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여야가 추석 밥상머리에 '민생'이 아닌 '정쟁'을 올렸다. 서민들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태풍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이 와중에 국회의원들은 '명절 수당'을 두둑이 챙겨간다. 액수를 보면 이들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 없는 이유가 짐작이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의 명절휴가비는 828만8760원이다. 설과 추석 두 차례 지급돼 각 명절 때마다 414만4380원이다. 이들의 명절휴가비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돼있다.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일반수당(690만7300원)의 60%가 명절휴가비로 지급된다.
대부분 서민들은 추석 상여금으로 얼마를 받을까.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사실상 중소기업에 다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1892만7000명 가운데 84%인 1592만9000명이 상용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9일 중소기업 추석 상여금은 정률일 경우 기본급의 평균 50%, 정액일 경우 평균 40만2000원이라고 밝혔다.
명절휴가비뿐 아니라 국회의원이 받는 '연봉' 자체도 일반 서민들보다 훨씬 높다. 국회의원 연봉은 1억5426만3460원으로 월급만 1285만5280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수당 690만7300원 △관리 업무수당 62만1650원 △정액급식비 14만 원 △정근수당 690만7300원 △명절휴가비 828만8760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 △특별활동비 78만4000원 등이다. 올해 중소기업 대졸 신입 연봉은 2881만 원이다.
국회의원이 고액 연봉과 두둑한 명절휴가비를 받는 걸 문제 삼을 수 없지만, 받을 만한 자격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명절 하루 전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으로 고통받는 민생을 뒤로한 채 정쟁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8일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킨텍스 사장이 쌍방울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라며 "이 사장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발탁되기 전 약 1년 3개월간 쌍방울의 사외이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어 수상한 금품에 대한 의심은 더욱 짙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같은 날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정권이 결국 야당대표를 기소했다"며 "야당 당대표를 재물로 삼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무능과 실정을 감춰보려는 저열하고 부당한 최악의 정치적 기소"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야당 대표, 야당 인사들 수사는 전광석화같이 이뤄지는데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어디로 갔나"라며 "이것이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의 현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로서는 이번 추석 밥상이 참 짜증스러울 것 같다"며 "민생법안 심의라든가 국회가 꼭 해야 될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대선 연장 3라운드가 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찝찝한 기분을 계속 느껴야 한다"고 우려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지적하며 "소중한 추석 밥상을 짜증 나게 하는 특검법 추진에 반대한다"며 "특검이 추진된다면 모든 민생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