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심' 내세우지만 '김건희 특검법' 난항…장기전 돌입


전략 부재에 여론전 몰두…역풍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부인 의혹 특검을 당론 발의했지만 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김건희 특검법 발의 관련 브리핑하는 진 수석부대표(가운데).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연휴 전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 발의하며 속도를 냈지만, 여당의 강한 반발 속에 단독 처리할 길목마저 막히면서 장기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은 곧 민심"이라며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일각에선 원내 지도부의 전략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특검법 추진이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검법은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지 일주일이 돼가지만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하고 계류된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허위경력 기재·뇌물성 후원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당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가졌지만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 우선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본회의로 가는 문턱에서 버티고 있다. 최장 330일 소요되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자동 상정하는 방안 역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게 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공개적으로 특검 협조에 반대하면서 버리는 카드가 됐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특검법안을 직권상정 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국회의장은 상임위원회가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회의장이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고재학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제 시동을 걸었고, 국민의힘과 밀고 당기기도 해야 하고 국민 여론도 봐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현재 한 번도 논의해본 적이 없다. 특검이라는 게 다수당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은 아니고 상대방에게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될 경우 의장에게 들고 오는 거지, 지금 내부에서 논의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으로 여당으로부터 특검 합의를 끌어냈다. 지난 2018년 5월 11일 단식 농성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이렇다 할 추진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당은 특검법 추진 동력을 여론에서 얻고 있다. 김건희 여사 의혹 진상규명을 바라는 여론이 높으면 부담을 느낀 여당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이 깔린 전략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며 윤석열식 공정과 법치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특검은 윤석열 정권의 도덕성 회복과 국정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여당도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김건희 특검을 당장 수용하길 바란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이는 지난 10일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MBC 의뢰, 지난 7~8일 조사기간, 전국 만 18세 남녀 1000명 대상)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 응답자의 62.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특검법밖에 없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점점 우상향되고 있다"며 특검법이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현재 원내지도부 전략이 부재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특검법을 강행할지, 합의 처리할지 목표를 정하고 달성 전략을 정해야 하는데 여론전에만 기대는 소극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특검법은 1999년 5월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경우는 적지 않다. 2005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 사건인 이른바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까지 4당이 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불발된 바 있다. 재·보궐선거 전인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 관련 특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와 특검 형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끝내 무산됐다.

다만 여당 반발을 꺾고 특검을 관철한 사례도 있다. 2018년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드루킹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 특검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9일 간 홀로 노숙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민주당은 특검법 추진 동력으로 여론에만 기대는 모습이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홍근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검찰 기소로 이 대표 관련 의혹이 재조명을 받는 상황에서 '쌍특검' 카드도 다시 거론된다. 이 대표는 이날도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그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세를 펼칠 때 이 대표 의혹에 대한 여당 반격이 지속되면 여론전에도 불리하므로 쌍특검을 수용해 국면 전환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특검법을 제대로 할 거면 모든 걸 다 깨끗하게 해라. 예를 들면 이재명 대표 건도 하고 김건희 여사 건도 하고 다 하라는 말씀들을 (주민들이)하신다"고 전했다.

당초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정치적 흠집을 내는 것 자체가 1차 목표였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은 입법을 하지 못하더라도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사건은 소환하는데 주가 조작 사건은 무혐의 처분하는 등 불공정 편파 수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수사 당국도)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법 추진이 끝내 무산될 경우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역풍도 우려된다. '개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원내지도부가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여당에 내줘 특검법 강행 처리를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특검 협조 반대 의사를 밝힌 조 의원 측은 일부 지지자들의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님 휴대폰은 거의 마비 상태다. 또 의원실로 전화가 끊임없이 와서 받자마자 욕을 한다든지 이런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통령실 특혜 채용 의혹,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14일 한병도 의원을 단장으로 한 '국정조사 진상규명단'이 출범해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절차적 방안을 논의한다.

unon8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