월이다. 법안 공동 발의자들을 살펴봐도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78명이 모두 포함된 법안은 찾을 수 없다.

이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78명 명단의 경우) 민주당 쪽에서 발의한 감염병 관리 법안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올해는 관련 법안을 낸 사실이 없는데) 최근 전화로 보좌진들에게 항의와 욕설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명단에 포함된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지난주에 뜬금없이 '교회를 폐지하라고 법안을 냈다 철회한 것 맞냐'며 전화가 정말 많이 왔었다"며 "78명의 기준도 뭔지 알 수도 없다. 저희는 오히려 '세상에 교회를 폐지하자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반박했다. 법안 내용도 모르고 다짜고짜 화부터 내시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명단에 포함된 또 다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지난해 한창 같은 명단이 돌았던 걸로 아는데 잠잠했다가 최근 일부 교인이나 교회 관계자들 사이 다시 문자가 도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반대의 경우로 공식 석상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 발언으로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도 있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민주당 대변인직을 맡은 김의겸 의원은 지난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같은 당 이재정 의원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악수 연출설을 제기했다. /남윤호 기자

신문기자 출신으로 민주당 대변인직을 맡은 김의겸 의원은 지난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같은 당 이재정 의원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악수 연출설'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안양교도소가 있는 '안양 동안을' 지역구 의원으로, 지난달 18일 법무부에서 열린 업무협약 현장에 참석해 한 장관을 만난 바 있다.

김 의원은 방송에서 "(이 의원이)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거기를 한 장관이 쫓아왔다고 한다"며 "(한 장관이) 이 의원한테 폴더폰으로 (90도) 인사하면서 '뵙고 싶었습니다' 하며 악수를 내미는데 거절할 순 없어서 최소한의 격식을 갖춰 인사했다고 한다"고 했다. 당시 두 사람의 악수 현장을 카메라가 포착했고, 당일 법무부 홈페이지에 '진영 논리 넘어서 협치 나선 한 장관'이란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공개된 현장 영상에 따르면, 한 장관과 이 의원이 악수한 곳은 엘리베이터 앞이 아닌 업무협약이 이뤄진 회의실이었다. 참석자들이 다 같이 손뼉 치며 서로 인사하는 상황에서 이 의원과 한 장관도 악수했다.

한 장관은 지난 19일 대정부질문에서 김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김 의원은 이미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앞장서서 미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분이 악의적 허위 사실을, 가짜뉴스를 작심하고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한 장관은 김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지난 19일 대정부질문에서 김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김 의원은 이미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앞장서서 미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분이 악의적 허위 사실을, 가짜뉴스를 작심하고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고위원인 서영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군 장병들의 의복 예산을 삭감했다고 이른바 '군 팬티 예산'을 비판했다가, '착오가 있었다'며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앞서 서 의원은 지난 19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군 예산 삭감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투화 310억 원, 축구화 21억 원, 동내의 95억 원, 팬티 5억 원, 양말 4억 원의 예산이 삭감됐다는 내용을 적은 패널을 들어 보이며 "비정한 예산"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한겨울에 내의 좀 입겠다는데 이 예산을 깎았냐"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앞서 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정한 예산을 공개하겠다"며 '군 장병 전투화 310억 원 삭감, 축구화 21억 원 삭감, 동내의 내복 95억 원 삭감 등'을 지적했다. 당시 그는 "더 가관인 건 팬티다. 팬티 5억 원 삭감, 비정한 예산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대정부질문에서도 해당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논란의 팬티를 비롯한 전투화, 축구화 등의 예산액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감액 요소가 제품의 단가가 예년보다 낮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투화 단가는 올해 5만 8287원에서 내년 5만3925원으로, 축구화는 1만4586원에서 1만3070원, 동내의는 2만7540원에서 2만2859원, 팬티는 5379원에서 4517원으로 단가가 낮아졌다.

서 의원은 21일 군 예산 삭감 관련 자신의 발언이 착오였다면서도 전투화, 축구화, 내복, 팬티까지 다 단가가 낮아졌다는 것인데 이것을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새롬 기자

서 의원은 21일 자신의 발언이 "착오였다"면서도 "전투화, 축구화, 내복, 팬티까지 다 단가가 낮아졌다는 것인데 이것을 만들던 회사는 어떻게 되는지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가짜뉴스 문제는 이미 수 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이에 관해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 정치 환경에서 2,3차 검증 없이 '퍼뜨리고 보는' 정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가짜뉴스는 상대가 너무 싫다 보니 '감정이 앞서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먼저 발언하고 보는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발언자 입장에선) 당연히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원이든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든 진영 논리 때문에 '갈라치기 정치'로 이용되는 가짜뉴스는 안 된다"며 "(특히 정치인의 경우)정보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좀 더 객관적으로 '크로스 체크'하고 얘기를 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책무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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