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지 않게 됐다. 민주당은 당내 중지를 모아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이 대표에게 조사 불출석을 권고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등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야가 정기국회 문을 연 지 채 2주일도 되지 않아 '정치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에게 6일 예정된 검찰 소환 통보에 불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현시점에서 당 대표가 출석해 조사하는 것은 맞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지난 1일 검찰의 소환 통보 이후 이 대표 검찰 출석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해당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떳떳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한다는 입장과 '추석 밥상머리' 망신주기에 이 대표가 굳이 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초선 A 의원은 "이 대표가 출석할 필요가 없다. 사안 자체(허위사실 공표)가 출석할 만한 사안도 아니고, 국정감사 발언으로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추석 전 '망신주기용'으로 제1야당 대표를 오라가라 하는 것 자체가 정치 보복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초선 B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가 출석을 하지 않을 시에 오히려 '방탄'이라며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 대표가 출석하는 '강대강' 그림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악수'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의총 전날(4일)부터 사전 의견을 나눠 불출석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부터 사전 의견을 나눈 결과) 지도부 의견도 거의 일치했고, (다음 날 점심) 4선 이상 중진들도 만나 논의한 결과 같은 의견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사전에 입장을 굳혔지만 의원총회와 중진 간담회를 통해 '불출석' 결정의 당위성을 공고히 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방어선을 친 후 곧장 역공에 나섰다. 의총에서 김 여사의 허위 경력 기재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당론으로 특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특검법 추진에 부정 여론이 높았다.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특검을 할 수 있는데 쓸데없는 소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공판을 통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과 관련한 새로운 정황들이 발견된 만큼, 정권과 여당 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지난 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주가조작 첫 날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사라고 지시했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주가조작단 이 모 씨의 매매를 김 여사가 최종 승인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국민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은 (김 여사)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결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는 만큼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검법을 발의한 김용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상식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법 통과와 특검이 출범하는 그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고 환영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고발도 강행했다.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혐의를 부인하며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대통령은 헌법상 형사 소추 대상이 아니지만, 이 대표 검찰 고발에 대한 맞불 성격인 셈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 형사 고발은) 정치적 상징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당연히 적용이 안 되지만 (임기가 끝난 뒤) 5년 뒤에는 수사가 가능하다. 관련자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수사로 당헌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확정받을 경우 434억 원 가량의 선거보전 비용을 반환할 우려까지 나오면서 대응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규탄 성명서도 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검찰 불출석 결정이 '추석용 망신주기용 수사'를 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원래 스타일대로라면 검찰에 출석해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검찰 출석을 하게 되면 추석 때 이 대표의 소환 장면이 계속 뉴스에 나올 테고, 당에서는 이런 것들을 고려해 불출석을 권유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첫째로 이 대표는 '서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입장이 있어 명분 상 검찰에 출석할 이유가 없고, 두 번째로는 '검찰이 만들어놓은 판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판단 하에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당론 추진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강대강 대결 구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 추진이 파급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신 교수는 "여야의 강대강 대결은 어차피 피할 수가 없다. 다만 (김건희 특검의 경우) 김 여사 주가조작 관련은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였어서 당이 파급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박 평론가는 "(현 상황은) 구조적으로도 협치가 불가능하고, 사실상 윤석열 정권과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정치적 내전 상태'에 들어선 것"이라며 "지금처럼 한쪽이 죽어야 한쪽이 사는 방식으로는 (향후 국회에서도) 민생 외면 상황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 이외에도 진행 중인 수사만 10여 건에 달해, 앞으로도 검경에 소환되거나 재판을 위해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첫 소환 통보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만큼, 앞으로도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