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새롭게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향후 활동 방향을 '민생 안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 인해 조속히 열릴 것으로 예측됐던 전당대회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뜨겁게 달아오르던 차기 당권주자 레이스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당과 유력 후보로 지목됐던 인물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책 공세 수위를 바짝 올리는 양상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10월 예정된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대응을 비대위 활동 목표로 삼았다. 지도부 공백 상황 속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며 당이 여러 갈래로 찢어지는 것을 봉합하기 위한 전략이다.
결국,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가 잠정 보류되자 당내에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당초 새 비대위 역할이 차기 전당대회 준비라는 정치권의 중론과 다르게 흘러가면서다. 정 위원장은 정기국회 대비를 위해 사실상 연내 전당대회는 어렵다는 취지의 논리를 펼치고 있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인사들도 한 발 빼며 숨을 고르고 있다. 근 몇 달 간 차기 당권 주자들은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공부 모임이나 원내·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조속한 새 지도부 선출 뜻을 밝히지 않아 과열됐던 경쟁 구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우선, 차기 당권을 넘어 대권 도전까지 점쳐졌던 안철수 의원은 최근 힘이 빠진 모습이다. 당 공식 회의나 의원총회는 참석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연일 '통상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이 몸담았던 카이스트를 방문해 특별강연을 하거나 추석을 맞아 지역을 방문하는 등 장외에서 지지층 결집에 힘쓰고 있다. 특히, 1호 법안으로 '1·2기 노후 신도시 특별법'을 발의하며 의정활동에도 열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당권 가도에는 적잖은 변화가 보인다. 지난 7월부터 안 의원이 주최·주관하고 있는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는 약 한 달이 넘도록 열리지 않으면서다. 앞서 "역할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당권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과 대비된다.
안 의원의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 역시 당이 비대위로 전환한 시점에서 공개 행보가 눈에 띄게 줄었다. 김 의원이 주관하는 공부 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는 지난달 24일 약 한 달 만에 재가동한 이후 묘연하다. 당초 국감 전까지 계속 이어 나갈 방침이었으나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불투명해지자 호흡을 가다듬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김 의원은 야당으로 시선을 옮겨 정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슈 주도권에서 존재감을 부각해 몸집을 키우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봉하마을이 대한민국의 치외법권 '소도' 지역이라도 되는 것인가"라며 전날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성남 FC의혹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를 전면 겨냥한 것이다.
이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수사를 받으러 가야 할 일이지 봉하마을로 갈 일이 아니다"며 "툭하면 성지 순례하듯 봉하마을로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민주당 사람들의 행태가 참 볼썽사납다"고 몰아붙였다. 원외에서 언급되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권 원내대표의 거취와 비대위 존립 문제가 해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당에 대한 화살을 외부로 돌린 것 같다"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연쇄적 지지율 하락을 염두에 두고 당분간 민생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 차원에서도 문 정부가 추진했던 태양광 발전 활성화 사업과 관련해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발을 맞추고 있다. 정책 싸움을 통해 전당대회로 인한 갈등 보다 집권여당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전날 첫 비대위 회의에서 해당 산업 운영 실태 점검 결과를 거론하며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가 출범하고 당이 안정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내부에서 갈등 유발을 지양하자는 분위기"라며 "국정감사 정국을 맞이해 당분간 야당을 향한 정책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zustj913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