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재명, 대표 당선 후 기자들 질문에 침묵 세례
-이재명 대표 체제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출범했어.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 취재진 등이 대거 몰렸다고?
-첫 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 취재진, 보좌진 등이 몰리면서 일어나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어.
-몰려든 취재진 탓에 이 대표가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고?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나가면 통상 기자들이 다가가서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하며 백브리핑을 요청해. 본청 복도가 좁다 보니 정치인과 기자들이 밀착되는 상황은 국회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지난달 29일에도 기자들이 이 대표에게 다가가 남은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전 당원 투표 재추진', '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 대한 질문을 했지.
-그런데 이 대표는 "밀지 마라"는 말을 4번 하며 취재진에 불쾌감을 표했어. 당대표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이 대표는 기자들이 따라오며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 여부를 묻자 이 대표는 "밀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가능하면 대변인한테 의견을 여쭤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어.
-또한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회동 관련 질문에도 "아 정말 참. 밀치면 힘들지 않습니까"라며 "밀지는 말고. 부탁합니다"라며 대답하지 않았어.
-이 대표의 다소 짜증스러운 반응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당황했지. 공식적으로 이재명 체제 민주당이 출범하는 첫날인 만큼 당에 대한 주요 이슈에 대해서 이 대표가 입을 열지 않을까 했거든.
-좀 이해하기 힘드네. 취재진 역시 국민의 관심사를 대리해서 질문하는 건데, 국민의 대표이자 거대 야당의 대표라는 분이 첫날부터 질의응답을 회피하는 것은 일반 상식과 거리가 있어 보이네. 물론 그 심정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만.
-'개딸' '양아들'들에게는 친절하잖아.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쪽과만 얘기하겠다는 건가? 왜 취재진에게는 거리를 두고 불친절하게 대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모든 매체, 모든 기자가 다 비판적이지도 않고, 객관적 사실을 쓰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기자들이 훨씬 더 많은데, 취재진 모두를 배척하는 것처럼 자주 비치는 것은 올바르고 성숙한 정치문화를 이끌어갈 정치인의 태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네.
-이날 오후에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만나기도 했는데. 이 현장에서도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답변한 이후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것'에 관해 묻는 말에는 "미안합니다"라며 답하지 않고 자리를 이석했어.
-이 대표의 언론 대응에 또 하나의 특이점은 가끔 답변 대신 취재진의 어깨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답변을 웃음으로 대신하는 거야.
-신임 대표가 된 이후 말을 아끼는 것 같네.
-웬만해서는 답변하지 않는 거로 답변을 갈음하는 중이야. 사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때부터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어.
-지난 1일 오전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회의에서 이 대표를 두고 "그룹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페이퍼컴퍼니 2곳이 사들였는데, 이 중 1곳의 사외이사는 이○○ 변호사"라며 "(이 변호사는)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이자 쌍방울이 대신 변호사비 20억 원을 내줬다는 의혹의 당사자"라고 이 대표더러 쌍방울 사와 '검은 커넥션'이 있다며 '편법 교과서'라고 비판했지.
-이 대표는 뭐라고 했지?
-이 대표는 관련 질문에 "본인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 내복은 쌍방울 거 잘 입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어.
-이날 오후에는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아 야당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는데.
-관련해서 이 대표는 저녁에 광주를 찾아서 기자에게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어.
-다만 이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검찰 소환 소식을 보좌진으로부터 문자로 보고받은 장면이 포착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 이 대표 휴대전화에는 '김현지 국장(보좌관)'이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전송됐어. 김 보좌관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야.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 공화국의 정치보복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겠다" 반발했어. 검찰 소환 요구에 이 대표가 응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리는 중이야. '사법 리스크'가 부각될수록 이 대표의 입도 더 무거워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와.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개막…여야, 화기애애한 시작?
-지난 1일부터 국회 정기국회의 막이 올랐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는 12월 9일까지 100일 동안 진행돼. 국회가 '제발 일 좀 하라'는 국민의 불만을 직시하고 '열일'했으면 좋겠네.
-굵직한 일정이 많아. 앞서 여야 합의에 따라 △교섭단체 대표연설(14일 민주당, 15일 국민의힘) △대정부질문(19~22일), 국정감사(10월 4~24일) 등 일정이 계획돼 있고, 정기국회 기간 중 주요 안건과 각종 민생 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야.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제400회 정기국회 개회사 연설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면서 국회·정부와 여야 간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어.
-국회의원 299명이 모두 모였다지?
-맞아. 400회 국회(정기회) 본회의를 산회한 직후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 모였어. 21대 의원 후반기 단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어. 국회에 따르면 의원 단체사진 첫 촬영은 1948년 제헌국회 개원식 때가 최초야. 이후 60여 년간 함께 사진을 못 찍다가 2021년 19대 전반기 국회부터 정기적으로 촬영해왔어. 단체사진은 헌정자료로 활용된다고 해.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화기애애했어. 푸른 하늘 아래 의원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눴어. 과연 여야 간 으르렁대는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웃음). 국무위원들도 예외는 없었어. 국정에 바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단체사진 촬영에 임했어. 김 의장과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의원 299명은 한목소리로 '협치'를 외쳤어. 이 구호처럼 꼭 협치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야.
-다른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어?
-개인적으로 세 가지가 있었어. 첫 번째는 민주당 전혜숙·백혜련·이수진(비례) 의원의 복장이었어. 이들은 한복을 입어 단연 눈에 띄었어.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본회의장에서도 한복차림이었는데, 단체사진 촬영 때도 그 복장 그대로였어.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 지난해 2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에 한복을 나타나 의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어.
-두 번째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주인공(?)이야. 단체사진 두 번째 컷은 엄지와 검지로 '손 하트' 포즈를 취하고 찍었어. 서로 손을 잡고 촬영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코로나19 예방 차원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하자는 의미였다고 해. 살짝 미소를 지은 김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두 손을 모으고 사진을 찍었어. 살짝 수줍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세 번째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어. 수해 복구 자원봉사 당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는 실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그는 지난달 12일 "수해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수해 현장에서 함께하겠다"며 사과했거든. 지난달 25~26일 열렸던 당 연찬회에도 불참했었어.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은 대국민 사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수도권과 충청권의 수해 현장에서 봉사에 매진했다고 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언론을 피해 조용히 봉사활동을 했다더라고. 실제 피부가 좀 탄 것처럼 보였어.
-정기국회가 대장정에 돌입했는데, 앞으로는 여야가 정쟁보다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