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8일 5박 7일 일정으로 두 번째 순방을 떠난다. 먼저 영국 런던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미국 뉴욕, 캐나다 토론토·오타와를 차례로 방문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국내외에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뤄지는 이번 순방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런던·뉴욕서 열리는 글로벌 빅이벤트 잇달아 참석
지난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으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윤 대통령 내외에게 이번 순방 중 참석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과 유엔 총회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하고, 주요국 정상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윤 대통령은 런던에서 (이하 현지시간) 18일 오후 다수 외국 정상들과 함께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 리셉션에 참석하고, 다음 날(19일)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대다수 정상은 20일부터 뉴욕에서 시작되는 제77차 유엔 총회 일반 토의 현장에서 재회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체 유엔 회원국 중 10번째로 연단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연설 내용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와 광복절 축사를 통해서 강조해 온 자유의 확산 및 연대, 인권·법치·평화의 중요성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회담, 반도체·전기차·바이오 해법 찾을까
유엔 총회 기간 한미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교의 최우선 순위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강조해왔다. 연장선에서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수십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만 챙기고, 한국에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분야에 '자국 우선주의' 입법 및 행정명령 조치로 국내 관련 기업들은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다.
이 가운데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표현하고, 실질적으로 어떤 개선 방안을 합의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16일 "사전에 의제를 정해 놓고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양국 정상 간 (배터리·전기차·바이오)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의 논의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2년 9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 양국 관계 전환점?
유엔 총회 기간 뉴욕에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 만으로 그동안 악화됐던 한일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양국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양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관계 진전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도 양 정상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된 것만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이 만나는 것은 흔쾌히 합의가 됐고, 어떤 얘기를 나눌지는 정하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들은 한국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정상이 갑자기 만나서 이 문제가 어떻게 되어 가느냐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미 다 체크하고 있는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동행, 영부인 외교는?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순방에 동행하는 김건희 여사의 일정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바이든 미 대통령 초청 리셉션', '동포 간담회' 참석 등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 동행 배경에 대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추도식에는 정상들이 사정에 따라서 부부 동반을 해서 추모 행렬에 같이 참여하는 나라도 있고 아니면 단독으로 오는 나라도 있는데, 영국의 입장에서 보나 또 추모를 하러 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나 부부가 함께 예의를 갖춰서 추모의 뜻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겠다 생각해서 동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최근 지난 나토 순방 때 착용했던 고가의 장신구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순방에서도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부각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외 순방에) 꽤 많은 예산이 쓰이는데, 김 여사가 꼭 같이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영국에 추도하러 가는 건 그럴 수도 있지만, 유엔 총회 같은 경우는 영부인 프로그램이 따로 있어 혹시나 뭔가 사건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고 비꼬았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만약 제가 참모라면 절대로 안 가게 하겠다"며 "조문을 가거나, 유엔 총회에 가서 대통령의 배우자가 외교 활동을 할 만한 게 특별히 없다. 캐나다는 방문 기간이 짧은데 국민들은 경제가 많이 어려운 상황인데, 대통령의 배우자까지 외교 활동을 가는 게 적절하냐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이어 "김 여사에 대한 비호감도가 너무 높다"며 "가는 것부터 여러 가지 구설에 오를 수가 있고, 야당에서는 (고가의) 목걸이·팔찌를 찼네, 안 찼네. 이번에도 안 빌려준 것이냐 등 가십성 소재로 지속적인 이미지 훼손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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